축구
[마이데일리 = 서울월드컵경기장 안경남 기자] 차두리(35)가 14년 간 정든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차두리는 27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친선경기서 마지막 A매치를 치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예고대로 선발 출전한 차두리의 표정은 변함없이 밝았다. 76번째 대표팀 경기에서 차두리는 축구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하프타임에 금빛 등번호와 이니셜이 새겨진 유니폼과 축구화를 선물 받은 차두리는 “나는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열심히 한 선수였다. 그것을 팬 여러분들이 알아줘서 감사하다. 행복한 선수로 대표팀을 은퇴하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축구선수’ 차두리에게 ‘아버지’ 차범근은 진한 그림자와 같았다. 차두리조차 “한국에서 차범근의 아들로 태어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실제로 차두리에겐 늘 ‘차범근 아들’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혜성같이 나타났던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도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비딱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을 때도 일부 팬들은 차범근 덕을 봤다고 생각했다.
물론 영향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차두리 역시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차두리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이는 지난 14년 간 차두리가 이룬 눈부신 성과를 보면 알 수 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과 지난 2월 2015년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이 대표적이다.
‘차미네이터’라는 독특한 캐릭터도 차두리가 만든 결과물이다. 차두리는 아버지 차범근만큼 뛰어난 공격수는 아니었다. A매치 76경기서 4골이 전부다. 121경기서 55골을 넣은 차범근에 한 참 못 미친다.
그러나 팬들의 차두리의 골이 아닌 질주에 열광한다. 호주 아시안컵 8강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70m 드리블은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 됐다. 탄탄한 피지컬과 폭발적인 스피드 그리고 특유의 미소에서 나오는 ‘해피 바이러스’는, 차범근과 다른 차두리만의 매력이다.
차두리가 달려온 태극마크 14년, 더 이상 아버지 차범근의 그림자는 없었다.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