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홈런 스트레스는 없다."
KIA 최형우는 KBO리그에 FA 100억원 시대를 처음으로 열어젖힌 주인공이다. 시즌 직전 이대호(롯데, 150억원)에 의해 역대 FA 최고몸값 타이틀서 벗어났다. 그렇다고 해도 시즌 내내 팬들과 언론에 주목 받을 선수인 건 분명하다.
최형우의 시즌 초반 성적을 살펴보자. 아주 빼어나다. 19경기 모두 4번타자로 선발 출전, 65타수 25안타 타율 0.385에 4홈런 15타점 16득점이다. 25개의 안타 중 2루타 이상의 장타가 무려 17개다. 득점권타율도 0.421이고, OPS는 무려 1.268이다.
단 19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타격은 반드시 업&다운이 있다. 최형우의 올 시즌 최종성적과 팀 공헌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최형우도 "아직 타격이 완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 나쁘지도 않지만, 좋은 것도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워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타석에서 정신적,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거의 없거나, 있어도 잘 다스린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하다. 야구는 멘탈스포츠다. 자신의 심리 상태를 잘 다스리고 냉정하게 대처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도 않다.
100억원을 받고 새로운 팀에서 풀타임 4번타자로 뛴다. 많은 사람이 최형우 가세로 KIA가 우승후보가 됐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최형우는 정작 21일~22일 잠실 LG전서 2경기 연속 홈런을 친 이후 "홈런 스트레스는 없다"라고 말했다.
꾸며낸 말로 들리지 않았다. 최형우는 "정말이다. 한 번도 홈런타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라고 했다. "2루타 정도를 꾸준히 치면 만족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그렇지도 않다. 안타만 꾸준히 치면 된다. 그리고 찬스에서 타점을 올리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최형우는 풀타임 주전으로 도약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간 234홈런을 터트렸다. 연간 30홈런에 미치지 못했다. 최근 3년 연속 30홈런을 뽑아냈다. 하지만, 스윙 매커니즘을 보면 전형적인 홈런타자는 아닌 듯하다. 그래도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장타를 만드는 기술은 리그 최정상급이다. 차우찬의 슬라이더가 덜 꺾여 높게 형성되자 여지 없이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한 야구관계자도 "최형우의 부드러운 스윙을 보면 홈런을 노리는 건 아니다. 대신 좌우투수를 가리지 않고 클러치서 강하다"라고 평가했다. 최형우는 자신만의 장점을 이적 첫 시즌 초반에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지면서 많은 타자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최형우도 "쉽지는 않다"라고 했지만, 순조롭게 적응 중이다.
환경이 변했고, 주변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중심타자가 FA로 이적하면 많은 홈런에 대한 기대도, 본인의 부담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최형우는 잘 통제하고 있다. 홈런과 장타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스윙을 이어간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팀 공헌을 높인다. 김기태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도 최형우에게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다.
삼성에서 9년간 풀타임으로 뛰며 노련해졌다. 차우찬 상대로 뽑아낸 홈런은 또 다른 비밀이 있다. 그는 "첫 타석에 아무런 생각 없이 들어갔는데 변화구 각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다음 타석부터 타석 위치를 조금 앞으로 당겼다"라고 털어놨다. 변화구가 조금이라도 덜 꺾일 때 공략하려는 의도였고, 통했다.
유일하게 욕심을 내는 타점 생산도 무작정 덤비는 게 아니다. 최형우는 "사실 노아웃이나 1아웃이냐, 주자 2루 혹은 3루에 따라 대처하는 방법이 다르다. 자연스럽게 터득했고, 대처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라고 했다.
언젠가 슬럼프가 찾아올 수 있다. 그러나 멘탈이 단단하다. 최형우는 "운도 따르고 있고, 즐기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선다. 수비도 더 집중하고 있다. 타점이 하나씩 나와서 좋다"라고 말했다. 바람직한 마인드다.
[최형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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