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극단적인 타고투저다.
올 시즌 KBO리그 전반기를 강타한 최대이슈는 타고투저다. 전반기 리그 타율은 0.288, 리그 평균자책점은 5.14였다.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2014년(타율 0.289, 평균자책점 5.26)에는 조금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2015년(타율 0.280, 평균자책점 4.89)보다는 확실히 심화됐다.
현장 관계자들, 지도자들은 기온이 크게 치솟은 6월 이후 2014년에 버금가는 타고투저가 그라운드를 지배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최근 승리 팀이 10점을 넘기는 케이스는 흔하다. 7월에는 양 팀이 10점 이상씩 주고 받은 극강의 난타전도 3경기가 있었다.
▲명품 타격전도 있다
감독들은 타고투저를 선호하지 않는다. 승부처에서 믿고 올린 투수가 얻어맞는 경우가 속출하면 마운드 운용이 그만큼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당일 마운드 운용뿐 아니라 다음날 경기, 심지어 다음 3연전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감독 입장에서 '계산이 되는 경기'는 치고 받으면서도 마운드가 적절히 막아내는 투수전이다.
물론 모든 타격전이 KBO리그의 질을 떨어뜨리는 건 아니다. 핸드볼 수준의 타격전이 아닌, 적절히 치고 받는 타격전은 야구 팬들의 흥미를 끌어올린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지난 9일 두산과 KIA의 잠실경기. 두산이 연장 10회말 상대 실책으로 7-6,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명품 타격전이었다. KIA가 1~3회에 먼저 4점을 뽑은 뒤 두산이 3회와 6~7회에 맹추격, 승부를 뒤집었다. 그러자 KIA가 다시 9회에 2점을 뽑아 동점을 만들었다. 비록 블론세이브도 나왔고, 실책으로 경기가 끝났지만, 전체적으로 품질이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다. 상, 하위타선의 밸런스가 좋은 두산과 최근 테이블세터와 중심타선의 시너지가 좋은 KIA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적절히 치고 받았다. 4시간 15분이 걸린 경기였지만, 팬들이 지루할 틈은 없었다.
관중동원 페이스는 좋은 예시다. 타고투저가 심화됐지만, 6월 1일 300만명, 6월 23일 400만명을 잇따라 돌파했다. 올 시즌 400만 관중 돌파는 역대 세 번째 빠른 페이스였다. 지난해보다 52경기 빨랐다. 7월에도 관중이 딱히 급감한 징후는 없다. 확실히 야구 팬들은 타격전을 무조건 싫어하는 건 아니다. 때문에 타고투저 현상을 무작정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KBO리그의 주인은 팬들이다.
▲본질에 대한 고민
타고투저의 본질적 요소와 최근 흐름을 살펴볼 필요는 있다. 타자들의 파워 향상, 배트 반발력 증가, 대체로 좁아진 각 구장의 파울 존 등은 기본적으로 타자들을 유리하게 하는 조건이다. 반면 투수들의 구종 증가 및 구질 업그레이드는 더디다. 구종 자체는 많아졌지만, 예년보다 정교한 제구력을 갖고 있는 투수가 많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강속구 정통선발이 많은 것도 아니다. 고교야구 주말리그제가 시행됐지만, 에이스급 투수들의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투수 특급 유망주들이 프로에 적응하기도 힘든데 수술과 재활을 거치면서 더더욱 프로에서 자리잡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KBO리그 전체적으로 타자들의 경쟁 선순환이 원활하지만, 투수들은 정반대다.
최근에는 흥미로운 분석도 나온다. 단순히 타자들의 파워 증가뿐 아니라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코스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몇몇 관계자에 따르면, 투수가 아무리 스트라이크 존 외곽으로 잘 찔러 넣어도 어지간한 힘과 기술을 갖고 있는 타자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홈런을 친다. 타자들은 더 이상 투수들의 한 가운데 실투만 홈런으로 연결하지 않는다. 수도권 구단 한 타격코치는 "요즘 저연차급 타자들은 몇 년 전보다 인&아웃 스윙(팔을 팔꿈치에 최대한 붙인 뒤 바깥쪽으로 뻗는 스윙, 능숙하게 사용하면 몸쪽과 바깥쪽 공략을 자유자재로, 힘 있게 할 수 있다)을 제대로 한다"라고 설명했다.
기술 업그레이드가 자신감으로 표출된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요즘 볼카운트 3B나 3B1S서 웨이트 사인을 내는 팀은 거의 없다. 타자들이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좋은 결과를 낸다"라고 했다. 좋은 파워와 기술로 무장한 각 팀 정상급 타자들은 각 팀 간판급 투수 공략에 자신감을 보인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선 6~8회 4~5점 차는 안심할 수 없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예를 들면 두산 선발진은 막강하다. 하지만, 더스틴 니퍼트 정도를 제외하고는 난공불락이라는 느낌은 아니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이 KBO리그를 떠난 뒤 블론세이브 걱정을 하지 않는 구단은 아예 없다.
최근 현장에선 감독자회의를 거쳐 내년부터 마운드 높이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어쨌든 핵심은 투수력 발전에 대한 본질 그 자체에 대한 고민이다. 타고투저를 단순히 좋다, 혹은 나쁘다고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KBO와 구단차원에서 투수 육성시스템과 방향설정에 대한 재점검이 시급하다. 전반기 극단의 타고투저 현상이 한국야구에 빛과 그림자를 남겼다.
[전반기 KBO리그 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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