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 외국인타자 닉 에반스는 위기다.
시즌 초반 KBO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도 김태형 감독은 꾸준히 4번 1루수, 혹은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시켰다. 그런데 21일 수원 KT전 선발라인업에서 빠졌다. 22일 잠실 한화전서는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대타로 교체되는 수모를 맛봤다.
에반스는 올 시즌 17경기서 타율 0.175 1홈런 5타점 8득점에 그쳤다. 득점권 타율은 충격적이다. 0.050에 불과하다. 안타 10개 중 장타 3방이 포함됐지만, 정확성이 너무 떨어진다. 물론 KBO리그 투수들에게 적응하는 과정인 걸 감안해야 한다. 김 감독도 "최근 타구의 질이 좋아졌다"라고 했다. 하지만, 적응 속도가 더딘 건 사실이다.
김 감독은 한 번 믿음을 보낸 선수에게 충분히 기회를 주는 편이다. 그러나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재빨리 플랜B를 내놓는 스타일이다. 정황상 에반스에 대한 김 감독의 믿음은 한계치에 가까워지는 듯하다.
▲두 차례의 굴욕
에반스는 22일 잠실 한화전을 치르기 전 16경기서도 간혹 경기 중, 후반 교체됐다. 그러나 대부분 승패가 갈린 뒤 휴식차원의 교체였다. 그래서 22일 경기는 의미심장했다. 결과적으로 양 팀 벤치로부터 한 차례씩 굴욕을 맛봤다.
두산은 2-1로 앞선 7회말 2점을 추가했다. 4-1로 앞선 상황. 1사 2,3루 찬스를 이어갔다. 한화는 송창현을 내리고 이재우를 투입했다. 정황상 승부는 갈리지 않았다. 한화도 추가 실점하지 않을 경우 8~9회 반격할 수 있었다.
이때 이재우-차일목 배터리는 3번 민병헌을 고의사구로 걸렀다. 1루를 채워 모든 루에서 포스 플레이가 가능한 상황서 에반스를 상대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에반스로선 1차적인 굴욕. 에반스의 타격감이 좋았다면 한화는 절대 민병헌을 거르지 못했을 것이다.
끝이 아니었다. 한화가 민병헌을 거르자 김태형 감독이 만루 상황서 에반스를 빼고 왼손타자 김재환을 투입했다. 김재환은 일발장타력을 갖춘 타자다. 경기 막판 승부처, 주자가 가득 들어찬 상황서 투입하기 좋은 카드. 김 감독은 4-1로 앞선 상황, 한 방만 나오면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승부처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 중이던 에반스보다 대타 김재환을 신뢰했다는 의미다. 에반스로선 두 번째 굴욕이었다.
▲타순변경과 입지변화 가능성
한화 벤치의 선택과는 별개로 김 감독의 김재환 투입은 이해할 수 있다. 시즌 초반 두산은 잘 나가간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에반스의 부진을 앞, 뒤 타자들의 효율적인 플레이로 절묘하게 메우는 구조다. 팀이 승승장구하면서 표시가 덜 났을 뿐, 에반스의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가 승부처에서 1~2방 쳐줬다면 더 쉽게 풀어갈 수 있는 경기도 있었다.
결국 김 감독은 타순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22일 경기를 앞두고 "지금 상황에선 에반스가 밑으로 내려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라고 했다. 두산은 21일 KT에 패배했으나 에반스가 선발라인업에서 빠진 공백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김 감독은 그래도 에반스의 KBO리그 적응을 끝까지 돕되, 좀 더 효율적인 타순 연결을 위해 에반스의 하위타선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 일단 22일 경기서는 그대로 4번타자로 내보냈지만, 승부처에서 대타로 교체할 정도로 믿음이 약해진 상황. 김 감독은 "현재 에반스 대신 4번을 칠 만한 선수가 오재일 뿐이다"라고 했다. 오재일은 22일 경기서 허리 통증으로 결장했다. 만약 그가 23일 잠실 한화전서 선발 출전이 가능하다면 에반스는 하위타선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에반스의 기용법을 살펴보면 입지가 흔들리는 게 감지된다. 아직 두산 내부적으로 교체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성격이 밝다. 삼진을 당해도 고개 숙이거나 위축되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나 에반스에겐 시간이 결코 많지 않다. 외국인선수는 결국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 최근 에반스의 입지약화 조짐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에반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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