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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신작 ‘아가씨’와 관련해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8일 오전 0시 30분 방송된 SBS ‘나이트라인’에 영화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이 출연했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가 개봉 6일 만에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 중 가장 빨리 200만 관객을 돌파한 것과 관련해 “‘아가씨’가 흥행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아직 완성된 건 아니고 예고에 불과하다. ‘출발이 좋다’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고, 이 기세가 꺾이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는 소감을 전했다.
최근 ‘아가씨’가 초청됐던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수상 불발이 언급되자 박찬욱 감독은 “제가 상을 받은 적도 있지 않나. 상을 받았을 때 그렇게 우쭐해하거나 자만하지 않았던 것처럼, 못 받아도 실망하고 좌절하거나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앞서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로 지난 2004년 제57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대상, ‘박쥐’로 2009년 제62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어 박찬욱 감독은 “다행스럽게도 본상은 아니지만 미술감독이 벌칸상이라는 진짜 큰 상을 받았다. 이미지나 사운드에 종사하는 기술 스태프들에게는 최고의 권위를 가진 상인데 우리 미술 감독이 받게 됐다. 제가 상 받은 것보다 더 기쁘다”고 덧붙였다.
또 박찬욱 감독은 원작이 주는 매력 때문에 7년 만의 국내 복귀작으로 소설 ‘핑거 스미스’의 영화화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아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그런 내용이다. 또 인물들이 아주 생생하게 살아 있다. 그리고 구성이 재미있다. 한 사람의 입장에서 한 번 이야기가 가고, 챕터가 바뀌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같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반복해서 본다. 그 반복이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훨씬 더 재밌어지는 그런 종류의 반복이다. 저도 영화에서 그 매력을 소설보다 더 살려보려고 애를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그가 ‘아가씨’ 연출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아가씨의 이중적 후견인인 코우즈키(조진웅)의 서재였다. “조진웅 씨가 연기한 캐릭터가 서화 콜렉터다. 그 곳을 어떻게 꾸미느냐가 이 영화의 중요한 요소”라고 밝힌 박찬욱 감독은 “일제강점기이니만큼 그 시대의 한국, 그 시대의 식민지, 일제강점기 친일파의 내면이 어떤 것인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려고 애를 썼다”는 말도 곁들였다.
연출하는 작품들마다 팬들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있는 박찬욱 감독은 자신에 대한 선입견이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박찬욱 감독은 팬들의 기대가 부담이 되지 않냐는 말에 “좋기도 하지만 어떤 고정관념 같은 게 생겨 영화를 보기도 전에 ‘저 사람 영화는 어떨 것’이라는 선입견이 나쁘게 작용하기도 한다. ‘아가씨’는 폭력적이거나 잔인한 장면이 없는데도 지레 겁을 먹는다. ‘나는 싫어’, ‘나는 못 봐’라고 하는 분이 계시는데 이런 부작용이 무섭다. ‘아가씨’는 그런 영화 아니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관람 팁을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자신을 영화감독으로 이끈 작품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이라는 사실도 전했다. 그는 “영화를 고등학생 때부터 좋아하긴 했지만 대학교 3학년이 끝날 때 쯤 히치콕의 ‘현기증’이라는 영화를 보게 됐다. 사람을 홀리는 마력 같은 게 있어서,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나도 저런 세계를 창조하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회상했다.
뿐만 아니라 박찬욱 감독은 제2의 직업으로 사진작가를 준비 중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대학시절 영화 동아리 활동을 하기 전 사진반에 몸담기도 했던 박찬욱 감독은 오는 10일 ‘아가씨 가까이’라는 포토북을 출간을 앞두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에 빠지는 바람에 사진반 반원으로서 대학졸업을 못하고 (사진반에서) 중퇴했지만 계속 사진을 찍고 있고, 이번에 ‘아가씨’를 찍으며 배우나 촬영 현장 부근의 풍경 사진을 모아 사진집도 낸다. 두 번째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영화를 그만 두게 되면, 투자를 더 이상 못 받게 된다거나 하면 사진작가로 살아보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한편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지난 6일 청불 영화 최단 속도로 200만 관객을 돌파한 바 있다.
[박찬욱 감독. 사진 = SBS '나이트라인' 캡처]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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