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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는 끝없이 배우는 직업이라 배우라 했던가. 2001년에 데뷔해 어느새 16년차가 된 배우 김영훈은 여전히 배우고 또 배우고 있다.
특히 이번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는 그의 연기 열정을 또 한 번 돌아볼 수 있게 해줬다. 이제까지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잃었던 적은 없지만 어느 순간 익숙해지려 할 때가 있었고, 그 때 ‘그래, 그런거야’를 만나 그 열정을 다시 일깨우게 됐다.
‘그래, 그런거야’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따뜻하게 품어줄 정통 가족드라마로 3대에 걸친 대가족 속에서 펼쳐지는 갈등과 화해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가족의 소중함과 의미를 경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린 작품.
극중 유세희(윤소이)의 남편 나현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올해 상반기를 모두 ‘그래, 그런거야’에 쏟아 부은 김영훈은 “진짜 길게 했는데 희한하게 아쉽다. 제일 길게 한 드라마인데 실감도 안 나고 뭔가 더 촬영하고 싶고 되게 아쉽다”며 “‘그래, 그런거야’는 내게 정말 중요한 작품”이라고 운을 뗐다.
“사실 분량이 많지 않아 촬영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끝나고 나니까 정말 아쉬워요. 저도 어린 나이가 아니니까 이제까지 작품 해오면서 여러 작가님, 연출님, 스태프들, 동료 배우들과 함께 다양한 방식을 겪어 봤는데 이번 김수현 작가님과의 작업은 정말 방식이 달랐어요. 선생님만의 어투가 있고 애드리브 없이 해야하다보니 그 전과 작업 방식이 달라 배우는 게 많았죠.”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 자신이 경험해온 것들만 해왔던 것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처음엔 김수현 작가 스타일에 맞추는 게 참 어렵고 힘들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깨달았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나아지고 있고 정말 배우고 있다는 것을. “이제까지 못 느끼던 걸 느끼게 해줬다”고 말하는 김영훈 눈이 빛났다.
“작품 하기 전엔 사실 겁이 나기도 했고, 김수현 작가님 작가님의 깊이있는 작품을 한다는것에 대해 두려움도 있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이래서 김수현작가님이라고 하는구나’ 싶었어요. 선생님이 무서울 거라 생각해서 겁을 먹고 시작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으셨어요. 소녀 같고 배려가 있고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말을 하지 않으세요. 잘못했을 때 용기도 주셨고요.”
‘그래, 그런거야’는 매주, 매 회 대본 리딩을 했다. 여타 드라마와는 확실히 다른 부분. 김영훈 역시 “다른 드라마는 이렇게 매 회 대본 리딩을 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색달랐다”며 “확실히 몇 번 읽어봤냐에 따라 굉장히 다르다. 나도 모르게 의미가 다르게 말할 수 있는데 대본 리딩을 하면서 그런 부분을 잡아갈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대본 리딩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요. 방송 시간과 거의 비슷하죠. 그렇다고 그냥 읽는 것만으로 끝나진 않아요. 작가님이 쓰신 방향에 맞게 얘기해주세요. 처음 대본 리딩을 할 때는 엄청 긴장했어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고칠 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러다 보니 겁이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짧은 시간 안에 잘 해야겠다는 욕심도 생기고 하니까 굉장히 부담이 되고 저도 모르게 긴장도 되더라고요. ‘이게 맞을까?’ 시험 보러 가는 기분이었어요.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틀린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죠. 정답만 맞추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다 보니까 긴장이 됐던 것 같아요.”
처음엔 정답을 쫓았기에 긴장이 됐다. 시험 보는 기분으로 했기 때문에 쓴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그 과정을 깨나갈수록 김영훈은 점점 나아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시험이 기다려지듯 리딩 시간이 기다려졌다. 오답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기쁨도 알게 됐다.
김영훈은 “시간이 지날수록 김수현 작가님 스타일에 적응을 하긴 했지만 이후에도 분명 오답은 많았다. 다 맞진 않았다. 그런데 오답이라는 걸 알았을 때 오는 기쁨도 있더라”며 “오답임을 알려주는 김수현 작가님, 리딩 자리가 없었다면 나는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 했을텐데 어떤게 맞는건지 알려주니 배우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 앞에서 오답을 내는 것에 대해 창피함을 느끼고 긴장을 했던 게 사라졌어요. 그저 선생님께 검사를 받고 답을 묻고 싶었죠. 김수현 작가님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리딩 시간밖에 없으니까 항상 대본 리딩이 기다려졌어요. 어떤 생각을 갖고 쓰셨는지, 어떤 것들을 던져 주실지 궁금했죠. 분명히 배우는 게 있었어요.”
김영훈은 “배우이다 보니까 그 시간이 기다려졌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평생 배우로 살아가야 되니까 배울 수 있는 그 시간이 정말 즐겁고 소중했다”며 “인간인지라 사람들 많은데서 지적 받는 게 창피할 수도 있는데 당장은 싫겠지만 앞으로 배우를 해나감에 있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배우로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어요. 제 단점들을 명확하게 짚어 주셨는데 연기를 하다보면 내성에 젖기도 해요. 흥미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고요. 내 스스로 ‘이게 맞아’ 하면서 연기를 하게 되기도 하죠. 그런데 이번에 김수현 작가님과의 작업은 다시금 저를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어요.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이게 맞아’라고 단정 짓지 않게 됐죠.”
[MD인터뷰②]에 계속
[김영훈.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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