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정하담의 연기를 한 번이라도 본다면 이 새로운 얼굴에 주목하게 되고 만다. 동양적 마스크에 신비한 분위기. 여기에 사람을 끌어당기는 아우라까지 지녔다. 연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대사 없이도 그 인물의 감정을 돌직구로 던지는 능력도 겸비했다. 주목해야 할 충무로 신인으로 일컬어지는 데 한 치의 부족함도 없다.
영화 ‘스틸 플라워’는 배우 정하담이 두 번째로 촬영한 작품. ‘들꽃’에서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자신의 존재감을 발산했던 정하담은 자신의 두 번째 촬영작에서 주연으로 등장, 러닝타임 내내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을 발산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극 중 하담의 목소리를 듣는 게 더 생경한 일인데도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시선이 집중된다는 사실. 특히 영화 초반 자신이 머무를 수 있는 버려진 빈집을 찾아다니는 동안, 단지 묵직한 캐리어를 끌고 있을 뿐인데도 그녀에게 오롯이 빠져들고 만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없었어요. 캐릭터를 잘 표현해야 하니까,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몸이 고되다기 보단 생각이 많아지는 느낌이었죠. 이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있는가, 그런 것 때문에 힘들었어요. 역동적인 장면들은 1~2테이크 밖에 안 갔어요. 오히려 혼자 있는 장면을 찍을 때 많은 시간이 걸렸죠.”
영화를 보면 하담 역에 정하담 만한 배우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하담 특유의 분위기가 하담에게 생명을 불어 넣었고, 소외된 소녀가 탭댄스를 통해 자신의 긍지를 되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경한 이야기를 그럴 듯하게 탈바꿈 시킨다. 하지만 하담을 연기한 정하담은 초반에는 원칙, 굳은 심지,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 등이 내재된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난항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원래 시나리오는 ‘들꽃’의 하담이가 5년 후 홀로 서 있다로 시작했어요. ‘들꽃’이라는 영화가 작업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제 안에 하담의 전사 등 구축돼 있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제가 연기해서 ‘들꽃’ 하담의 5년 후처럼 보이지만 다른 사람이 연기했다면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죠. 고민을 하다 보니 괴리가 느껴졌어요. 제 안의 하담에 얽매이는 느낌이 들었어요. 도움을 받기보다 새로운 것을 못 찾아가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조금 더 머리를 비워놓고 생각하려 했어요. ‘들꽃’의 하담은 ‘스틸 플라워’의 하담과 태가 달랐어요. 다른 인물로 생각해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제가 구축해놨던 하담의 모습들을 포기하게 됐어요.”
사실 일반 관객들에게 정하담의 모습을 더 확실히 각인 시킨 작품은 영화 ‘검은 사제들’이다. ‘들꽃’과 영화제를 통해 먼저 선보였던 ‘스틸 플라워’는 영화 마니아들이 아니면 쉽게 접하기 힘들었기 때문. ‘검은 사제들’에서 정하담은 소머리를 등에 맨 영주무당 역으로 등장해 시선을 앗아간 바 있다. 또 다른 상업영화 개봉도 예정돼 있다. 작은 역이지만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저씨’와 김지운 감독의 영화 ‘밀정’에서도 정하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너무 성큼성큼 나아가서 지금 불안한 게 있나 봐요. 지금도 해나가고 있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애매하지만 성큼 성큼 해나가야 할 것 같기도 해요. 욕심이 많은 건지, 뭔지 모르겠어요. 연기를 하고 싶어 했고, 할 수 있는 게 좋았는데, 또 (하고 있는데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배우 정하담.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