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일단 희망적이다.
KBO리그 외국인선수의 중요성,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몸값 상한선이 공식적으로 철폐되면서 좋은 선수를 영입하려는 구단들의 경쟁이 극에 이르렀다. 최근 몇 년을 살펴봐도 외국인선수 성패가 시즌 전체 농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두산은 최근 몇 년간 외국인선수 농사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15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외국인선수의 활약은 크지 않았다. 물론 더스틴 니퍼트가 포스트시즌 맹투로 두산의 전력을 상승시켜준 건 맞다. 하지만, 니퍼트는 작년 정규시즌에 각종 잔부상으로 부진했다. 나머지 2명의 선수 역시 영향력이 미미했다.
국내선수들의 활약이 워낙 좋았다. 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외국인선수와 국내 간판선수들이 함께 팀을 이끌어가는 것. 그런 점에서 두산의 올 시즌 뉴 페이스 외국인선수 농사는 상당히 중요하다. 닉 에반스와 마이클 보우덴. 시범경기서 이들의 행보는 나쁘지 않다. 일단 희망적이다.
▲에반스
에반스는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 죽을 쒔다. 7경기에 선발출전, 21타수 4안타(1홈런) 타율 0.190 3타점 1득점에 삼진만 10개를 당했다. 그러나 시범경기서는 점점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8경기서 타율 0.429 2홈런 7타점 9득점으로 괜찮다. 최근 5경기 연속 안타를 때렸고, OPS가 1.198이다.
에반스는 미야자키에서 일본 투수들에게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국내 투수들에 비해 일본 투수들의 스프링캠프 페이스가 빠르다는 게 정설.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운동량을 늘려가던 에반스로선 타격 타이밍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시범경기 초반에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투수들에게도 위압감을 심어주지 못했다.
그러나 12~13일 창원 NC전이 전환점이 됐다. 12일 경기서 홈런을 날렸고, 13일 경기서 3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당시 그는 "1~2일 전부터 밸런스가 좋아졌다"라고 했다. 의도적으로 간결한 스윙을 하면서 안타 생산에 초점을 맞췄고, 자연스럽게 장타 비율도 높아지는 선순환 효과로 이어졌다. 17일 넥센전서는 홈런을 때리기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고척돔에서 홈런생산능력을 과시했다. 김현수가 빠져나간 상황서 에반스가 최근처럼 해주면 올 시즌 두산 타선도 걱정할 게 없다. 언젠가 다시 페이스가 떨어질 것이다. 그때 팀에 입히는 데미지를 최소화하면서 자신도 회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보우덴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확인한 보우덴은 대식가였다. 한국 음식을 정말 잘 먹었다. 국내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융화하려는 모습도 돋보였다. 심리적으로 외롭거나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미야자키 연습경기서 3경기에 등판, 1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좋지 않았다. 팀 적응은 순조로웠지만, 정작 실력에선 의문점을 남겼다. 심지어 시범경기 첫 등판서도 인상적이지 않았다. 12일 NC전서 4이닝 6피안타 5탈삼진 1볼넷 3실점으로 좋지 않았다. 제구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지만, 실투도 적지 않았다.
17일 넥센전서 반등했다. 5이닝 4피안타 5탈삼진 1볼넷 1실점 호투했다. 최고구속은 147km까지 찍혔다. 미야자키에서도 148km까지 나왔다. 150km을 넘기진 못했지만, 직구 자체에 힘이 실려있었다. 느린 커브의 효율성도 살아났고, 슬라이더와 포크볼도 섞었다. 두산의 탄탄한 내야수비와의 궁합도 좋았다. 5이닝 동안 투구수가 66개에 불과했다.
에반스와 마찬가지로 보우덴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현 시점에서 섣불리 평가하거나 전망하기는 이르다. 다만, 두산으로선 한국 문화에 대한 적응력이 빠르고, 동료들과의 케미스트리가 좋다는 점, 투구내용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점 등은 고무적이다.
더스틴 니퍼트가 시범경기서 좋지 않지만, 두산은 그의 KBO리그 5년 커리어를 신뢰한다. 에반스와 보우덴이 정규시즌 개막 후 어떤 실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올 시즌 외국인선수 농사, 나아가 시즌 성적이 좌우된다.
[에반스(위), 보우덴(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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