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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세가지가 없었기에 진정한 웰메이드가 가능했다.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 이하 '마을')가 3일 방송된 16회를 마지막으로 종영됐다.
'마을'은 암매장되었던 김혜진(장희진) 시체가 발견되면서 평화가 깨진 마을인 아치아라의 비밀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김혜진 죽음을 둘러싸고 그의 동생 한소윤(문근영)이 진실을 찾아가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완성됐다.
방송 전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이용석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에 찬 모습이었다. 이미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자신감이었다.
이용석감독은 "우리 드라마에는 세가지가 없다"며 첫번째는 멜로가 없다. 멜로가 없는 이상한 드라마다"며 "두번째는 연기 못하는 배우가 없다. 세번째는 쪽대본이 없다. 범인이 누군지 내가 알고 있다. 다들 궁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 드라마에서 이용석감독이 말한 세가지가 없는 드라마는 찾기 힘들었다. '기승전멜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 드라마에는 장르 불문 불필요한 멜로가 들어가 완성도를 망가뜨렸고, '발연기'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연기 못하는 배우들로 인해 몰입도를 깨버렸다.
이 모든 것이 쪽대본 때문이란 말도 있었다. 급하게 쓰여지는 쪽대본으로 인해 불필요한 멜로가 추가 되고, 배우들 역시 인물에 대한 완벽한 이해 없는 연기를 했다. 대본이 미리 준비돼 있지 않으니 촬영 일정은 빡빡할 수밖에 없었고, 생방송처럼 돌아가는 스케줄로 인해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나오기는 힘들었다.
이는 곧 드라마 전개를 바꾸기도 했다. 시청자들 반응을 너무 살핀 나머지 작가가 결말을 바꿔버리거나 애초에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니 이용석감독은 '마을'에 자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 드라마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요소들이 없으니 연출 역시 신날 수밖에 없는 것. 그는 "한국 드라마에 이런 게 흔치 않은데 연출자로서 뒤를 알고 가기 때문에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마을'에는 불필요한 세가지가 없었다. 매력 넘치는 남자 배우, 여자 배우들이 등장했지만 멜로는 없었다. 이야기 전개에 불필요한 요소기 때문에 멜로가 없어도 흥미가 떨어지지 않았다.
발연기도 없었다. 아이돌 출신 육성재마저 작품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었다. 이미 전작을 통해 '연기돌'의 좋은 예로 거듭난 육성재를 비롯 주조연 배우들 모두 탄탄한 연기력으로 작품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연극 및 뮤지컬, 영화에서 활약하는 낯선 배우들의 활용은 '마을'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쪽대본이 없으니 '마을' 촬영은 수월하게 이뤄졌다. 또 시작과 끝이 완벽하게 결정돼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흔들리지도 않았다. 일명 '떡밥'이라 불리는 미스터리가 풀리는 과정 역시 탄탄한 대본 덕에 오차 없이 진실을 향해 갔다.
'마을'은 그야말로 '웰메이드'의 정석이었다. 작품 외적인 것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오로지 작품 자체에만 집중했기에 완성도는 높을 수밖에 없었다. 완성도는 곧 작품성이 됐고, 시청자들이 오랫동안 잊지 못할 명품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한편 '마을' 후속으로는 유승호 박민영 등이 출연하는 '리멤버'가 방송된다. 절대 기억력을 가진 변호사 서진우(유승호)가 아버지 서재혁(전광렬)의 살인 누명을 벗기는 과정을 그린다. 정의로운 검사 이인아(박민영), 조폭 변호사 박동호(박성웅), 망나니 재벌 2세 남규만(남궁민) 등이 어우러져 연기 호흡을 펼친다. 오는 9일 밤 10시 첫방송.
['마을'. 사진 = SBS 방송캡처]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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