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전주 안경남 기자] 2년 연속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올랐다. 하지만 전북 현대는 웃지 못했다.
전북은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멜버른 빅토리와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서 레오나르도의 멀티골을 앞세워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1차전 원정서 1-1로 비겼던 전북은 종합전적 1승1무를 기록하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전반기 목표를 이룬 전북이다. ACL 8강에 선착했고 K리그에서 우승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전날 ‘심판 매수 의혹’에 휩싸인 전북은 승리에도 고개를 숙여야 했다.
사건은 23일 터졌다. 전북 스카우트 차모씨가 2013년 당시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심판 2명에게 500만원을 건넨 사실로 부산지방검찰청에 기소됐다. 전북 측은 “스카우트 개인이 벌인 일”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여론의 시선을 싸늘하기만 했다.
경기 당일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전북 구단 관계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사실 여부를 떠나 다년간 쌓았던 구단 이미지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8강 진출을 앞두고 한창 들떠 있을 구단 사무실에는 적막감만이 흘렀다.
결국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8강 진출을 확정한 뒤 이철근 단장과 최강희 감독은 언론 앞에 고개를 숙였다. 최강희 감독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조사 중인 일이 밝혀지면 모두 말씀 드리겠다. 이 사태의 책임은 모두 감독인 나에게 있다. 구단과 팬은 피해자다”고 말했다.
이철근 단장도 “선수단의 책임이 감독이면 구단의 책임은 나다. 수사의 추이를 지켜보고 나 역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책임이 사임까지 고려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상황에 따라 그렇다”며 답했다. 지금의 전북을 있게 한 두 리더의 표정엔 비장함이 가득했다.
자칫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전북이다. 검찰 조사 결과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사퇴까지 시사한 만큼, 최강희 감독의 발언대로 누군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ACL 8강 진출에도 전북의 5월은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사진 = 프로축구연맹]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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