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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나홍진 감독의 ‘곡성’에서 외지인의 존재는 무엇을 말하는가. 혹시 외지인 혐오에 대한 경고를 뜻하는 것은 아닐까.
폐쇄적인 작은 마을에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도착하면서 벌어지는 아비규환을 그리는 영화가 ‘곡성’이다. 이 영화에서 외지인은 악마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흉흉한 소문이 돌면서 종구(곽도원)를 비롯한 공동체의 마을 사람들은 외지인이 들어온 이후부터 살인사건이 발생한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영화에서 제시된 살인사건의 직접적 원인은 독버섯 복용에 의한 환각증세이다. 그러나 종구는 외지인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산 속 집에 들어가 자물쇠를 부수고, 난장판을 만들어놓는다. 그리고 빨리 떠나라고 경고한다.
외지인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데도 그는 의심을 넘어 확신하는 단계까지 간다. 건강원 주인은 외지인이 범인이라는 증거로 텅 빈 냉장고를 보여준다. 그렇다. 외지인에 대한 정보는 텅 비어 있다.
극 후반부 외지인이 악마처럼 보이는 것은 의심이 확신으로, 증오로 확산되면서 ‘악마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물론, 이 해석이 절대적이지도 않고 단 하나의 해석도 아니다. 나홍진 감독이 말한대로, ‘곡성’은 열린 구조로 짜여졌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외지인에 대한 의심이 결국 악마화로 이어졌다고 전제한다면, 이 영화는 외지인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비극을 몰고오는 이야기를 다루는 셈이다.
외지인은 의심 받기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고, 정체성이 불분명하며, 나에게 어떤 해를 끼칠지 알 수 없다.
진화심리학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진화심리학은 외지인을 병원균으로 간주한다. 어떤 병원균으로부터 면역체계를 갖춘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룬다. 그들은 외지인이 어떤 병원균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외지인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내부인의 결속을 다진다(종구와 마을 사람들은 외지인이 병원균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의심했고, 병원균을 박멸하기 위해 산으로 올라갔다).
외지인 혐오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외지인에 대한 거부반응은 자민족 중심주의를 낳았고, 결국 외국인(외지인) 박해로 이어졌다. 인류 역사에서 외지인에 느끼는 공포와 혐오의 감정은 수많은 비극을 잉태했다. 반이민 정서로 촉발된 ‘브렉시트’가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뻗어나간다고 상상해보라. 또 다시 인류에게 재앙이 닥칠 수도 있다.
외지인 혐오는 대부분 편견과 무지를 동반한다. 종구는 처음에 근거 없는 ‘카더라’식 소문에 바탕을 두고 외지인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브렉시트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이민자들이 경제성장에 도움을 줬다는 명백한 통계자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국인은 믿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의 논평대로, 이민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감정’이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눌러버렸다. 영국인은 뒤늦게 자신의 편견과 무지를 자책하며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라고 되묻고 있다.
‘곡성’의 종구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이성적, 과학적 판단에 근거하지 않은 무지, 편견, 그리고 의심은 인간이 절대 낚여서는 안되는 비극의 미끼이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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