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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전작인 MBC 드라마 '오로라공주'를 통해 '데스노트'는 임성한 작가를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그 화제의 단어가 은퇴작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에는 독이 됐다.
15일 '압구정백야'가 149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파격적인 전개를 즐겨 쓰는 임성한 작가이기에 또 한 번 극적인 상황이 전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지만 예상과 달리 결말은 평이했다. 마지막 회에 새롭게 죽음을 맞이한 등장인물도 없었다.
임성한 작가의 전작인 '오로라공주'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죽음'으로 이슈가 된 작품이었다. 150부작이 방송되는 동안 총 12명의 극중 인물이 죽음을 맞이하거나 사라졌다. 등장인물의 죽음이 본격적으로 이슈가 된 극 후반부에는 여주인공의 애완견인 떡대마저 세상을 떠났다. 너무나 파격적인 전개였기에 '임성한의 데스노트'라는 우스갯소리가 등장했고, 화제성은 다음 작품인 '압구정백야'로도 이어졌다.
실제 따져보면 '압구정백야'를 통틀어 죽음을 맞이한 극중 인물은 백영준(심형탁)과 조나단(김민수) 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작품은 늘 '또 한 번의 데스노트'라는 우려와 함께 했다.
임성한 작가 또한 논란이 함께 하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 임 작가는 극 중반 백야(박하나)와 결혼식을 올리는 등 급격하게 비중이 늘어나던 조나단 캐릭터를 비명횡사 시키는 방식으로 다시 한 번 데스노트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후 '압구정백야'에는 인물이 죽음을 맞이한 것인지, 혹은 살아있는 것인지 단 번에 판단할 수 없는 장면이 연이어 등장했다. 장화엄(강은탁)이 엘리베이터에서 현기증을 느끼며 쓰러지는 장면은 한 회가 지난 뒤 고소공포증 해프닝으로 마무리 됐고, 회차 말미 교통사고를 당한 뒤 피를 흘리며 차량 밖으로 튕겨나간 정삼희(이효영)는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다음 회 무사히 재등장했다. 무엇보다 장화엄과 결혼할 수 없는 현실에 비관한 백야가 바다에 투신했음을 암시하는 장면이 그려진 순간은 임 작가가 선보인 '데스노트 낚시'의 결정판이었다. 이제 시청자들이 알고 있듯 백야는 살아있었다.
물론 이러한 생과 사를 넘나드는 자극적인 전개는 전작에 이어 숱한 화제를 낳았다. 하지만 무리한 설정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극의 주내용이 되는 듯 했던 백야의 친모를 향한 복수극이 제대로 시작되지도 못한 채 어색한 화해로 마무리 되는 등 핵심 전개는 집중력을 잃고 말았다. 순간의 논란이 만드는 화제성도 지속적인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슈메이커' 데스노트는 극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았다.
[배우 김민수, 강은탁, 이효영, 박하나(위부터).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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