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아픈 엄마(펠리시티 존스)와 단둘이 생활하는 12살 소년 코너(루이스 맥더겔)는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다. 엄마를 대신해 엄격하고 무서운 외할머니(시고니 위버)와 지내면서 코너의 반항은 심해진다. 어느날 밤 12시 7분에 상상 속 존재 몬스터(리암 니슨 목소리연기)가 찾아와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코너는 외면했던 마음 속 상처와 마주하게 된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몬스터 콜’은 현실과 판타지의 섬세하고 균형잡힌 스토리텔링으로 엄마와 이별을 앞둔 소년의 슬픔과 고통을 위로하는 작품이다. 슬프면서 따뜻하고, 아름다우면서 감동적인 이 영화는 판타지 성장영화의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시본 도우드가 구상한 아이디어를 패트릭 네스가 마무리 짓고, 일러스트레이터 짐 케이가 그림을 그린 원작 소설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다. 바요나 감독은 원작의 핵심을 고스란히 살리는 한편, 원작에 없는 설정을 가미해 뭉클한 감동의 여운을 짙게 남긴다.
‘몬스터 콜’은 고전영화 ‘킹콩’의 한 장면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추락하는 킹콩의 모습은 코너가 악몽 속에서 거듭 반복하는 추락의 공포를 연상시킨다. 엄마가 미술에 소질이 있고, 그림을 잘 그렸다는 설정은 라스트 신의 반전으로 이어지며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몬스터가 들려주는 세 가지 이야기는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선과 악이 갈등을 벌이는 인간의 보편적 심리를 드러낸다. 살인자이면서 구원자일 수 있는 왕손, 목사의 딸을 도와주지 않은 약제사,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자신을 보게 만든 이야기는 코너의 고통스럽고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는데, 이는 코너가 마지막에 응답해야할 네 번째 이야기와 맞물려 그 자체로 누구나 갖고 있는 깊은 우물의 심연과 직면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거대한 크기의 몬스터가 코너에게 저벅저벅 걸어 들어와 마음 속 진실을 말하게 하는 ‘몬스터 콜’은 우리 모두가 덮어놓고 살아왔던 과거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영화를 보면 어린 시절 상처 받고 어두웠던 당신 마음 속 소년이 걸어 나올 것이다. 그 소년을 위로하고, 어깨를 토닥여주길.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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