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익숙하기도, 새롭기도 하다. 이 두가지 매력이 완벽한 합주를 선보이니 처음부터 끝까지 탄탄함이 느껴진다. 연기, 음악, 안무 등 어느 것 하나 구멍이 없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인 황후 엘리자벳의 일생을 그린 뮤지컬로 드라마틱한 그녀의 일대기에 판타지적인 요소인 죽음(Der Tod)이라는 캐릭터를 추가해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독특한 설정과 탄탄한 이야기 전개, 현대적인 영상과 조명을 활용한 세련된 무대 예술은 국내외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내 '제6회 더뮤지컬 어워즈'에서 12개 부문에 후보작으로 선정, 최다 노미네이트 됐으며 올해의 뮤지컬상을 비롯해 총 8개 부문을 석권하는 쾌거를 이뤘다.
2012년 초연 당시 '엘리자벳' 인기는 상당했다. 작품성은 물론 다채로운 캐릭터가 막강한 티켓파워를 이끌어냈다. 옥주현, 김선영, 김소현, 류정한, 송창의, 김준수, 박효신, 전동석 등 쟁쟁한 뮤지컬 스타들의 호흡 역시 '엘리자벳'의 이름값을 높였다. 때문에 '엘리자벳'의 귀환은 관객들을 더욱 흥분시켰다.
2015년 새롭게 돌아온 '엘리자벳'은 익숙함 속에서도 새로움을 찾았다. 초연의 잔상이 강할수록 익숙함이 짙게 나타나지만 '엘리자벳'은 익숙함에만 머물지 않았다. 캐릭터에 변주를 주면서 새로움을 줬고, 익숙함은 탄탄함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엘리자벳'의 기본적인 설정이 독특하다보니 이야기 전개는 여전히 지루하지 않다. 대부분의 작품이 드라마틱한 일대기를 사는 주인공의 휘몰아치는 인생을 그리는 가운데 '엘리자벳'은 그 익숙함을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새롭게 만들었다. 죽음(Der Tod)을 형상화 하면서 인간과는 가까이, 그러나 판타지적으로 표현한다.
죽음이 형상화 되니 각 인물들의 감정선이 더욱 잘 드러난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삶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엘리자벳, 어린시절부터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그녀의 다양한 감정이 죽음이라는 캐릭터를 만나면서 더 강하게 표현된다. 또 죽음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작품은 더 치명적으로 다가오고 그 과정에서 세련미가 배가된다.
전달자 역할을 하는 루케니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도 흥미롭다. 이야기의 처음과 끝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동시에 다양한 역할로 극 중간 중간 등장해 완급조절을 한다. 웃음을 주기도,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이해도를 높이기도 한다.
넘버 역시 귀에 쏙쏙 박힌다. 대게 대중 가요 성격이 강한 넘버가 익숙하기 마련인데 '엘리자벳' 속 넘버는 꼭 대중 가요 성격이지만은 않음에도 관객들 귀를 사로잡는다. 듣기 편하지만 풍성한 음악 장르 덕분일 터. 록, 클래식, 팝 등 각 인물마다 캐릭터에 맞는 장르의 넘버를 소화하며 감정선을 그대로 표출한다.
'나는 나만의 것', '내가 춤추고 싶을 때', '그림자는 길어지고', '마지막 춤' 등이 인물의 격한 감정 변화를 직구로 전달하는 동시에 감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이와 함께 회전 무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각종 배경 설정과 무대 배경, 인물들의 안무가 '엘리자벳' 특유의 풍성한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익숙하고도 새로운 배우들의 합도 좋다. 조정은은 어린 시절부터 늙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의 엘리자벳을 완벽하게 표현한다. 자유를 갈망하는 발랄함부터 거친 풍파로 인해 지칠대로 지쳐버린 상처 입은 영혼까지, 겉모습은 물론 물오른 조정은의 감정 연기가 몰입도를 높인다.
최민철의 루케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거칠면서도 능글맞고 토드 못지 않게 치명적이다. 극을 이끌어가는 최민철만의 흡입력이 무대 위 그의 진가를 입증한다. 관객들과 소통하는 연결고리인 동시에 극중 인물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다양한 매력을 발산한다.
'엘리자벳'을 통해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한 세븐(최동욱)은 첫 뮤지컬 치곤 선방했다. 역대 토드 역 배우들이 그랬듯 독특하면서도 치명적인 분위기로 존재감을 뽐낸다. 댄스 가수인 만큼 몸놀림이 어색하지 않고 고음도 무난하다.
조연 및 앙상블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토드 주위에서 죽음을 표현하는 죽음의 천사들의 절도 있는 안무와 다양한 인물로 분해 제 역할을 다 하는 앙상블의 실력이 돋보인다.
뮤지컬 '엘리자벳'. 공연시간 170분. 9월 6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문의 (주) EMK뮤지컬컴퍼니 1577-6478.
[뮤지컬 '엘리자벳' 공연 이미지.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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