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충분히 통할 것이다. 스윙이 좋고, 자신감이 넘친다."
박병호(넥센 히어로즈)는 올 시즌이 끝나면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능하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박병호에게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홈런, 타점왕. 그리고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50홈런을 기록한 그는 명실상부 리그 최고의 타자다. 올해는 138경기를 치른 현재 타율 3할 4푼 3리 52홈런 143타점 출루율 4할 3푼 6리를 기록 중. '힘 하나는 장사'라는 평가가 전부였던 박병호는 완성형 타자로 진화했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도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2일 목동구장에서 기자와 마주앉은 폭스는 자신의 KBO리그 적응기를 들려주면서 박병호를 언급했다. 그는 "박병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다"고 운을 뗀 뒤 "스윙이 좋고, 자신감이 넘친다. 공을 보고 기다릴 줄도 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폭스는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총 193경기에 나섰고, 타율 2할 3푼 7리(489타수 116안타) 20홈런 73타점을 기록했다. 2009년에는 시카고 컵스에서 82경기 타율 2할 5푼 9리 11홈런 44타점을 올리기도 했다. 입단 당시 포수였던 그는 2루수와 유격수, 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용도가 높았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는 물론 멕시코, 도미니카공화국 윈터리그까지 경험한 폭스. KBO리그에는 올해 첫발을 내디뎠고, 36경기에서 타율 2할 8푼 2리(103타수 29안타) 7홈런 24타점을 기록 중이다. 9월 이후 22경기 타율 3할 2리(63타수 19안타) 5홈런 17타점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합류 4경기 만인 지난 5월 23일 수원 kt wiz전에서 햄스트링을 다쳐 지난 8월에야 복귀했다. 8월 10경기에서는 타율 2할 6푼 7리(30타수 8안타) 2홈런 3타점으로 다소 부진했다. 그러나 경기를 거듭할수록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다. '다른 야구'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폭스는 "한국과 미국 야구는 스타일이 다르다"며 "적응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KBO리그 투수들은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데, 미국에서는 매일 구속 96~98마일(약 154.5~157.7km) 빠른 공에 맞서야 한다. 95마일 싱커, 88마일 슬라이더에도 적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팀마다 공략법은 다르다. 상대 팀이 어떤 방식으로 승부할 지도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폭스는 "나도 80~100타석째부터 적응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박병호는 성남고 시절 일찌감치 '차세대 거포 유망주'로 꼽혔다. 봉황대기 전국대회에서 4연타석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LG는 주저 없이 박병호를 1차 지명했다. 그러나 입단 이후 4시즌 동안 LG에서 1할 9푼 1리 24홈런 81타점을 기록한 게 전부였다.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으로 이적하기 전까진 '미완의 대가'였다.
하지만 이적 첫해 후반기에만 12홈런을 때려내며 '거포 본능'을 뽐냈고, 이후 리그 최고의 타자로 재탄생했다. 팬들이 홈런을 원하면 타구를 담장 너머로 보냈고, 득점이 필요할 땐 적시타로 귀중한 타점을 올렸다.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한 약점도 완전히 극복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나도 스카우트를 해봤다. 타자의 경우 정확성과 스윙 메커니즘을 더 중요하게 본다"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출루율이나 볼넷을 보진 않는다. 결국 잘 치는 선수가 우선이다. 박병호는 도루 능력이 있고, 수비도 되는 4번타자다. 그래서 더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평가한 바 있다.
폭스는 성공을 위한 조건을 달았다. 심리적인 부분이다. 그는 "리그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참고 기다리면 된다. 자신감만 유지하면 잘될 것"이라며 진심으로 응원했다. 폭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진지함이 묻어났다.
[한화 이글스 제이크 폭스, 박병호(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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