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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영화 '부산행'은 좀비의 압도적인 비주얼 뿐만 아니라 좁고 빠르게 달리는 열차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들의 내면 심리상태를 현실적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 혹자는 감독이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관점을 대놓고 드러냈다고 말하고, 리얼하게 표현해 극 중 부산행 열차에 자신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관람평도 있었다.
연상호 감독은, 이기적이었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이타적으로 변해가는 석우(공유), 자신의 아내와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해내고자 하는 상화(마동석), 10대의 패기로 위험을 무릅쓰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영국(최우식), 무한 이기주의의 전형을 보여주는 용석(김의성) 등을 통해 현대사회의 각 군상을 표현했다.
- 비판적인 시선으로 작품이 그려졌다는 반응에 대해?
"관객들을 작품에 몰입케 하기 좋은 요소 중 하나는, 영화 속 사회와 우리 사회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매칭시키는 것이었다. 대중들이 느끼는 사회상을 영화에 녹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정치·사회적인 메시지는 뉘앙스로만 들어가고 군중에서 공포에 질린 소시민들이 변할 수 있는 심리에 포커스를 맞춰 표현해보자는 생각이었다."
- 인물들의 사연이 길게 나오지 않고 열차 속에서 벌어지는 내용에 초점을 맞췄는데?
"국내 작품들은 텍스트, 시나리오 위주의 영화가 많다. 개연성이나 인물의 일대기를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호흡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그게 아주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 이기적이었던 석우가 열차 안에서 이타적으로 변해가는 캐릭터였는데?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난이 일어났을 때 무척 이타적인 사람들을 보면 논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계기로 변해간다. 석우는 안전한 쪽이었을 때를 지키려고 하는 성향을 가진 인물이었다. 위험한 쪽이었을 때 분노하게 된다. 가해자나 방관자의 입장이었을 때와 자기가 피해자가 됐을 때는 입장이 다른 만큼 반응도 달라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방관자였을 때 안보였던 것들이 피해자일 때 보이는 것이다."
- 가장 애착이 간, 중점적으로 그리고 싶었던 캐릭터는?
"지금 생각해볼 때, 석우나 용석, 상화도 다 중요한 캐릭터라서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영화를 만들고 나서 돌이켜보면 용석이 있던 열차 칸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미지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공포스럽다가 한 번 지르고 나니까 가속도가 붙었던 장면을 개인적으로 만족했다. 또 안소희와 최우식이 연기한 10대 커플이 잘 그려진 것 같다."
- 김의성이 연기한 용석, 악역으로 그렸나?
"용석은 상당히 큰 공포심을 갖고 있는 캐릭터다. 석우에서 파생돼 나온 캐릭터라고도 볼 수 있을것 같다. 용석을 만들어주는 것은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염치없이 얘기하는 용석이 편하고 동조하기 시작했을 때 가속도가 붙는다. 그래서 용석이 더 염치가 없어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군중과 용석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한다."
- '부산행'을 통해 감독으로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영화적 주제는 관객들이 직접 보고 느끼면 좋을 것 같다. 극장에 오셔서 영화를 재미있게 잘 보고 극장에 나가면서 영화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관객들을 곁에서 직접 봤는데, 내게는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연상호 감독(위) '부산행' 스틸.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NEW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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