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두산 타선은 개막전부터 사실상 고정 라인업으로 운영된다. 김태형 감독은 포지션 별로 주전 1명을 미리 정해놓고, 부상 혹은 부진, 체력 난조를 겪지 않는 한 꾸준히 기용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유독 좌익수만큼은 주전을 고정시키지 않는다. 박건우와 김재환이 8번 타순을 놓고 거의 매 경기 경합을 벌인다.
박건우는 시즌 초반 정진호와도 경쟁했다. 그러나 정진호가 2군으로 내려가면서 박건우와 김재환이 좌익수로 고루 선발 출전한다. 김 감독은 지난주 주중 대전 한화서는 김재환, 주말 잠실 삼성전서는 박건우를 주로 주전으로 기용했다.
▲그들의 기용법
자세히 살펴보면, 김 감독이 박건우와 김재환을 기용하는 기준이 있다. 두 사람은 스타일이 다르다. 박건우는 리그에 귀한 오른손 외야수다. 아직 타격 잠재력을 완벽히 터트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정확성과 한 방 능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백업으로 가장 많은 경기(70경기)에 나섰다. 타율 0.342 5홈런 26타점으로 괜찮았다. 민병헌과 정수빈이 잔부상에 시달릴 때 그의 공헌도는 높았다. 외야 수비력도 수준급이다. 어깨가 강하고 타구 커버 범위가 넓다. 타격, 수비 등 종합적으로 살펴면 박건우가 주전에 가깝다. 그러나 시즌 초반 타격감이 썩 좋지 않았다.
김 감독은 자연스럽게 김재환을 적절히 주전으로 기용한다. 김재환은 올 시즌 전까지 좌익수 경험이 전혀 없었다. 우익수 경험은 있지만, 외야수비 자체를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익혔다. 김 감독이 그를 좌익수로 전향시킨 건 타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지난해에도 시즌 초반 김재환을 주전 1루수로 기용하며 잠재력을 터트리길 기대했다. 타구의 질과 파워가 리그 최고 수준이라는 말을 수 차례 했다. 그러나 김재환은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서 밀렸다. 결국 그는 올 시즌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좌익수로 이동, 다시 한번 주전에 도전하고 있다.
수비에서의 안정감은 박건우가 우위다. 지난주 넓은 잠실에서 박건우가 중용됐다. 상대적으로 좁은 대전에서 김재환이 중용된 건 수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공격력 극대화를 감안한 김 감독의 결정이었다. 확실히 타석에서의 한 방 능력은 김재환이 우위다. 여기에 당일 타격 컨디션과 상대 투수들과의 데이터 등을 적절히 감안, 박건우와 김재환이 고루 주전 좌익수를 맡는다.
▲즐겁게 하자
김 감독은 시즌 초반 박건우를 두고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갖는 것 같다. 재환이와 번갈아 나서는 것에 대해서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좌익수 운영법을 바꿀 생각은 없다. 김 감독은 본래 주전이 아니었던 박건우가 굳이 주전에 대한 부담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감독은 박건우와 김재환이 주전 좌익수를 놓고 경쟁한다는 말을 사용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지난 주말 삼성전서는 두 사람을 두고 "2군에 내려갈 일이 없을 것이니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경쟁의 순기능을 극대화하면서, 주전 경험이 없는 박건우와 김재환의 심리적인 부담감을 낮추려는 의도다. 모든 일은 즐겁게 해야 능률이 오른다.
두산은 19일부터 수원에서 KT와 원정 3연전을 갖는다. 주말에는 한화와 잠실에서 홈 3연전을 갖는다. 주중에는 김재환, 주말에는 박건우가 주로 중용될 듯하다. 그러나 김 감독이 실제로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박건우(위), 김재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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