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축구의 궁극적인 목표가 ‘골(Goal)’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페너트레이션(Penetration: 상대 최종수비 돌파)은 득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가레스 베일처럼 정지된 상태에서 프리킥으로 골을 넣을 수 있다면 복잡한 페너트레이션을 구사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다.
빌드업(Build-up: 공격전개)과 페너트레이션의 차이는 명확히 구분 짓긴 어렵다. 빌드업이 곧 페너트레이션이 될 수 있고, 페너트레이션이 곧 빌드업이 될 수 있다. 다만 굳이 둘을 나누자면 빌드업은 수비수와 미드필더가 주체이고 페너트레이션은 공격수가 중심이 된다.
어쨌든, 서두부터 복잡한 이야기를 한 이유는 ‘영국 더비’로 불린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경기에서 바로 이 페너트레이션이 승패를 가른 중요한 키워드가 됐기 때문이다. 선발로 출전한 해리 케인과 라힘 스털링의 페너트레이션은 최악이었다. 케인은 45분 동안 10차례 패스를 받았는데 모두 상대 페널티박스에서 먼 거리였다. 스털링도 밖으로 겉돌았다. 케인은 마치 지난 시즌 초반을 보는 듯 했다. 당시 케인을 향한 비판 중 하나는 너무 자주 내려와서 공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센터백을 유인해 상대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좋지만 정작 박스 안에 있어야 할 때 그러지 못하면 슈팅 기회를 잡을 수 없다. 게다가 잉글랜드는 케인이 내려왔을 때 전방으로 향하는 침투가 부족했다. 아담 랄라나와 델리 알리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잡은 건 각각 1번씩 밖에 되지 않았다.
변화는 후반에 제이미 바디와 다니엘 스터리지가 투입되면서 시작됐다. 로이 호지슨의 변심 혹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잉글랜드에게 부족했던 페너트레이션을 제공했다. 바디의 동점골과 스터리지의 역전골이 모두 웨일스 골문 바로 앞에서 나온 건 우연이 아니다.
#선발 명단
러시아전 1-1 무승부에도 불구하고, 호지슨 감독은 똑같은 선발 명단을 들고 나왔다. 케인이 최전방에 서고 스털링이 왼쪽 측면에 포진했다. 포메이션은 4-3-3이었다.
크리스 콜먼 감독은 슬로바키아전과 비교해 2명을 바꿨다. 베일의 파트너로 롭슨-카누가 출전했고 데이비드 애드워즈 대신 조 레들리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전반전
잉글랜드는 전반에 페너트레이션 없는 점유율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보여줬다. 263개의 패스를 시도했지만 슈팅으로 이어진 건 단 2차례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위협적인 장면은 아니었다. 페너트레이션, 즉 골을 결정짓는 행위는 ⓐ슈팅 ⓑ공격수간의 연계플레이 ⓒ크로스 3가지다. 잉글랜드는 이 3가지가 모두 안 됐다. 점유율에 비해 슈팅 숫자는 부족했고, 기억에 남는 연계플레이도 없다. 코너킥을 포함한 크로스는 14번 중 단 1번만 슈팅으로 연결됐다. 전반에 골이 나오지 않은 건 당연했다.
수비에 무게를 둔 웨일스는 빌드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롱킥으로 상대 수비지역까지 접근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슈팅보다 공을 소유한 뒤 파울을 얻는데 집중했다. 기회는 1번 찾아왔다. 전반 42분 제법 먼 거리에서 파울을 얻어냈고 베일의 무회전 프리킥이 조 하트의 손을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웨일스의 방식이다.
#교체
잉글랜드는 변화가 필요했고, ‘고집불통’처럼 보였던 호지슨 감독이 마침내 케인과 스털링을 빼고 바디와 스터리지를 투입했다. 바디가 최전방에 섰고 스터리지는 랄라나가 있을 때까지 왼쪽에서 뛰었다. 하지만 스털링과 달리 스터리지는 공격할 때 중앙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로인해 순간적으로 다이아몬드 4-4-2처럼 보이기도 했다. 놀랄 일은 아니다. 호지슨은 대회를 앞두고 다이아몬드 전술을 실험한 바 있다.
#제이미 바디
변화가 잉글랜드의 동점골을 만들었다. 스터리지의 크로스가 웨일스 수비수 머리에 맞고 흘렀고 문전 앞에 서 있던 바디가 마무리했다. 재미있는 장면이다. 오프사이드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온사이드 아닌가) 이번 대회에선 코너킥 이후 재개된 공격 찬스에서 득점이 많이 나오고 있다. (스페인과 프랑스가 그렇게 극장골을 넣었다) 보통 세트피스 상황에선 센터백들이 골을 넣기 위해 올라간다. 이는 이전보다 많은 선수가 상대 페널티박스 안에 들어가 있음을 의미한다. 바디의 동점골 장면에서 상대 수비의 시선은 스몰링과 케이힐에게 쏠렸다. 그리고 이때 자유를 얻은 바디가 골을 터트렸다.
#다니엘 스터리지
호지슨은 후반 28분 마지막 교체 카드로 미드필더(랄라나)를 빼고 공격수(마커스 래쉬포드)를 투입하며 스트라이커 숫자를 늘렸다. 스터리지가 오른쪽으로 이동했고 래쉬포드가 왼쪽에 섰다. 왼발잡이인 스터리지는 우측 사이드에 머물지 않고 중앙으로 이동해 공을 받고 움직였다.(사실상 세컨드 스트라이커였다) 그리고 이는 잉글랜드에게 필요했던 페너트레이션을 가져다 줬다. 추가시간 역전골을 복기해보자. 스터리지는 중앙으로 들어와 루니의 전진패스를 받았다. 다시 로즈와 공을 주고받은 뒤 상대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바디에게 공을 전달했다. 그리고 알리를 거친 공은 다시 쇄도하던 스터리지에게 연결됐고 빠른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완벽한 페너트레이션이었다. 스터리지-바디-알리 그리고 다시 스터리지로 이어지는 공격수들간의 콤비네이션 플레이가 웨일스의 밀집 수비를 뚫었다. 여기에 스터리지의 슈팅 능력까지 더해지면서 케인과 스털링이 만들지 못했던 페너트레이션을 교체로 들어간 바디와 스터리지가 연출해냈다. 경기 후 전 잉글랜드 국가대표이자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제이미 캐러거는 “스털링을 선발에서 제외해야 한다. 케인도 큰 결정이 필요하다. 나는 케인의 팬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며 “바디와 스터리지가 선발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지슨의 생각에도 변화가 생겼을까?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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