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송일국이 뮤지컬에 도전했다. 꿈의 무대라고만 생각했던 뮤지컬 무대의 기회는 갑작스레 찾아왔고, 그는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노래 실력 탓에 뮤지컬배우로서 자신이 한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뮤지컬배우의 길을 한걸음 뗀 이상 주저하지 않고 뮤지컬을 즐기려 한다.
송일국이 출연중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오리지널 라이선스 뮤지컬 중 최초로 올해 20주년을 돌파, 흥행과 역사를 보유한 스테디셀러 뮤지컬이다. 성공과 사랑이라는 가장 보편적이며 열정적인 주제를 담았으며 배우의 꿈을 안고 브로드웨이로 건너온 코러스걸 페기소여가 뮤지컬스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극 중 송일국은 최고의 카리스마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을 맡았다. 그는 "연습할 때까지만 해도 과연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했는데 어느 순가 무대에 서있더라"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아직도 노래는 많이 부족하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분명한 건 한 회 한 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거에요. 더 다행인건 제가 뮤지컬에서 노래에 차지하는 비중이 많지 않고, 워낙 후배들이 열심히 잘 해줘서 잘 묻어가고 있다는 거고요.(웃음) 시작할 때도 그랬는데 저만 잘 하면 될 것 같아요. 지금 그 생각은 변함없어요."
송일국은 뮤지컬배우 최정원 추천으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 합류하게 됐다. 평소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송일국이 출연한 연극 '나는 너다'를 본 최정원은 그에게서 줄리안 마쉬를 봤다.
"추천해주신 최정원 선배님에게 적어도 누는 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고 밝힌 송일국은 "뮤지컬은 내게 꿈이기도 했다. 정말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평생 노래를 해봤기를 해, 춤을 춰봤기를 해. 물론 여기 춤은 없지만 뮤지컬은 꿈의 무대예요. 뮤지컬배우들은 노래도 잘 하지, 춤도 잘 추지, 연기는 기본이고. 어릴 때 저는 어머니(김을동)가 배우다보니까 집에 초대권이 많아 공연을 많이 봤거든요. 보면서 '뮤지컬 배우들이 진정한 배우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부럽기도 했고요. 그런 거 있잖아요. 부럽지만 결코 나는 할 수 없는 일. 그 꿈을 최정원 선배님 덕분에 이루게 된 거예요. 꿈을 이뤘는데 최선을 다 해서 신인이 된 기분으로 해야죠. 저같은 중고 신인이 하기에 줄리안 마쉬가 딱 맞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무대에 오른 송일국을 본 최정원 반응은 어땠을까. 송일국은 "최정원 선배님 표정이 좀 안 좋긴 하시더라. 노래를 저렇게까지 못 할 줄은 몰랐지 않았겠나"라며 크게 웃은 뒤 "최정원 선배님이 조언을 많이 하신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노래가 이렇게 어려운지 처음 알았어요. 단 두곡인데 두곡 때문에 죽을 것 같죠. 음악 선생님 표현에 따르면 성대도 근육이래요. 우리가 똑같은 다리 근육이지만 축구선수가 쓰는 근육과 야구선수, 육상선수가 쓰는 근육이 완전 다르잖아요. 성대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도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꾸준히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 될 거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분명한건 하루 하루 좋아지고 있어요. 지금도 계속 트레이닝 받고 있고요."
부족한 노래 탓에 고군분투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꿈의 무대 뮤지컬은 송일국을 설레게 한다. "뮤지컬은 정말 꿈이었다"며 "마침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는데 지금 아니면 할 수 없지 않나.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회사에서는 반대 했었어요. 근데 다행인건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는 공연 전담팀이 따로 있고 공연 제작도 따로 해요. 대표님은 '뮤지컬이 웬말이냐'며 반대했지만 다행히 공연 기획팀에서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잘 알고, 제가 맡는 줄리안 마쉬 역이 어떤지 알고 있었어요. 또 토월극장이 배우들에겐 꿈의 무대니까 무조건 해야 된다고 잘 설득 해주셨죠. 운 좋게도 꿈을 이루게 됐네요."
해보지 않았던 뮤지컬에 도전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었을까. 잠시 고민하던 송일국은 "후회.. 물론 아직도 부족하지만 하길 잘 한 것 같다"며 "너무 많이 배웠다. 이제 조금 알 것 같고 노래를 배우다 보니 재밌더라. 부담이 없어지니 이제 노래가 재밌어진다"고 말했다.
점점 노래가 재밌어지니 욕심나는 작품도 생겼다. 그는 "사실 '브로드웨이 42번가' 하기 전에 최정원 선배님이 '맘마미아'를 하셔서 보러 갔는데 보면서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잘 해내면 다음 작품은 '맘마미아'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남경주 선배님이 맡으신 샘 역할을 하고 싶다. 물론 제 꿈이고 제 바람이다"고 고백했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지금도 물론 고치는 게 잘 안되지만 톤을 높이고 묻히지 않으려고 엄청 애 쓰고 있어요. 전 노래가 부족한 중고신인이에요. 처음 데뷔하는 후배들과 비슷한 심정으로 했어요. 모범까진 아니어도 손가락질 받지 않게 열심히 하려 했죠. 지금은 애가 셋이나 있으니까 좀 힘든데 그래도 연습 안 빠지고 열심히 누가 안 되려고 노력했어요. 욕심이 생기니까 새로운 게 생기더라고요. 최근엔 음악 이론 공부도 시작했어요. 계속 열심히 하려고 해요. 누가 아나요? 또 기회가 올지."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공연시간 150분. 오는 8월 28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문의 1544-1555
[송일국.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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