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참하면 상 안 준다, 대종상은 참여상? [김미리의 솔.까.말]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대종상영화제가 다시 한 번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힐튼호텔에서 제52회 대종상영화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최하원 집행위원장은 그동안의 잡음을 의식한 듯 "그동안 대종상에 여러 가지 굴곡이 있었지만 다시 출발선에 섰다. 누가 보더라도 공정하고 흠이 없는 훌륭한 대종상으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말하고자 한다.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현장에서 번복됐다. 조근우 본부장이 “영화제는 배우와 국민이 함께 해야 하는데 대리 수상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참석이 안 되면 상은 주지 않고 다른 배우에게 전달하는 쪽으로 정했다”고 말했던 것. 이는 그동안 여러 시상식에서 암암리에 자행돼 온 ‘불참=수상불가’를 공식적으로 확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기서 대리 수상이 왜 좋지 않은 것인지, 수상자가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국민과 함께 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또 뛰어난 연기력으로 수상자로 지목됐지만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한 배우 대신 참여가 가능한 배우가 상을 받는 것이 이들이 말하는 공정성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곱씹어 볼 만하다.

앞서 대종상영화제는 지난 2011년에도 시상식 불참자를 후보 리스트에서 제외시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써니’에 출연했던 심은경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시상식 당일 재발표된 후보 명단에서 제외됐다.

당시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심은경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종상영화제 후보 올려주셨었는데 학교 일정 때문에 참석을 못한다고 하니 명단에서 제 이름이 빠졌네요. 씁쓸하네요. 뉴욕에서 서울까지 가는데 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마음은 정말 간절했는데 참 많이 속상합니다. 내가 후보에 올려 달란 것도 아니었는데 왜 올려놓고선 이렇게 상처를 주시는지. 하 상이 뭔지”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여우주연상 후보는 빼셨으면서 왜 조연상은 안 빼셨는지. 아 진짜 웬만하면 이런 거 안 쓰려고 했는데 진짜 할 말이 없고 다시 한 번 이 세계의 쓰라린 경험을 느껴본다. 이건 아니다. 정말 이건 아냐”라면서 씁쓸한 심정을 내비친 바 있다.

그 해 대종상영화제는 심은경 뿐만 아니라 후보에 올랐던 ‘부당거래’의 류승범(남우주연상), ‘고지전’과 ‘최종병기 활’의 류승룡(남자조연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서영희(여자조연상) 또한 최종 후보에서 제외시켰다.

모든 영화제가 대종상영화제 같은 건 아니다. 일례로 지난 2011년 제64회 칸국제영화제는 미국의 거장 테렌스 맬릭 감독의 ‘더 트리 오브 라이프(The Tree of life)’에 황금종려상을 안겼다. 테렌스 맬릭 감독은 유명한 은둔자다. 물론 시상식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상자의 참석 여부가 아닌 작품성만을 보고 수상여부를 결정한 칸 국제영화제는 테렌스 맬릭 감독에게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수여했다.

영화제는 일정 기간 동안 가장 빼어난 연기력, 연출력, 기술력 등을 선보인 이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치하하는 일종의 축제다. 결코 참석 여부가 이들의 공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뛰어난 실력과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은 이들이 단지 참석을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수상자에서 제외되고, 참석이 가능한 배우가 그 공로를 대신 인정받는 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그 즉시 해당 영화제는 공정성은 물론 진정성까지 훼손당한다.

대종상영화제 측은 이날 마이데일리에 해당 발언에 대한 입장을 이달이나 내달 보도자료를 통해 자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참자=수상 불가’라는 발언이 나온 배경과 자세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길 원했지만 대종상영화제 측은 고위 담당자가 14일 중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말을 전했다. 하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고, 궁금증 또한 해소될 수 없었다.

대종상영화제는 그동안 논란을 거듭해왔다. 지난 51회 때는 기자간담회에서 불협화음이 불거졌다. 정진우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은 "대종상 영화제가 썩 잘 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며 “지난해 8월 6일 조직위원회와 협약서를 만들었다. 당시 영화감독협회장이 집행위원이 되는 것으로 합의를 했는데, 그것을 일시에 뒤엎었다. 빨리 남궁원 회장이 책임져라. 그곳에 앉아 있을 처지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51회 시상식에서 정진우 감독이 영화발전 공로상을 수상했다. 그가 공로상 수상자가 될 만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타이밍이 석연치 않았으며 수상소감 중 자신이 비판했던 남궁원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에게 “소중한 동반자”라고 칭해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 그 해 시상식에서는 당시 표절 논란에 휩싸여 있던 모그가 음악상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호평 받으며 그 해 시상식을 휩쓸었던 ‘한공주’ 같은 영화가 외면 받아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수상결과에 불복해 무효소송이 일기도 했고 감독상 선정 투표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거나, 모 수상자의 소속사가 금품을 돌렸다는 이야기가 돌아 논란이 된 바 있다.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총 23개 부문 중 15개 부문을 독식한 것처럼 몰아주기 비판도 피해갈 수 없었다.

대종상영화제는 그 어느 때보다 공정성과 대중의 신뢰 얻기에 치중해야 할 시기에 직면했다. 영화제 측도 이를 의식한 듯 14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누가 보더라도 공정하고 흠이 없는 훌륭한 대종상으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말하고자 한다. 약속드리겠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말 공정하고 흠이 없는 영화제를 만들고 있는지, 이미 공성성에 금이 간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제52회 대종상영화제 포스터와 대종상영화제 조근우 본부장. 사진 = 대종상영화제 페이스북 캡처,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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