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음악극 '밀당의 탄생'(부제: 선화공주 연애비사)이 돌아왔다. 여전히 관객들을 밀고 당기는 기술이 남다르다. 재미는 더 업그레이드 됐고, 센스는 더 차지다.
김수로 프로젝트와 손잡고 돌아온 '밀당의 탄생'(연출 서윤미)은 신라의 선화공주와 백제의 서동 도령이 여성들과 남성들의 마음을 울리는 최고의 선수였다는 기발한 설정 아래 삼국유사 속 '선화공주와 서동왕자' 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코믹 연애사극. 2011년 초연 당시 새로운 코믹 사극으로 인기를 모으며 관객들로 하여금 재연을 기다리게 했다.
다시 돌아온 '밀당의 탄생'은 그 기다림을 완벽하게 충족시킨다. 이미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호평 받은 작품인 만큼 기본이 탄탄하다. 알려진 역사에 재치 있는 설정을 추가하니 창작의 묘미가 빛난다.
최고의 연애 선수 서동과 넘치는 끼를 주체 못하는 철부지에서 내숭 100단 요조숙녀를 오가는 신라시대 공주 선화공주의 밀당이라는 설정은 상상만으로도 통통 튄다. 체통을 지키는 점잖은 사극이 아닌, 본능에 충실한 연애에 집중한 사극이다보니 관객들은 그야말로 무장해제 된다.
본능에 충실하면서도 머리 깨나 굴려야 하는 연애사를 다루기 때문에 남녀 주인공의 심리 싸움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과거 이야기지만 현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아마 평생 달라지지 않을 남녀의 밀당을 보여주기 때문에 공감은 더 크다.
솔직한 연애 심리와 발칙한 대사, 과감한 행동 등이 '밀당의 탄생'만의 유머 코드를 만나 더욱 유쾌하다. 밀당의 탄생 과정을 그리니 밀고 당기는 심리 싸움 끝에 결국 달달한 로맨스의 결론을 맺는 극의 구성이 완성도를 높인다. 웃음과 로맨스가 적절함을 넘어 그야말로 풍성하게 버무려지니 부담 없이 볼 수 있고, 배꼽 빠지게 웃을 수 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배우들의 넘치는 끼. 이들의 밀고 당기기는 비단 인물들간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들의 진지함과 코믹을 오가는 연기는 관객들에게도 수준급 '밀당'의 기술을 부린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발칙한 매력은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들고, 해명왕자의 부담스러우면서도 코믹한 '병맛' 연기는 웃음 폭탄을 터뜨린다. 남이와 분이 역시 감초 역할을 하며 작품 분위기를 더욱 밝게 만들고, 멀티맨 고수가 이야기의 중심을 잡는다.
배우들의 기본적인 연기는 물론 적재적소,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대사 소화력도 몰입도를 높인다. 이와 함께 최근 관객들에게 인기 요소가 되고 있는 '병맛' 코드 유머 역시 웃음을 끊이지 않게 한다. 연기와 춤, 제대로 살리는 유머가 배우들의 넘치는 끼를 만나 극대화된다.
관객들과 적절히 소통하는 것 또한 '밀당의 탄생'을 더 빛나게 하는 요소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동떨어진 채 무게 잡는 극이 아니라 관객에게 다가가고, 그렇다고 큰 부담은 주지 않는 적당한 선을 유지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극과 인물에 가까워지게 한다.
현대극이 아닌 사극이기 때문에 오는 특별함도 있다. 사극 말투는 이들의 점잖으면서도 발칙한 밀당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될 수 있게 만든다. 분명 사극인데 클럽 신, 최근 유행어, 적절한 음악 등 현대의 요소들을 적절히 섞어 또 다른 웃음을 유발한다.
'밀당의 탄생'이 더욱 센스 있게 느껴지는 부분은 적절한 음향 효과. 적절한 상황에 현대적인 요소가 가미된 OST 및 음향 효과가 덧입혀지니 타이밍의 미학이 느껴진다.
'밀당의 탄생'은 관객들과 제대로 밀당하며 남녀노소 모두를 충족시키는 대중적인 극이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기본으로 재치 넘치는 설정을 적절히 가미하며 '밀당의 탄생'만의 웃음과 공감을 만들어냈다.
서동 역은 김도빈, 신재범, 여회현, 선화공주 역은 백은혜, 양서윤, 김다혜, 해명왕자 역은 오대환, 김대곤, 정승준, 고수 역은 최정화, 이현아, 남이 역은 강인영, 안두호, 순이 역은 김해정이 연기한다.
공연시간 100분. 2016년 2월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 2관. 문의 02-548-0598
[음악극 '밀당의 탄생' 공연 이미지. 사진 =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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