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재훈과 이현승은 최근 나란히 고전했다.
두산이 자랑하는 필승계투조다. 두 사람의 고전은 곧 두산의 경기후반 고전을 의미한다. 나란히 최근 2경기 연속 실점했다. 정재훈은 지난달 31일 창원 NC전서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1볼넷 2실점했다. 2일 경기서는 ⅓이닝 3피안타 1탈삼진 1볼넷 2실점으로 블론세이브와 함께 패전투수가 됐다.
이현승도 지난달 28일 잠실 LG전서 1이닝 3피안타 2실점, 31일 창원 NC전서 1⅓이닝 2피안타 1탈삼진 2볼넷 1사구 1실점으로 흔들렸다. 2경기 연속 세이브를 따냈지만, 아슬아슬했다. 2경기 연속 홈런을 맞은 것도 찝찝한 대목.
28일 경기서는 3점 리드가 1점차 승리로 끝났다. 정재훈과 이현승이 동시에 실점한 31일 경기는 4점 리드가 1점차 승리로 끝났다. 결국 2일 경기서 정재훈이 8회 2사 후 1점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흔들릴 수 있다
정재훈과 이현승은 베테랑 투수다. 한국나이로 37세, 34세다. 경험상 본인들이 등판할 것을 직감하고 움직인다고 해도 불펜에서 몸만 풀었다가 쉬는 경우도 생긴다. 굉장히 체력소모가 큰 부분. 김태형 감독은 되도록 3일 연투를 시키지 않는다. 5월 초에는 홈 경기를 앞둔 정재훈에게 아예 출근하지 말라며 휴식을 주기도 했다.
그래도 에너지 소모는 어쩔 수 없다. 정재훈은 26경기, 이현승은 24경기에 나섰다. 리그 5위와 8위 기록. 이닝 소화로 따져봐도 정재훈의 33⅔이닝은 순수 구원투수들 중 권혁(한화, 41⅓이닝), 송창식(한화, 37이닝) 정도를 제외하고 가장 많다. 24⅔이닝의 이현승도 거의 경기당 1이닝을 소화했지만, 출전경기수가 적지 않아 부담이 없다고 볼 수 없다.
개막 2개월이 흘렀다. 아무리 잘 던지는 투수라고 해도 한번쯤 고비가 찾아올 수 있다. 체력적으로 구위가 떨어질 수도 있다. 정신적으로 조금 지칠 수도 있다. 애당초 이런 부분을 감안, 필승계투조의 질적 팽창이 필요했다. 그러나 두 사람을 제외하면 두산 불펜은 리그에서도 평범한 수준으로 전락하는 게 현실이다. 이 부분은 최근 수년째 두산의 아킬레스건이다.
선수가 잘하든 조금 부진하든 긴 호흡으로 묵묵히 지켜보는 김 감독 스타일을 감안하면, 정재훈과 이현승에게 예전처럼 계속 신뢰를 보내는 게 맞다. 2경기 연속 실점했다고 해도 리드를 지키지 못한 건 단 1경기다. 두 사람 없는 두산 불펜은 상상이 불가능하다.
▲두산만 굳건하면 된다
두산은 지난해 초반,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몇몇 투수들의 부진과 부상 등으로 마무리투수를 비롯한 필승계투조 구성이 수 차례 바뀌었다. 블론세이브와 역전패가 수시로 나왔다. 전반기 막판 이현승이 자리잡은 뒤 안정감을 찾았다. 그래도 올 시즌 같은 안정감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보통 약팀들은 불펜이 흔들려 다 이긴 경기를 잡으면 그 여파가 다음 경기로 이어지게 돼 있다. 연패로 추락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두산은 잘 버텨냈다.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쳤다. 당시 인상적이었던 건 불펜 난조로 수 차례 치명적인 패배를 입은 뒤 연패를 최소화하면서 잘 버텨냈다는 점이다. 타선과 선발진이 오히려 더욱 힘을 냈다. 더 많은 점수를 뽑아냈다. 최대한 이닝을 소화해냈다. 그들이 불펜 약점과 피로도를 최소화시키면서 승수를 쌓아나갔다. 당시 두산 한 타자는 "팀이 역전패하든 역전승하든 항상 내가 할 것을 제대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올 시즌에도 그 마인드가 필요하다. 긴 시즌을 치르면 불펜 투수가 얻어맞아 팀이 패배할 수도 있다. 중심타자가 승부처서 침묵할 수도 있다. 선발투수가 몇 경기 연속 흔들릴 수도 있다. 중요한 건 팀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 다른 파트의 선수들이 더 힘을 내면 된다. 지난달 31일 정재훈과 이현승이 연이어 실점할 때 두산이 이겼던 건 타자들이 8회초에 미리 달아나는 2점을 뽑았기 때문이다.
두산으로선 정재훈과 이현승이 숨을 고르는 현 시점이 고비이자 기회다. 진정한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기다. 대다수 야구관계자는 두 사람이 조금 흔들린다고 해서 두산의 단단함에 균열이 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정재훈과 이현승(위), 정재훈(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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