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혹시나 공을 빠트릴까봐 조마조마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시즌 1차전. 양 팀은 동점에 동점을 거듭한 끝에 연장 10회까지 가는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결과는 LG의 12-11 끝내기 승리.
이날 양 팀이 11-11로 맞선 9회말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롯데의 내야수 손용석이 포수 마스크를 쓴 것. 롯데는 9회초 동점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두치가 안중열의 대타로 나섰다. 이미 강민호는 8회말 교체된 상황. 9회말이 되자 포수를 볼 마땅할 선수가 없었고 결국 손용석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쓰는 광경이 펼쳐졌다.
경기 종료까지 포수 손용석의 일거수일투족은 큰 화제가 됐다. 자신에게 맞는 헬멧과 마스크가 없어 이성민의 공을 받을 때 마스크가 자연스레 벗겨졌고 원바운드볼을 블로킹을 통해 안정적으로 받아내기도 했다. 10회말 1사 만루서는 스트라이크 코스로 들어온 손승락의 초구를 포구 미숙으로 볼로 만들었다.
손용석은 자신의 29번째 생일이기도 한 13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포수 마스크를 쓰게 된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다음은 손용석과의 일문일답.
-포수를 맡았던 적이 있었는가.
“중학교 때까지 포수를 봤었다. 12일 경기서 16살 때 이후로 처음 포수 마스크를 쓴 셈이다(웃음).”
-어떻게 해서 포수로 나가게 됐나.
“사실 포수가 더 이상 없는 상황이 될 것을 예상하고 미리 장비를 장착하고 준비했다. ‘포수로 누가 나갈 것이냐’는 말이 나왔을 때 주저하지 않고 바로 준비됐다고 먼저 말했다.”
-투수들과의 사인교환은 어떻게 이뤄졌나.
“미리 그라운드에 나가기 전에 안중열과 이성민에게 사인을 물어보고 서로 맞춰봤다. 불펜에서도 미리 공을 받아봤다. 사인이 서로 일치하면 투수가 공을 던졌고 맞지 않으면 서로 맞을 때까지 사인을 계속 냈다.”
-포수를 보면서 어려웠던 점은.
“일단 첫 번째 타자와의 승부 때 가장 긴장이 됐고 특히 주자가 있을 때 더욱 집중하려 노력했다. 공이 뒤로 빠질까봐 엄청 집중했다(웃음). 그리고 헬멧 사이즈가 안 맞아 모자를 쓰고 헬멧을 위에다 덮어 썼다. 또한 블로킹할 때는 내야 수비 시 강습 타구를 막는 것처럼 했는데 신기하게 잘 됐다.”
-손승락이 올라왔을 때 결국 희생플라이로 끝내기 점수를 허용하고 말았는데.
“사실 (손)승락이형에게 너무 미안했다. 형이 던진 초구가 완전히 스트라이크 코스로 들어왔는데 내가 잘못 잡아서 볼 판정을 받았다. 결과론이지만 2구째 공을 정주현이 헛스윙했기 때문에 볼카운트 0B 2S가 될 수 있었다. 나 때문에 진 것 같아서 새벽 3시까지 잠을 못 잤다. 형에게 미안하다고 문자를 드렸더니 ‘멋진 추억이 됐을 것이다. 미안할 필요 없다’는 위로의 답장을 보내주셨다. 감사하다.”
-포수를 보겠다고 자진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사실 경기를 출전하고 싶은 욕심이 많다. 솔직히 유격수도 해보고 싶고 사실상 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 나가서 열심히 뛰고 싶다. 어디라도 비면 나가서 내 자리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자신이 있다.”
중학교 시절 이래 15여년 만에 포수 마스크를 써 본 손용석. 본래의 포지션인 1루에 박종윤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라도 경기에 나가고 싶은 그의 절실함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비록 팀은 연장 접전 끝에 패했지만 어떤 자리에서든 최선을 다하면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세상의 이치를 입증한 멋진 경기였다.
[손용석.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자이언츠TV 캡쳐]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