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무리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신중하다. 토종 에이스 유희관의 9일 잠실 LG전 선발 등판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당연하다. 유희관은 6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동료 투수들과 그라운드 러닝을 하다 왼 발목을 다쳤다. 중앙대 시절 이미 다친 전력이 있었다. 수술을 받지는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인대는 약했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에도 왼 발목이 그렇게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당시 유희관은 곧바로 이경태 정형외과로 이동, 정밀검진을 받았다. 단순 염좌로 판명났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유희관은 예정된 9일 선발등판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모든 선발투수가 그렇지만, 유희관은 유독 선발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 걸 중시한다. 하지만, 김 감독은 7일에도 결정을 보류했다. 8일에는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한다. 김 감독 말대로 무리할 필요는 없다.
▲아직 승부처 아니다
최근 넥센 염경엽 감독은 "25경기 정도 남았을 때 상황을 봐서 승부를 걸 것인지를 결정하겠다"라고 했다. 결국 시즌 막판 25경기 남은 시점이 순위싸움의 진정한 승부처. 현재 각 팀들은 98~101경기를 치렀다. 올 시즌부터 144경기 체제가 되면서 아직도 40경기 넘게 더 치러야 한다. 2위 NC에 0.5경기 뒤졌고, 4위 넥센에 1.5경기 앞선 3위 두산의 최종순위는 현 시점에서 전혀 점칠 수 없다.
NC, 넥센과의 2위 다툼은 매우 중요하다.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2위는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을 위한 사실상의 마지노선. 4~5위 단판 와일드카드 시리즈가 도입되면서 예년과는 달리 3위와 4위의 차이도 확실하게 생겼다. 시즌 막판에 접어들면 투수 변칙운영 등 총력전이 예상된다. 다만, 세 팀의 전력이 크게 차이가 없다면, 갑작스럽게 승차가 확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 때문에 현 시점에선 크게 무리할 필요는 없다. 더스틴 니퍼트가 돌아오면서 선발진 운영에도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발목의 중요성
투수는 팔로 공을 던지지만, 투구 매커니즘상 하체의 힘과 상체와의 밸런스가 더욱 중요하다. 왼손투수 유희관에게 왼 발목은 중심축을 유지하는 발. 팔을 테이크백하는 동시에 오른발을 최대한 타자 쪽으로 내딛고, 왼발이 뒤에서 중심을 강하게 잡아줘야 힘 있는 볼을 뿌릴 수 있다. 유희관은 직구 130km대에 불과하지만, 볼 끝이 묵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공이 느리지만,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가서 던진다"라고 했다. 왼 발을 지탱하는 발목이 좋지 않다는 건 간과할 일이 아니다. 발목은 전체적인 투구 밸런스를 잡아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구나 과거 부상 전력으로 이미 인대가 약한 상태라면 더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물론 유희관도 던질만하니 던지고 싶다고 코칭스태프에게 말했을 것이다. 실제 9일 경기에 정상적으로 등판, 그 이후에도 아프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두산으로선 안심할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체적인 관리계획을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 혹시라도 9일 경기에 등판했다가 발목에 또 다시 이상증세를 느낀다면 두산과 유희관 모두에게 어마어마한 손해다.
▲개인기록도 이상 無
유희관은 현재 다승 1위(14승), 평균자책점 5위(3.25), 최다이닝 2위(141⅓이닝)를 달린다. 다승과 최다이닝에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다승은 2위 그룹(알프레도 피가로, 에릭 해커-12승)과 2승 차로 벌린 상황. 하루라도 빨리 더 간격을 벌리고 싶을 수 있다. 최다이닝은 2위지만, 토종 투수들 중에선 1위. 지난해에도 177⅓이닝으로 토종 투수들 중 최다이닝 1위(전체 4위)였다. 2년 연속 토종 1위를 위한 욕심이 없는 게 이상하다. 모든 선발투수에게 승리 그 이상으로 중요한 가치가 이닝 소화다.
그러나 이 역시 9일 경기에 나서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큰 타격을 받는 건 아니다. 다승은 여전히 2승의 여유가 있고, 최다이닝의 경우 유희관보다 1이닝 적은 140⅓이닝의 윤성환(삼성)이 7일 포항 SK전에 등판하면서 11일~12일까지 등판할 일이 없다. 유희관으로선 약간의 여유가 있다. 외국인투수들과의 경쟁도 있지만, 아직 많은 게임이 남은 걸 감안할 때 9일 등판을 거른다고 해서 크게 대세에 지장을 받는 건 아니다.
김태형 감독이 어떤 결론을 내릴까. 초보 감독답지 않게 무리수 없이 안정적으로 시즌을 운영하는 걸 감안하면 9일에는 임시선발을 내세울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유희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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