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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후련하고 통쾌하다. ‘더 킹’은 한국 현대사의 치부로 불리는 정치검찰의 심장부에 날리는 통렬한 풍자다. ‘내부자들’보다 더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소재를 다룬 이 영화는 한국 정치의 어두운 이면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고교 시절 목포 양아치 출신 박태수(조인성)는 검사의 꿈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결국 검찰 입성에 성공한다. ‘라인’을 잘타야 출세할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은 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한강식(정우성) 부장검사와 양동철 검사(배성우) 밑으로 들어가 승승장구를 거듭한다. 고향친구이자 조직폭력배 들개파의 2인자인 최두일(류준열)과 힘을 합쳐 어깨에 잔뜩 힘을 주지만, 점차 견제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위기에 몰린다.
영화는 하회탈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회탈이 대마초에 취해 웃고 있다는 시시껄렁한 농담은 ‘더 킹’을 해학과 풍자로 끌고 가겠다는 선언이다. 풍자는 조롱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더 뼈아프다. 이 농담은 그 자체로 영화의 형식이자 내용이다. 권력의 맛에 취해 낄낄 거리는 정치검사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고 그들의 민낯을 가감없이 드러내 블랙코미디로 보여주겠다는 것.
‘더 킹’은 슬로우모션, 정지화면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권력(돈)을 위해서라면 불법을 서슴지 않는 인물들의 추악한 모습을 신랄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한국 정치판 버전으로 보인다.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가 실화이듯, ‘더 킹’ 역시 실제 사건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파급력을 높인다. 어떤 장면은 뉴스화면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다큐멘터리 기법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2017년 작금의 정치 현실이 오버랩될 때는 영화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내레이션은 이미 끝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회상의 장치다. 그러나 ‘더 킹’에선 판소리나 마당극의 효과를 내며 은밀한 권력의 내부를 쉽게 설명하는 역할을 겸한다.
팬트하우스에서 여자와 술을 끼고 질펀하게 노는 장면부터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를 알아보기 위해 점집을 찾아 굿을 하고 돈을 갖다 바치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권력을 쥔 자들이 벌이는 비루한 행동이 시종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조인성은 30여년의 세월에 걸쳐 권력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맛보는 검사를 내레이션과 함께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정우성은 전작 ‘아수라’에 이어 또 다시 파격적인 연기로 눈길을 끈다. 배성우는 유머러스한 이미지 속에 서늘한 면을 갖춘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연기했다. 류준열은 1인자가 되겠다는 욕망과 친구와의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들개파 조폭으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관상’에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한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그린 한재림 감독은 ‘더 킹’에선 권력 암투에 연루된 검사의 흥망성쇠를 담아냈다. 두 영화 모두 ‘권력무상’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그는 30여년에 걸친 한국 현대사의 정치와 권력 암투를 빠른 속도로 스케치한 뒤에 질문을 던진다.
“누가 대한민국의 왕인가?”
이제 관객이 대답할 차례다.
[사진 제공 = NEW]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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