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2005년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주연으로 데뷔한 이래 정확히 10년.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하정우는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로버트 드 니로의 모든 작품을 DVD로 소장하고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룰 줄줄 꿰는 영화학도에서 천만영화를 책임지는 듬직한 배우로 거듭났다.
중앙대에서 함께 영화의 꿈을 키워온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보이즈’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군도’ 등 4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영화적 의리’를 지켰고, 김기덕 감독의 ‘시간’, 이형곤 감독의 ‘구미호가족’ 등 작가주의 감독의 작품에도 꾸준히 출연하며 연기의 보폭을 넓혔다.
2008년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가 507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본격적인 흥행배우 타이틀을 거머쥔 그는 2008년 ‘국가대표’(848만), 2012년 ‘베를린’(716만), 2013년 ‘더 테러 라이브’(558만) 등 4편의 영화에서 500만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았다.
배우 뿐 아니라 연출에도 재능을 보인 그는 ‘롤러코스터’에선 감독, ‘허삼관’에선 주연과 감독을 맡기도 했다. 비록 대중의 호응은 얻지 못했지만, 그의 영화적 야심은 더욱 깊어지고 넓어졌다.
‘암살’에서 그가 맡은 하와이피스톨은 위험부담이 있는 캐릭터였다. 너무 장르적이었다. 과거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살인 청부업자인데, 이런 캐릭터는 갱스터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인물 유형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하정우는 “‘암살’은 영화적이다”라고 말했다. 일제 강점기의 현실에서 어울리는 않는 역할이었지만, 오히려 이러한 장르적 클리셰를 갖춘 캐릭터가 대중을 열광시켰다.
“우아하고 멋있고 로맨틱한” 모습을 원했다는 최동훈 감독의 바람대로, 하정우는 나라를 잃은 슬픔과 친일 아버지에 대한 증오 속에서 삶을 소비하는 인생을 살다가 안옥윤(전지현)을 만나 거사에 가담하는 캐릭터를 ‘폼나게’ 소화했다. ‘암살’을 본 대부분의 젊은 관객이 하정우의 매력에 빠진 이유는 그가 캐릭터의 장르적 특성을 제대로 살렸기 때문이다.
하정우는 ‘암살’ 천만 돌파의 기쁨을 누릴 여유도 없이,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 촬영에 매진하고 있다. 영화 ‘아가씨’는 1930년대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그녀의 재산을 노리는 사기꾼 백작(하정우)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기꾼 백작 역을 맡은 하정우는 섹시하고 날렵한 몸을 위해 꾸준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해 10kg을 줄이고, 1930년대 일본어를 완벽하기 구사하기 위해 일본어 삼매경에 빠지는 등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친일파를 처단하는 살인청부업자에서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사기꾼 백작으로의 변신. 벌써부터 내년이 기다려진다.
[하정우. 사진 = 마이데일리 DB]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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