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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칸(프랑스) 신소원 기자] "고목나무에도 꽃이 피는 느낌입니다. 죽는 날까지 열심히 한번 해보렵니다."
배우 변희봉은 20일(현지시각) 오후 프랑스 칸 칼튼 호텔에서 열린 영화 '옥자' 한국 기자단 인터뷰에 참석해 다소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수많은 작품에서 양복에 구두 차림보다는 편안한 모습을 많이 보아왔던 터라, 그리고 '옥자' 속에서도 강원도 산골에 사는 미자의 할아버지로 등장해 더욱 그랬다.
변희봉은 "이런 인터뷰 기회가 별로 없었던 사람이다"라며 인터뷰의 첫 운을 뗐다. 변희봉은 1968년 MBC 공채 2기 성우로 데뷔해 그동안 수많은 작품들에서 명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특히 변희봉은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2000)를 시작으로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에 이어 '옥자'(2017)까지 네 번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칸에 오는 것은 배우의 로망입니다. 정말 영광이죠. 배우 생활은 오래 했지만 칸에 온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벼락맞은 사람 같아요. 70도 기운 고목나무에 꽃이 핀 기분입니다. 이 자리를 통해 넷플릭스와 플랜B에, 그리고 봉준호 감독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변희봉은 안서현, 제이크 질렌할, 스티븐 연, 폴 다노, 틸다 스윈튼 등 '옥자'에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변희봉에게 칸 영화제란 배우로서의 오랜 꿈이었고, 이제 현실이 됐다.
"레드카펫에 들어갔을 때 정말 황홀했습니다. 소원을 이룬 것 같았어요. 이 것이 행복인가. 만감이 교차했어요. 그 레드카펫에 그렇게 긴 줄 몰랐어요. 눈 앞에 있는데 좀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온갖 망상이 다 왔다갔다 하는 순간이었어요. 제 머릿 속에 남는 것은 이제 다 저물었는데 뭔가 미래의 문이 열리는 것이 아닌가, 라는 기대감도 생겼어요. 힘과 용기가 생기는 듯 했습니다. 두고 봅시다. 좌우간 이 다음에 뭔가 조금 할런지 열심히 할 겁니다. 죽는 날까지 하겠습니다."
변희봉의 "죽는 날까지 연기하겠다"라는 말에, 기자들은 인터뷰 도중 박수를 쳤다. 그동안 숱한 작품들에 출연해온 그가 당차게 용기있는 모습을 보여 많은 귀감을 샀다. 특히 옆자리에 앉은, 아역배우 안서현에게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선배의 참 모습을 본 셈이었다.
"봉준호 감독과 4번이나 작품을 했네요. 원래 시골 사람이고 돼지를 키워봤어요. 그래서 아마 이번에도 절 캐스팅하지 않았나 싶어요.(웃음) 그런데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을 전체 녹화해서 봤어요. 이번에 일을 하면서 봉 감독의 손 안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연기를 했어요. 배우에게는 그게 중요해요. 봉 감독이 '아시아의 첩보원같다'라고 하더라고요. 다음에는 첩보원 영화 기대해주세요."
[사진 = AFP BB/NEWS]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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