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현 시점에선 이견이 없다. 박병호(넥센)와 에릭 테임즈(NC)는 올 시즌 MVP 1순위다.
KBO리그 정규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드는 시점. 가장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돌아가는 MVP 후보군도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 박병호와 테임즈를 제외하면 말이 안 될 것 같다. 두 사람은 올 시즌 괴물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박병호는 언뜻 보면 지난해보다 조금 부족한 듯하지만, 2~3년 연속 리그 최강의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테임즈는 외국인타자 새 역사를 쓸 기세. 지난해도 좋았는데, 올 시즌에는 더 뛰어나다.
올 시즌 박병호와 테임즈가 정규시즌 MVP에 도전하는 건 엄청난 의미가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선의의 경쟁 그 자체에도 의미가 있다. 박병호는 올 시즌 타율 0.345 38홈런 104타점 93득점 OPS 1.140, 테임즈는 올 시즌 타율 0.373 35홈런 101타점 99득점 28도루 OPS 1.287.
▲이승엽·선동열 뒤를 잇는다
박병호는 2012년, 2013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MVP를 노린다. 현재 홈런과 타점 1위를 달리는 박병호가 홈런왕에 오를 경우 MVP 가능성이 커지는 건 분명한 사실. 역대 MVP 경쟁이 홈런왕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전개됐다. 더구나 박병호는 누구도 해내지 못한 4년 연속 홈런왕에 도전 중이다. 좀 더 힘을 내면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50홈런 달성도 가능하다.
박병호가 통산 세 번째 MVP에 선정된다면 5회의 이승엽(1997년, 1999년, 2001년, 2002년, 2003년)에 이어 3회의 선동열(1986년, 1989년, 1990년)과 함께 역대 MVP 최다수상 공동 2위에 오른다. 동시에 김성한(1985년, 1988년), 장종훈(1991년, 1992년)을 뛰어넘는다. 박병호로선 욕심이 나지 않는 게 이상하다. 더구나 박병호는 올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박병호로선 당분간 국내에서 MVP에 도전하는 마지막 시즌일지도 모른다.
▲17년만의 외국인타자 MVP
지난해 입단한 테임즈는 생애 첫 MVP에 도전한다. 홈런과 타점에선 박병호에게 약간 뒤지지만, 타율은 크게 앞선다. 또한, 테임즈는 30홈런-30도루는 무난하고, 44경기를 남긴 상황서 산술적으로는 40-40에도 도전할 수 있다. 만약 테임즈가 40-40에 성공한다면 MVP 명분은 더욱 확실해진다. 박병호는 갖고 있지 않은 부분. 전반적인 영양가 측면에선 테임즈가 결코 박병호에게 뒤처지지 않는다.
테임즈가 MVP에 선정된다면 타이론 우즈(OB, 1998년) 이후 17년만의 외국인타자 MVP가 된다. 당시 우즈는 42홈런으로 이승엽을 제치고 홈런왕에 등극, 리그 최고 선수로 공인 받았다. 외국인투수까지 포함하면 2007년 다니엘 리오스(두산) 이후 8년만의 도전. 리오스가 훗날 일본에서 약물파동을 겪은 걸 감안하면 테임즈가 17년만에 KBO리그 성역을 깨는, 매우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섰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시절 이승엽·우즈처럼
박병호와 테임즈는 2년 연속 최고타자를 놓고 경쟁하는 모양새. 두 사람은 역대 한 시즌 최다 201안타를 쳤던 서건창(넥센)에게 MVP를 내줬다. 하지만, 두 사람의 직, 간접적인 경쟁은 지난해에도 대단했다. 박병호는 타율 0.303 52홈런 124타점, 테임즈는 타율 0.343 37홈런 121타점. 홈런과 타점에선 박병호의 승리였다. 타율은 테임즈의 승리. 박병호가 홈런과 타점 모두 리그 1위에 올랐지만, 테임즈 역시 홈런 3위, 타점 2위로 리그 최정상급이었다.
박병호와 테임즈의 MVP 맞대결은 과거 이승엽과 타이론 우즈의 경쟁과 흡사한 부분이 있다. 1998년 국내에 입단한 우즈는 42홈런으로 38홈런의 이승엽을 제치고 홈런왕과 MVP 동시석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듬해 이승엽은 사상 첫 50홈런(54홈런) 고지를 깼고 MVP도 가져갔다. 34홈런의 우즈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그러나 우즈가 2000년 39홈런으로 36홈런의 이승엽을 다시 꺾는 등 2002년까지 국내에서 맞대결했다. 두 사람은 훗날 일본에서도 요미우리와 주니치 외국인타자로 뛰며 수년간 자존심 싸움을 펼쳤다.
박병호와 테임즈의 홈런, MVP 경쟁은 과거 이승엽과 우즈에 비하면 임팩트가 떨어진다. 박병호가 올 시즌 직후 해외에 진출하면 두 사람이 더 이상 같은 리그서 뛴다는 보장도 없다. 다만, 과거 이승엽-우즈 시절 이후 오랜만에 국내 최강의 홈런타자와 2년 연속 맹활약 중인 외국인타자의 2년 연속 선의의 경쟁 그 자체가 신선하고 의미가 있다.
[박병호와 테임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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