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부침을 겪고나니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 높은 곳에 올라 단 맛을 봤지만 시행착오를 겪고나니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지켜야할 것은 꿈에 대한 열정과 초심이었다. 개그맨 김경욱, 고장환이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에 다시 돌아와 개그를 하는 이유다.
나몰라 패밀리로 인기를 끌었던 김경욱, 고장환은 지난해 인기 코너 '김태환C' 이후 최근 '화니베베'로 '웃찾사'에 컴백했다. 아기 화니(고장환)와 화니의 아버지(김경욱)로 나와 신개념 육아 개그를 펼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몸이 혼연일체가 되어 등장해 독특한 비주얼을 선보이고 센스 있는 개그로 열연중이다.
최근 '웃찾사' 녹화 현장에서 만난 김경욱, 고장환은 혼연일체가 되는 고된 분장으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개그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화니베베'에 함께 출연중인 후배 도광록을 챙겼고, 초심으로 돌아가 개그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김경욱, 고장환은 오픈형 공개 코믹컬 '코믹캡슐 핫쇼' 공연으로 인해 '웃찾사'에 집중하지 못했다. 개그, 퍼포먼스, 노래 등을 하며 관객들과 호흡하는 콘서트 개념의 공연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웃찾사'의 상황이 조금 달라져 있다보니 이들의 마음가짐 역시 달라져야 했다.
"예전에 나몰라패밀리 할 때는 한 번 나가면 곧바로 피드백이 와서 성취감이 있었어요. 코너 짜는게 정말 재밌었죠. 지금은 옛날만큼 피드백이 바로 오진 않아요. 버텨내야 하죠. 상실감을 느끼고 실망하게 되면 안 된다는걸 알았어요. 예전의 황금기는 잊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옛날의 부흥기를 다시 이끌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기여를 하고싶죠. 당분간 '웃찾사'에 올인할 생각이에요."(김경욱)
'웃찾사' 부흥기를 이끌던 대표 개그맨들인 만큼 사명감도 남달랐다. 고장환은 "올해 안에는 '웃찾사'가 꼭 올라갈 거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데는 부침의 시간이 주는 교훈이 컸다. 김경욱은 지금의 마음가짐을 갖게된 이유를 묻자 "헝그리"라고 답했고, 고장환은 "더러운 물을 다 뺐다"고 밝혔다.
"예전에 좋았던 시절들에 너무 젖어 있었어요. 안정감을 갖고 있어서 개그도 소홀히 하고 이러니까 돈도 돈이고 인기도 시간이 지나다 보니 바닥나더라고요. '안되겠다. 우리 이제 아무것도 아니구나' 해서 다시 시작해보자고 했죠. 공연부터 먼저 시작했고 하다 보니까 '컬투 콘서트'처럼 저희도 콘서트형 공연으로 발전시키게 됐어요."(고장환)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마음에 초심으로 돌아갔지만 '웃찾사'에 다시 돌아오는데에 부담감이 없지 않았다. '나몰라 패밀리', '초코보이' 등으로 큰 사랑을 받을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웃찾사' 폐지와 부활, 반복되는 편성 시간 변경 등 부침의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이들의 부담감은 더욱 컸다.
기본적으로 잘해도 본전이었다. '옛날에 잘났던 사람인데'라는 대중의 시선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편하게 여유를 찾는 것이 중요했다. 다행히 '화니베베' 첫 녹화 당시 방청객 분위기는 좋았고, 첫방송 후 시청자들 역시 어느정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코너는 계속 준비를 했어요. 공개 코미디에 대한 느낌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도)광록이에게 함께 하자고 했죠. 저희보다 후배지만 공개 코미디를 지금 하고 있으니 트렌드를 더 잘 알 것이고, 훨씬 나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5개월 전부터 같이 살았어요. 이 친구가 생명력이 있고 눈에 띄게 잘 하더라고요. '러브콜을 보내야겠다' 싶었죠."(김경욱)
김경욱, 고장환은 신인 도광록 칭찬을 이어갔다. 고장환은 "특이하게 자기만의 연기가 있더라"며 도광록이 갖고 있는 선천적인 개그감을 높이 샀다. 오히려 도광록이 선배들의 러브콜을 거절했단다. 보통 후배들이 '저 선배랑 같이 하고싶다'라고 하는데 '화니베베' 경우 선배인 김경욱, 고장환이 '저 후배랑 같이 하고싶다'고 했다.
김경욱은 "거절하는데에 더 매력을 느꼈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고장환은 "후배인데 거절을 하니까 오히려 '그래. 우리가 잘 하는거 보여줄게'라는 마음이 생기더라"며 도전 의식을 갖게 한 도광록의 패기에 혀를 내둘렀다.
