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지난 25일. 한화는 믿었던 정우람마저 무너졌다. 한화로선 중간계투, 더 나아가 선발진이 보다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는 당위성을 새삼 확인하게 된 경기였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 25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8-9로 역전패했다. 마무리투수로 오른 정우람이 9회말 2실점, 한화의 1점차 리드를 못 지켜 패전투수가 됐다.
정우람은 분명 위력적인 불펜투수다. SK 와이번스 시절 정교한 체인지업에 비교적 기복이 적은 피칭을 보여주며 가치를 끌어올렸다. 한화가 FA(자유계약) 시장에서 정우람에게 84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이유다.
실제 정우람은 지난 25일 넥센전에서 패전투수를 떠안기 전까지 올 시즌 1승 5세이브 평균 자책점 1.35 WHIP(이닝당 출루허용) 0.68로 분전했다. 총 26⅔이닝 동안 30탈삼진을 기록한 반면, 사사구는 5개에 불과했다.
다만, 패전투수가 된 지난 25일 경기에서 정우람이 투입된 시점은 9회말이 아닌 8회말이었다. 최소 2이닝 이상을 책임져야 한다는 미션을 부여받고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정우람은 지난 시즌 69경기에서 평균 1이닝 동안 16.5개의 공만 던지는 ‘경제적인 투구’를 펼쳤다. 69경기 가운데 2이닝 이상을 소화한 건 단 3경기에 불과했다. 전체 출전경기의 4%에 불과한 수치. SK 코칭스태프는 정우람에게 가능하면 2이닝 미만을 맡겼고, 덕분에 정우람의 위력도 배가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우람은 올 시즌 강행군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25일 경기 전까지 정우람은 18경기에 등판했는데, 이 가운데 2이닝 이상을 소화한 건 7경기에 달했다. 전체 출전경기 가운데 비율이 39%에 육박한다. 표본이 적긴 하지만,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큰 폭을 보이는 항목이다.
지난 25일 경기도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를 못 잡고 패했지만, 실질적으로 정우람이 책임져야 한 건 2이닝이었다. 정우람은 지난달 4월 1일 LG 트윈스를 상대로 치른 올 시즌 첫 등판에서는 3이닝을 던지기도 했다. 지난 시즌 정우람의 최다이닝은 2⅓이닝이었다.
마무리투수가 2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경기가 많다는 건, 불펜진이 소화하는 이닝이 그만큼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선발투수의 퀵후크가 잦다는 것도 마무리투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다. 올 시즌 한화에게 퀵후크는 연관검색어처럼 따라붙는 약점이다.
한화는 25일 넥센전에서 무려 7명의 투수를 기용하고도 패했다. 주된 보직이 불펜이었던 선발투수 장민재의 조기 강판(2⅓이닝)은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이었지만, 이후 정우람에 앞서 등판한 5명 가운데 1⅓이닝 이상을 책임진 이는 권혁 단 1명에 불과했다.
한화에겐 분명 리드 상황서 정우람이 마운드에 오를 수 있도록 경기를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정우람이 보다 짧고 굵게 던지며 위력을 배가시킬 수 있도록 불펜진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정우람이 한화로 이적하며 챙기게 된 84억원의 가치는 그가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빛나는 게 아니다. 정우람이 효과적인 투구수와 이닝으로 팀 승리를 지켜줬을 때 비로소 한화의 투자도 빛날 수 있을 것이다.
[정우람.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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