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EB하나은행 첼시 리에 대한 신분논란이 일단락됐다.
올 시즌 초반 여자프로농구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첼시 리. 리는 1라운드 5경기서 평균 15.8점(5위), 12.2리바운드(1위), 1.6블록슛(1위)을 기록했다. 프로필은 186cm에 96kg이지만, 실제 100kg가 넘는 듯하다. 세부적인 공수 테크닉은 떨어지지만, 운동능력은 탁월하다. 운동능력만으로도 WKBL을 평정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리는 외모만 보면 영락없는 외국선수. 그러나 하나은행은 리를 혼혈선수로 영입했다. WKBL 규정상 각 구단은 혼혈선수를 2명 보유, 1명 출전시킬 수 있다. WKBL이 규정하는 혼혈선수는 부모 혹은 조부모 중 1명이라도 한국 국적을 갖고 있거나 과거 한국 국적을 갖고 있으면 된다.
하나은행은 리가 혼혈선수라는 걸 증명하는 각종 서류들을 WKBL에 제출했다. 그리고 WKBL은 검토 끝에 리의 신분을 혼혈선수로 인정했다. 결국 하나은행은 외국선수 2명이 동시에 뛰는 효과를 누리며 전력이 급상승했다. 창단 후 계속 하위권에 머물렀으나 올 시즌 3승2패로 1라운드를 마치며 상위권 순위다툼에 뛰어들었다.
▲계속된 논란
리의 주가가 높아지면서 리에 대한 의문과 논란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제까지 WKBL 6개 구단들은 외국선수 혹은 혼혈선수를 영입할 때 해당 선수의 출생신고서, 부모 혹은 조부모의 출생신고서 혹은 사망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해왔다. 외국선수를 혼혈선수로 속여 영입, 리그를 황폐화시키는 걸 막기 위한 WKBL의 엄격한 기준설정.
그러나 하나은행은 리의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 의문을 증폭시켰다. 실제 하나은행이 리에게 접촉하기 전 이미 2개 구단이 먼저 리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영입하려고 했다. 그 중 한 구단은 샐러리캡을 고려, 리 영입을 포기했다. 또 다른 한 구단은 관련 서류를 확보하지 못해 역시 리 영입을 포기했다.
결정적으로 구단들과 리 에이전트의 의사소통에도 혼선이 빚어졌다. 리 에이전트가 '리의 아버지가 한국인' 이라고 했다가 '리의 할머니가 자메이카계 한국인'이라고 말을 바꿨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 리가 어렸을 때 입양된데다 부모가 일찍 사망했다. 그리고 리 조부모의 신분 자료를 찾고, 한국인임을 증명하는 게 쉽지 않았다. 리 영입 과정에서의 각종 불투명성이 하나은행을 향한 타 구단들의 의심과 논란으로 이어졌다.
▲WKBL 해명과 과제
결국 WKBL은 리 신분에 대한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WKBL은 17일 리의 인적사항과 관련, 하나은행이 제출한 서류에 대한 검증 결과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WKBL이 전체를 공개하지 않은 건 리의 최소한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결정이었다)
핵심은 리의 할머니(현숙 리)가 한국인임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WKBL은 하나은행이 제출한 서류를 면밀히 검토했다. WKBL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J법무법인의 검토 결과 하나은행의 서류 위조 가능성이 낮고, 리가 해외동포선수 요건을 갖췄다는 소견을 확보했다. 또한, WKBL은 리가 태어난 미국 주정부와 접촉, 리 신분관련 사항을 확인했다. 가족관계증명서 미제출에 대해선 선수의 신분과 주변환경에 따라 구단들이 WKBL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조금씩 다르다는 게 WKBL의 설명.
결국 리의 출생증명서, 부모와 조부모의 사망확인서를 토대로 할머니 현숙 리가 한국인이라는 게 증명됐다. 그리고 각종 공문서에 아포스티유가 부착, 공문서의 국제적 효력도 인정 받았다. 결과적으로 첼시 리의 할머니 현숙 리가 한국에 주둔했던 미군 마티스 리 주니어와 결혼, 첼시 리 아버지 제시 리를 낳았다. 제시 리가 캐롤라인 리와 결혼, 첼시 리를 낳았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WKBL의 명확한 설명으로 리의 신분은 혼혈선수로 굳어졌다. 다만, WKBL과 6개 구단이 혼혈선수 영입 과정에서 에이전트와의 혼선 방지를 통해 신뢰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그리고 구단들이 좋은 혼혈선수 영입을 위해 해외로 시야를 넓히는 만큼, 토종선수 육성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여자프로농구 수준 향상과 여자농구의 국제경쟁력 향상은 근본적으로 국내선수들에게 달렸다.(무분별한 혼혈선수 영입은 국내선수 육성 의지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혼혈선수가 국내에서 100%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리고 기량이 좋은 혼혈선수들이 전부 귀화를 통해 대표팀에서 뛰는 것도 불가능하다.
또 하나. 첼시 리의 한국 특별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리를 대표팀에 합류시켜 내년 리우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6월13일~19일)에 참가하는 대표팀 전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일부 농구관계자들의 주장. 첼시 리가 특별귀화를 시도하려면(귀화 시험 자격 요건 완화. 일반귀화의 경우 총 3년간 국내에 머물러야 귀화시험 응시 자격 조건이 주어진다) WKBL과 대한농구협회의 추천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와 법무부가 농구계의 특별귀화 시도를 곱게 보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태종, 김한별 등 과거 특별귀화를 했던 선수들이 한국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첼시 리(위), 첼시 리 신분서류(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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