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빠진 게 크긴 크네."
지난 9일 허벅지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된 삼성 이승엽.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의 허벅지 부상이 심각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휴식을 부여했다. 멀리 내다본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승엽이 빠진 뒤 삼성 타선이 전체적으로 주춤하다. 류중일 감독은 12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승엽이가 있는 것과 없는 건 다르다. 빠진 게 크긴 크다"라고 했다.
삼성은 이승엽 없이 4경기를 치렀다. 성적은 2승2패. 이 기간 삼성의 팀 타율은 고작 0.195. 특히 이승엽이 빠진 뒤 6~9번 타순은 50타수 7안타, 타율 0.140에 불과했다. 찬스를 만드는 것도 버거웠다. 해결능력도 떨어졌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이승엽 없이 버텨내는 건 매우 중요한 과제. 지금까진 확실한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무게감의 차이
이승엽은 올 시즌 주로 6번타순에 배치됐다. 야마이코 나바로가 3번으로 옮기면서 박석민 혹은 채태인이 7번까지 내려오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렇게 되면서 이승엽과 박석민, 혹은 이승엽과 채태인이 7번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 무게감에서 3~5번 클린업트리오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거대한 3~7번 중심타선이 시너지효과를 생산, 대량득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 이 부분은 삼성 공격력의 핵심이자 최대장점.
그러나 이승엽이 빠지면서 채태인이 6번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7~9번 타순이 상대적으로 허약해졌다. 물론 올 시즌 타격이 급성장한 이지영과 이흥련이 8번에 버티고 있다. 하지만, 9번 김상수는 현재 각종 잔부상으로 타격감이 썩 좋지 않다. 최근에는 선발 출전과 교체 출전을 반복하고 있다. 7번은 마땅한 적임자가 없다. 이상훈, 이영욱, 최선호가 연이어 기용됐으나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6번으로 올라간 채태인의 최근 타격감도 아주 좋은 건 아니다. 그러면서 6~9번에서 찬스가 연결되거나 해결되지 못하고 툭툭 끊기는 느낌이 강하다. 확실히 이승엽의 6번 공백이 느껴진다.
▲박한이·이승엽 연쇄 컴백
물론 당장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확률은 크지 않다. 일단 박한이가 빠르면 이번 주말 한화와의 포항 2연전부터 1군에 합류한다. 7월 4일 대구 LG전서 2루 도루를 하다 갈비뼈를 다친 박한이는 현재 몸 상태를 많이 회복했다. 류 감독은 "퓨처스리그에 몇 차례 출전시킬 것이다. 결과를 보고 복귀 시기를 결정하겠다. 빠르면 한화전부터 나온다"라고 했다.
박한이가 복귀하면 하위타선은 강화된다. 7번의 주인공은 박한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테이블세터로도 손색이 없지만, 그동안 잘해왔던 구자욱-박해민을 흔들 이유는 없다. 박한이 개인적인 동기부여도 확실하게 돼 있다. 68안타의 박한이는 40경기도 채 남지 않은 상황서 32안타를 추가, 데뷔 후 15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노린다. 매 타석 집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여기에 이승엽이 다음주 합류할 경우 하위타선 빈타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될 수 있다.
▲장기적인 시선
장기적으로는 이상훈, 최선호, 박찬도, 백상원 등의 성장이 매우 중요하다. 이들 모두 재능을 갖고 있다. 실제 백상원은 김상수 대신 선발 출전해 맹타를 휘두르기도 했다. 결국 공수에서 꾸준함을 증명할 수 있느냐가 관건. 삼성 야수진의 시스템상 주전들이 다쳤을 때 이들이 하위타선에 가세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게 팀 경기력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또 하나. 지금 6~7번에 들어갈 수 있는 이승엽과 박한이는 진갑용이 은퇴하면서 팀 내 서열 1~2위 베테랑이 됐다. 두 사람이 당장 은퇴하지는 않지만, 삼성에서 뛸 날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는 않다. 언젠가는 이들의 자리를 또 다른 선수들, 그리고 그들의 백업이 메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승엽 없는 삼성 하위타선의 경쟁력이 매 경기 시험대에 오르는 건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이승엽과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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