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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아스날 레전드 티에리 앙리는 북런던더비가 끝난 뒤 “오늘은 토트넘이 아스날보다 잘했다”며 솔직한 평가를 내렸다. 양 팀 감독의 발언에서도 이날 경기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패배를 면한 아르센 벵거 감독은 “승점 1점은 공평한 결과”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아쉽게 승리를 놓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선수들이 야망을 보여줬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사실이 그랬다. 올 시즌 첫 번째 북런던더비는 앙리의 말처럼 토트넘이 더 잘한 경기였다.
복기할 지역은 ‘미드필더’다. 메수트 외질이 어떻게 프리미어리그 6경기 연속 도움 신기록을 세웠고, 산티 카솔라가 왜 전반 45분만 뛰고 마티유 플라미니와 교체됐는지, 또 에릭 라멜라, 무사 뎀벨레 등의 엄청난 태클 숫자는 이번 북런던더비를 이해하는 결정적인 포인트다.
#포메이션
벵거 감독은 올 시즌 주요 시스템인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다만 부상으로 인해 세 포지션의 변화가 불가피했다. 시오 월콧 대신 올리비에 지루가 원톱을 맡았고, 알렉스 옥슬레이드-챔벌레인, 아론 램지의 공백은 조엘 캠벨이 대신했다. 그리고 헥토르 베예린의 자리에는 마티유 드뷔시가 메웠다.
포체티노 감독도 4-2-3-1로 맞섰다. 그러나 변화는 없었다. 득점력이 살아난 해리 케인이 최전방에 나섰고 공격 2선에는 크리스티안 에릭센, 라멜라, 델리 알리가 자리했다. 뎀벨레는 중앙 미드필더를 맡았다. 또 부상에서 돌아온 손흥민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전반전
전반 32분 케인의 선제골이 터졌다. 대니 로즈가 전진패스를 시도하는 순간 케인이 아스날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고 페트르 체흐와이 1대1 대결에서 깔끔하게 성공했다. 이날 로랑 코시엘니의 디펜스 포지셔닝은 경기 내내 불안했다. 또 측면 풀백과의 간격도 자주 벌어지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케인이 쇄도하는 순간에도 뒤늦게 라인을 올리려다 뒷공간을 허용했다. 케인은 북런던더비에서 매우 자신감을 있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많은 6개 슈팅을 시도했고 2개가 골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1골을 터트렸다. 치열한 중원 압박 속에 케인은 시종일관 위협적이었다.
#2 vs 4
토트넘이 미드필더 싸움에서 아스날을 압도한 건 숫자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 ‘2 vs 4’ 대결이 펼쳐졌다. 상황에 따라선 거의 ‘2 vs 5’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는 공격 ‘2선’의 다른 움직임이 만든 차이였다. 토트넘은 에릭센, 라멜라, 알리, 뎀벨레가 전방부터 빠르게 상대를 압박했다. 특히 서로간의 간격이 좁게 유지됐다.
반면 아스날은 카솔라와 프란시스 코클랭이 고전했다. 항상 3~4명이 그들을 압박했다. 탈압박에 능한 카솔라마저 자주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렸다. 토트넘과 달리 아스날은 공격 2선에 자리한 외질, 알렉시스 산체스, 캠벨이 미드필더 싸움에 적극 개입하지 않았다. 주로 측면에 포진한 산체스와 캠벨은 토트넘 풀백을 견제하는데 집중했다. 시즌 초반 아스날은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한 램지가 자주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상대와의 중원 대결에서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켐벨마저 측면으로 넓게 서면서 중앙에 카솔라, 코클랭 두 명이 자주 고립되는 모습을 보였다.
태클 숫자를 비교하면 간단하다. 라멜라는 무려 10개의 태클을 시도했다. 그리고 이 중 8개가 성공했다. 태클 위치도 전방과 후방을 가리지 않았다. 끊임없이 수비적인 기여를 한 셈이다. 그 사이 뎀벨레의 수비능력도 돋보였다. 7차례 태클은 모두 성공했고 가로채기도 2개나 됐다. 이와 비교해 아스날 2선의 수비가담은 주로 측면에 한정됐다. 산체스와 캠벨 심지어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외질마저 태클과 가로채기가 측면에 집중됐다.
#외질
그럼에도 아스날은 코너킥을 포함해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14개의 크로스를 시도한 외질의 활약에 힘입어 후반 32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날 외질은 좌우 측면으로 넓게 움직임을 가져갔다. 크로스가 많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토트넘이 미드필더 간격을 좁게 유지하면서 외질은 중앙보다 측면에서 더 많은 공간을 확보했다. 키어런 깁스의 득점 장면에서도 외질은 자유롭게 크로스를 올렸다. 손흥민은 드뷔시를 쫓았고 로즈는 외질을 압박하지 않았다.
#앙리
북런던더비를 위해 영국 스카이스포츠에 출연한 앙리는 경기 후 토트넘을 칭찬하면서 아스날이 후반에서야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트넘이 오늘처럼 경기를 한다면 프리미어리그 빅4에 오를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선수 시절 최대 라이벌이었던 토트넘에 대한 이례적인 극찬이었다.
함께 패널로 등장한 그레엄 수네스 역시 토트넘의 경기력을 칭찬했다. 그는 “올 시즌은 토트넘이 빅4에 오를 기회다. 보통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은 기복이 심하다. 하지만 토트넘은 케인과 요리스가 중심을 잡아준다. 여기에 알리는 19살 선수처럼 보이지 않는다. 몇 년은 프로에서 뛴 것 같다”며 에너지 넘치는 토트넘의 빅4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英 BBC MOTD 캡쳐]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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