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송일국은 배우다. 그는 지난 달 26일 종영한 KBS 1TV 대하드라마 '장영실'의 타이틀롤을 맡아 오랜만에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그동안 사극에서 줄곧 왕이나 장군과 같은 신분이 높은 인물을 연기했던 그는 '장영실'에서 노비를 연기하며 그동안 느낄 수 없었던 혹독함을 온 몸으로 체감했다. 그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송일국은 아빠다. 송일국의 세 쌍둥이 아들 대한 민국 만세는 어느새 전국민이 사랑하는 아이들이 돼 있었고, 송일국에게는 다정한 아빠의 이미지가 각인돼 있었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송일국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육아의 달인이 돼 있었고, 지금도 많은 시청자들은 여전히 '삼둥이'를 그리워하고 있다.
드라마가 끝난 후 인터뷰를 위해 만난 송일국은 "본업으로 돌아와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가 '장영실'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슈퍼맨이 돌아왔다' 덕분이었다고. 그는 "'장영실' 감독님께 어떻게 절 캐스팅하셨냐고 물었다. 장영실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사실 저는 아니다. 하지만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예능을 하며 얻은 게 많다"고 말했다.
송일국은 2008년 KBS 드라마 '바람의 나라' 이후 약 8년만에 사극에 출연했다. 오히려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사극보다 현대물이 더 많다. '바람의 나라' 이후 그는 MBC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KBS '강력반', JTBC '발효가족' 등 주로 현대물을 고집했다. 그리고 4년만에 복귀한 작품이 정통 사극이었다. 그동안 사극 출연을 일부러 피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주로 현대물에 출연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제가 좀 클래식하잖아요? 사극을 워낙 성공시켜놔서. 사극 이미지만 남아서, 그런 부담감 때문에 한동안 안 한 것도 사실 조금 있어요.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이미지가 잊혀질만할 때 마침 '장영실'이 들어온거죠. 그것도 기존에 제가 가진 선 굵은 왕이나 무인 역할이 아닌 노비 출신 장영실이었죠. 원래 사극 연기를 하면 힘을 많이 주는데, 이번에는 리허설 할 때만 쩌렁쩌렁 하다가 촬영 들어가면 톤을 낮췄어요. 그렇게 풀지 않으면 안되겠더라고요.(웃음)"
오랜만의 복귀작이었던만큼 송일국은 '장영실'에 의욕을 불태우며 임했다. 하지만 아쉬운 건, 그런 송일국의 의욕이 작품에서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 무엇보다 그를 괴롭혔던 건, 어려운 대사들이었다. 본격적으로 과학 사극을 표방했던 '장영실'이었던만큼, 대사에는 생소한 단어들이 즐비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사극대사에 과학 용어까지 가미되니 실수는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촬영하면서 밤샌 적은 거의 없었어요. 육체적으로 힘들지는 않았죠. 전체적으로 따져도 밤 샌 건 5번 정도? 대신 대사가 너무 어려웠어요. 저 뿐만 아니라,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도 NG 한 번씩 다 낼 정도였죠. 다들 '10년동안 안 낸 NG 여기서 다 낸다'고 하실 정도였으니까요. 제가 주인공이다보니 NG를 안 내려고 했는데, 아이 태어나고 첫 작품이다보니 대처가 미흡했던 것 같아요. 집에 들아가면 아이들 봐야하는데, 대사가 외워지겠어요? 바뀐 환경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죠."
사실 송일국의 '장영실' 캐스팅 소식이 전했졌을 당시 그의 출연을 놓고 한동안 인터넷이 시끄러웠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최고의 인기를 차지하고 있는 그였기에 과연 '장영실'과 '슈퍼맨'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두 프로그램을 모두 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송일국은 두 프로그램을 모두 하고 싶어했지만, 결국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그는 '장영실'을 택했다. 그러면서 '슈퍼맨'에서는 자연스럽게 하차했다.
"제가 '장영실' 본방송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슈퍼맨' 촬영을 하고 있었어요. 원래 처음 예능 시작할 때부터 1년 정도가 적당하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거든요. 잘 됐을 때 빠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도치 않게 작품이 들어왔고, 마침 같은 방송사였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잘 마무리된 거죠. 솔직히 '슈퍼맨'에 출연한 가장 큰 이유가 트라이애슬론 때문이었어요. 덕분에 완벽한 타이밍에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슈퍼맨' 출연은 송일국에게 두고두고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이들과의 기록물이 남았다는 게 가장 좋다. 지금도 가끔 영상을 돌려본다. 아이들과 그런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는 게 행복하다. 그리고 최고의 카메라 감독님들과 최고의 스태프들이 만들어준 영상이 아닌가"라며 "게다가 스토리까지 있다. 그런 게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선물이다. 물론, 촬영할 때는 힘들었지만"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송일국은 "앞으로 아내에게 좋은 남편, 자식에게는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 그리고 제 일에 대해선 확신을 갖는 것이 목표다. 배우로 이름 석 자 알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줄 안다. 철 없을 때는 운이 좋아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고 싶다. 기본을 지키고 원칙을 지키면서 사회에 꼭 환원하고 싶다"고 했다.
[배우 송일국.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장영준 digout@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