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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미국 세인트루이스 윤욱재 기자] 한국과 일본을 모두 정복한 우리 시대 최고의 마무리투수 오승환(34). 34세로 나이가 적지 않지만 그가 더 나아갈 곳은 메이저리그 뿐이었다.
오승환은 뉴욕 양키스 다음으로 가장 많은 월드시리즈 우승(11회)을 차지한 '명문 구단'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부름을 받았다. 계약이 이뤄지자 그의 별명인 '끝판대장'은 '파이널 보스(Final Boss)', '돌부처'는 '스톤 붓다(Stone Buddha)'로 현지에 소개됐다.
시범경기에서도 이미 몇 년 이상 메이저리그에서 뛴 것 같은 안정된 투구를 보여준 오승환은 당연히 개막 25인 로스터에 합류할 수 있었고 4일(이하 한국시각)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개막전에서 데뷔전을 치르며 비로소 진정한 메이저리거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4번째 등판인 11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는 데뷔 첫 승까지 신고했다. 진도가 무척 빠르다.
개막 원정 6연전을 마치고 세인트루이스로 찾아온 오승환을 마이데일리가 만났다. 마이데일리는 14일 세인트루이스의 홈 구장 부시 스타디움의 더그아웃에서 오승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스스로, 그리고 알아서 준비해야 하는 ML의 세계
"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매년 하듯이 똑같이 준비했다. 메이저리그 캠프에서 준비해보니 한국, 일본과 비슷한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었다. 다른 선수들이 하는 것을 눈치껏 보면서 똑같이 준비했다"
오승환은 플로리다에 마련된 세인트루이스의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올 시즌을 준비했다. 오승환이 직접 메이저리그 캠프를 치르면서 느낀 것은 바로 '스스로', '알아서'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었다.
"개인이 찾아서 해야 하는 시간이 많다. 스스로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는 운동 시간도 역시 많이 있다"
이를테면 오전 10시에 팀 훈련을 시작할 경우 오전 7시에 와서 팀 훈련을 하기 전에 미리 운동을 한다. "한국이었다면 9시 30분에 운동장에 왔을 것"이라는 게 오승환의 말. 이른 시간부터 스트레칭, 웨이트 트레이닝, 그리고 투수에게 필요한 팔꿈치 운동까지 진행한다. 이것을 모두 마쳐야 단체 훈련에 들어갈 수 있다. 오승환은 "미리 운동을 마치고 단체 훈련 시간에 들어간다. 알고 보면 그 시간은 다같이 모여 있는 자체가 의미다"라고 귀띔했다.
정규시즌에서도 마찬가지. 오후 7시에 열리는 홈 경기에 앞서 오승환이 구장에 도착하는 시간은 1시 쯤이다. 역시 개인 운동을 먼저 진행한 뒤 4시부터 팀 훈련에 들어간다.
▲ 짧은 시간 속의 깨달음
오승환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은 공교롭게도 개막전이었다. 그의 보직은 매일 출전할 수 있는 주전 타자, 혹은 선발투수가 아니었음에도 개막전에서 데뷔전을 치르는 영광을 안았다. 볼넷 2개를 줬지만 삼진도 2개를 잡고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캠프를 통해 모든 몸 상태를 개막전에 맞춰 놨다. 크게 긴장한 것은 없었다. 생각보다 일찍 경기에 투입이 됐고 선두타자 볼넷도 나왔지만 결과는 다행히 좋게 나왔다"
오승환에게 자극과 깨달음을 준 시간도 있었다. 바로 9일 애틀랜타전이었다. ⅔이닝 동안 실점은 없었지만 볼넷 2개를 줬고 이닝 중간에 교체되고 말았다. 마무리와 계투의 차이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항상 이닝을 끝까지 책임을 졌는데 경기 도중에 교체된 적이 있었다. 볼넷도 내줘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내 뒤에 든든한 투수가 있다는 게 오히려 더 큰 힘이 됐다. 앞으로는 다음 타자를 바라보고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당장 만난 타자와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그의 보직은 바뀌었지만 투구 스타일이 바뀐 것은 아니다.
"투구하는 스타일에 변화를 주지는 않았다. 한국과 일본에서 조금씩 준비한 게 있다. 체인지업성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데 조금씩 준비했던 것이다. 지금은 직구, 슬라이더, 커브 등 그날 그날 컨디션에 따라 던지고 있다"
리그에서 능력을 인정을 받고 있는 데릭 릴리퀴스트 투수코치도 오승환에게 별다른 주문을 하지 않는다. 변화구에 대한 조언 정도다.
"변화구에 대해 어드바이스를 해주고 있다. 슬라이더를 던질 때 각이 큰 것과 작은 것을 구분해서 이야기를 해줬다. 사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 그에게 목표를 물었더니
시즌 초반이지만 오승환의 적응 속도는 순조롭다.
"아직 몇 경기 하지 않은 상태다. 지금 결과도 큰 의미는 없다. 앞으로 해야 할 경기도 많다. 위기도 있을 것이다"
5경기 동안 평균자책점 '제로'로 피안타 역시 1개도 기록하지 않았다. 오승환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는 누구보다 절박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메이저리거로서 그에게 목표를 물었다.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이 절박함을 나타낸다. 그는 언제든지 결과가 좋지 못하면 마이너리그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기가 많이 남아 있지만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를 세울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하루 하루, 그날 공 하나를 던지는데 최선을 다하는 게 지금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 같다. 더 집중하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꾸준한 모습, 기복 없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또한 부상을 입지 않고 좋은 몸 상태로 경기에 나가고 싶다"
[사진 = 미국 세인트루이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단독인터뷰②] 오승환이 말하는 몰리나 "끝나면 야구 얘기 안해요"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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