이에 도광록은 "공연 스타일이 안 맞았다"고 농담을 건네 선배들을 또 한 번 웃긴 뒤 "처음에 코너 얘기를 잘 안해줘서 거절했다. 얘기로만 들으니 표현이 안 될 것 같아서 '안 될 것 같아요' 했는데 선배들이 또 이를 갈고 '일주일 후에 다시 보자'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자 고장환은 "도광록 말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이를 갈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경욱은 "저 얼굴에 매력을 느꼈다"며 도광록을 향한 짓궂지만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처음엔 욕심을 살짝 부렸어요. 제가 중심인 코너를 하고 싶어 거절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란걸 알았죠. 잡아주는 것만 했을 때 이 코너가 빛날 것 같았어요. '화니베베'가 방송 첫 주만에 재밌다는 댓글도 많이 달리고 욕하는 댓글이 하나도 없는걸 보면서 '선배들의 힘이 진짜 있구나' 했어요. 예전에는 저도 '와. 진짜 멋있는 선배다' 했었는데 저한테 워낙 편하게 대해주고 집에서 같이 지내다 보니까 그걸 잊게 되더라고요. 근데 같이 코너를 하니까 다시 한 번 '죽지 않았구나' 느꼈어요. '핫쇼' 공연장에도 한 번 갔는데 더 멋있더라고요. 이 선배들만 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놨더라고요. 소스를 빼와서 나중에 해볼까.(웃음) 얼굴도 잘 생겼지, 공연도 기가 막히지. 종합 선물 세트 같더라고요. 하루 하루 깜짝 깜짝 놀라요."(도광록)
노련한 선배와 참신한 후배가 만나면서 '화니베베'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초반 센 그림부터 생각했다. 인물부터 상황까지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거쳐갔다. 요람에 누워 있는 아이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특이한 그림을 만들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발전해 두 사람이 바지 하나를 입고 아이 역할의 고장환이 아기띠에 안겨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획기적인 그림을 생각해냈다.
실제로 46사이즈 바지를 함께 입고 무대에 오르는 김경욱, 고장환은 그에 따른 고충도 많다고. 제작진에게 개그를 보여줄 때도 함께 바지를 입고, 수정을 거듭할 때도 항상 바지를 입는다. 리허설 때도 입고 공연 때도 입으니 거의 매일 함께 바지를 입고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경욱은 "매일 보니까 사이가 소원해지는 게 있었는데 이 코너 하면서 사이가 더 좋아졌다"며 웃었다.
"아기 목소리를 내는 코너를 많이 해서 어렵지 않게 아기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근데 진지했다가 아기였다가 왔다 갔다 하니까 쉽진 않더라고요. '뽀요요~', '베베' 하다가 어른 목소리를 내는게 목소리가 굵지 않다보니 어렵기도 해요."(고장환)
"코너라는게 극과극으로 갈리는데 대다수의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다행이에요. 옛날에 했던 개그들은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해주셨거든요. 특히 '초코보이'는 매니아들이 미친듯이 좋아해주셨죠. '화니베베'는 아기 캐릭터도 있고 하니까 더 대중적인 것 같아요. 요새 '오 마이 베이비'처럼 아이들 나오는 프로그램이 대세잖아요. 그런 부분도 좀 생각했어요."(김경욱)
'웃찾사'를 주름잡던 선배들이 초심으로 돌아가니 '웃찾사' 분위기도 더 좋아졌다. 이미 김경욱, 고장환이 돌아올 때부터 '웃찾사' 개그맨들은 좋은 분위기를 끌어내고 있었다. 편성 시간대도 주말 황금 시간대가 됐고, 신인 개그맨들 역시 열정이 넘쳐 선배들까지도 탄력 받았다.
"신인들이 정말 잘 해요. '웃찾사'도 교류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의 기강과 화합,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좀 분위기가 안 좋을 때도 있었죠. 지금은 멘토, 멘티 제도도 있어요. 안철호 감독님이 제안한건데 선배들이 같이 코너를 만들면서 멘토가 되어주니 좋아 보이더라고요. 저희 같은 경우에도 후배들이 연락 와서 이것 저것 물어보고 조언을 구할 때가 있는데 '선배로 인정해주는구나' 뿌듯했죠."(김경욱)
김경욱, 고장환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인기에 취해 앞을 보지 못했던 과거를 반성했고, 부침의 시간동안 얻은 교훈을 자신들의 무기인 개그로 표현하고자 했다. 개그에 대한 열정도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김경욱은 "그 때는 너무 어렸고 이런 기회가 나한테 다시 올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때 잘 할 걸' 박탈감을 느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고장환 역시 "그 땐 여유를 부렸다. 지금 '화니베베'로 다시 기회가 온 거라고 생각하고 진짜 국민들을 웃긴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과거에 기회를 놓쳐본 경험을 해봤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았어요. 우리 내공이면 또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죠. 지금은 그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요. 나이가 좀 있으니까 철도 든 것 같아요. 옛날에는 그냥 붕 떠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알아봐주고 찾아주는 것에 젖어서 방탕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볍게 살았던 것 같아요. 이제 나이도 있고, 진중하게 미래도 생각해야 될 때니까 과거도 되돌아보면서 굳건하게 미래를 준비하려 해요. 이제 올곧게 살아가려 합니다. 경험이 있으니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어릴 때 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라 생각해요."(김경욱)
"잘 나갔을 때는 항상 미래를 생각하면서도 미래의 내가 지금을 돌아봤을 때 '내가 잘 살았을까'를 생각할 거라는 걱정을 안했어요. 지금은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어떨까 걱정을 하다보니 좀 더 옛날과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고장환)
마음가짐이 달라진 만큼 김경욱, 고장환은 확실히 더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선배가 돼있었다. 그런 선배들을 보고 함께 하는 도광록 역시 배운 것이 많다.
"사람들이 웃어줄 때 거기서 오는 뜨거움이 있어요. 2001년 공채로 시작해서 15년 정도 됐는데 '웃찾사'에 기여할 수 있는 개그를 지속적으로 하고싶어요. 완전 새로운 그림의 개그를 만들겠습니다."(김경욱)
"올해 안에 '웃찾사'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싶어요. 책임감을 갖고 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나서서 혼나고 좌절 하더라도 무모한 도전을 해볼 생각입니다."(고장환)
"저도 나중에 후배가 생기고 할텐데 선배들의 좋은 점을 많이 배워 놓으려고요. 더 좋은 선배가 되고 장점을 살리는 개그를 하겠습니다."(도광록)
['웃찾사' 김경욱, 고장환, 도광록.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