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이렇게 기특한 중3, 16세 배우가 있을까 싶다.
2011년 영화 '완득이'로 데뷔해 초등학교 때부터 '블라인드', '마이웨이', '파파로티', '은밀하게 위대하게', '역린', '맨호' 등 수많은 영화에서 어느 주인공의 아역으로 시작을 알렸던 성유빈은 어느새 '대호'에서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그가 석이 역으로 출연한 '대호'는 일제강점기, 더 이상 총을 들지 않으려는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최민식)과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그는 천만덕의 아들로 출연해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무거운 극에 재미와 웃음을 주는 한편, 성인 못지 않는 열연으로 예상 외의 무게감까지 선사했다.
▲ "상황별로 생각하며 연기, 최민식 선생님이 잘해줬다"
극중 석이는 선이와 결혼을 하고 싶어 아버지에게 "그저 나물만 캐지 않겠다. 나도 호랑이 사냥을 하겠다"라며 반항한다. 능청스러우면서도 고집있고, 또 천연덕스럽게 곧잘 연기를 해내는 모습에 관객들은 미소를 짓는다.
"제가 어떻게 했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아요.(웃음) 워낙 많은 분들이 편하게 해주시니까 연기할 때도 편하게 했던 것 같아요. 상황을 계속 생각하면서 감정을 연기했어요. 워낙 그 주변 상황 자체도 연기하기에 딱 분위기가 비슷하게 맞춰졌거든요."
성유빈은 영화에서 가장 많이 도움을 준 사람으로 극중 아버지이자 많은 호흡을 맞춘 천만덕 역의 최민식을 꼽았다. 최민식은 '대호' 오디션에서 성유빈의 눈빛과 연기를 보고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연기호흡을 맞춰본 뒤 발탁하기도 했다.
"진짜 아버지처럼 많이 챙겨주셨어요. 촬영장이 정말 추웠는데, 장난도 많이 쳐주시고 연습할 때도 재미있게 해주셨어요. 제게 장난을 많이 치는데, 구체적으로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민식 선생님 센스가 폭포수처럼 흘러요.(웃음) 트렌디하고 어린 사람들과도 잘 어우르는 분위기예요. 아, '멘붕'이라는 말을 잘 사용하셨어요."
▲ "석이는 궁시렁쟁이, 답답함 공감했다"
극중 석이는 아버지의 단호함에 궁시렁대며 "지가유, 제법 실해유" 등 자기 할 말을 다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담당한다. 그는 석이에 대해 "궁시렁대는 궁시렁쟁이"라고 표현하며 "생각이 많고 하고 싶은게 많은 사춘기 소년"이라고 말했다.
성유빈은 석이와 비슷한 나이대에, 비슷한 사춘기 소년이다. 산 속에 틀어박혀 사는 석이의 답답한 마음을 공감하며 연기했다는 성유빈은 극중 석이와 비슷한 부분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의젓한 모습으로 기자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촬영장에서 '애늙은이'라 불렸던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석이는 결국 선이와 결혼하고 싶어서 아버지에게 대드는 거였어요. 최민식 선생님과 리허설을 하면서 대사를 조금씩 바꿨고, 촬영을 하면서 갑자기 치고 나오는 선생님의 애드리브에 저도 대응을 해야하니 그때마다 새로운 애드리브가 나왔어요. 영화 속에서 아버지 천만덕과 궁시렁대면서 얘기하는 장면은 애드리브가 많아요."
▲ "촬영 후 1년만에 폭풍성장, 계약위반이라고"
대부분 배우들이 처음 자신의 영화를 볼 때는 영화의 흐름보다 자신의 연기를 중점적으로 본다. 하지만 다수의 영화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성유빈은 오히려 "내 연기에 대한 것보다는 영화의 전체적 흐름이나 호랑이 CG를 더 깊이 봤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봤을 때는 영화의 소리, 그리고 비로소 자신의 연기를 봤다.
"호랑이 CG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나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예상하면서 연기했던 것보다 호랑이가 더 무섭게 그려져서, 연기하면서 더 무서운 표정을 지었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생겼어요."
"'대호' 촬영 후 1년만에 선배 배우 분들과 대표님, 감독님을 만났는데 그 사이에 많이 컸거든요. 그런데 대표님께서 '너 계약위반이야. 너무 많이 컸어' 라면서 고소하신다고, 집에 고소장이 날아올 뻔 했어요. 앞으로 더 클거면 188cm까지 커서 다른 작품에도 많이 출연해달라고 하시길래, 알겠다고 했죠.(웃음)"
[성유빈.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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