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최동훈 감독은 역시 최동훈 감독이다. 배우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조진웅, 이경영, 최덕문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이 의기투합한 영화 ‘암살’은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까지 이들의 엇갈린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영화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도둑들’. 평단과 관객 모두를 사로잡은 최동훈 감독의 차기작인데다 시상식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시상식 라인업’ 캐스팅까지. 면면이 화려했던 탓에 일찌감치 올해 기대작으로 지목됐던 ‘암살’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을 보기 좋게 배반한다.
순 제작비만 180억원. 작은 영화 몇 편은 만들 수 있는 제작비이지만, 작품성과 별개로 의외의 흥행을 거두고 있거나 영화는 좋지만 여러 이유로 흥행 참패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2015년 한국영화의 틈바구니 속에서 ‘돈을 내고 볼 만한’ 그리고 ‘즐기고 곱씹을 만한’ 영화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두 손 들고 환영할 만하다.
‘암살’은 그동안 최동훈 감독이 선보여 왔던 스타일리시한 영화들과는 사뭇 다르다. 유머러스하지만 전작들에 비하면 영화의 맛을 더하는 정도다. 한층 진중해진 탓에 특유의 유머와 화려함, 재기발랄함으로 가득한 최동훈 감독 특유의 색이 살지 않지만 이제 5번째 영화로 관객들과 만나는 최동훈의 ‘감독 인생 2막’을 여는 작품으로 본다면 이 또한 나쁘지 않다. 여전히 최동훈 감독의 영화는 맛깔스럽다.
중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재현한 1930년대, 박진감 넘치는 총기 액션 등도 잘 빠졌다. 배우들 역시 보는 재미를 한껏 높이는데, 이름만으로 신뢰를 안기는 배우들이 제 롤을 충분히 해낸다. 전지현은 최동훈 감독과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이정재는 이 작품으로 다시 한 번 충무로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하정우는 자신만의 느낌으로 하와이 피스톨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완벽하게 만든다. 연기력을 논할 필요조차 없는 ‘천만 요정’ 오달수는 심지어 멋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조진웅이 없었다면 ‘암살’은 지루한 영화가 됐을 것이다. 여기에 최덕문은 왜 대한민국 톱스타들로 가득한 라인업에 자신이 어깨를 나란히 할 수밖에 없었는지 영화를 통해 증명한다.
아쉬운 건 영화 스스로 스포일러를 한다는 점. 프롤로그가 가장 큰 함정이다. 여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이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할 과정들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관객이 예상하는 스토리가 대부분 들어맞을 전망이다. 특히 기능적 캐릭터로 전락해버린 한 인물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암살’은 적나라하다 못해 노골적으로 ‘애국 코드’에 호소하지 않으면서도 ‘이름 없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묵직하게 전한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여운이 남는다. 여름 시즌에 딱 맞는 블록버스터면서도 의미를 담아냈다. 최동훈 감독의 흥행 5연타도 꿈이 아니다. 오는 22일 개봉.
[영화 ‘암살’ 스틸과 포스터. 사진 = 쇼박스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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