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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전 이후광 기자] 현대캐피탈이 ‘라이벌’ 삼성화재의 하늘을 찌를듯한 기세를 가라앉혔다. 현대캐피탈은 어떻게 적지에서 삼성화재의 12연승을 셧아웃으로 막아낼 수 있었을까.
현대캐피탈은 지난 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했다. 올 시즌 ‘V-클래식매치’ 첫 승과 함께 최근 2연승, 삼성화재 12연승 저지에 성공했고, 시즌 8승 5패(승점 25)로 선두 삼성화재의 독주 체제에 제동을 걸었다. 1위와의 격차는 승점 5점.
▲“코트에서 신나게 놀았다”
현대캐피탈에게 이날은 결코 쉬운 경기가 아니었다. 삼성화재가 개막 2연패 뒤 약 한달 반 동안 지는 법을 잊었고, 지난 1, 2라운드 자신들을 만나 모두 승리를 챙겼다. 현대캐피탈도 경기 전 6경기 4승 2패 상승세에 있었지만 11연승의 상대는 껄끄러웠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경기는 3-0 셧아웃으로 싱겁게 마무리됐다. 블로킹에서 15-5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고, 안드레아스, 문성민, 박주형 등 전 선수들이 득점에 고루 가담한 결과였다.
경기 후 최태웅 감독은 “전체 선수들이 코트 안에서 신나게 논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라며 “안드레아스가 외국인 역할을 제대로 해줬고, 노재욱은 토스가 좋았다. 또한 신영석이 자기 역할을 다해줬으며 김재휘는 높은 블로킹으로 상대의 높은 플레이를 막았다”라고 전 선수들을 고루 칭찬했다.
블로킹 5개를 포함 10점을 올린 신영석은 “삼성화재의 대한항공전 역전승을 보고 우리의 예전 18연승 기운을 느꼈다. 힘든 경기가 될 것 같았는데 감독님이 그런 건 전혀 생각하지 말고, 라이벌전이란 의식도 하지 말고 그저 재미있게 뛰어다니라고 하셨다. 그 결과 경기에만 몰입해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외적인 압박이 컸지만 현대캐피탈은 경기장에서 뛰놀며 그렇게 삼성화재의 12연승을 막아냈다.
▲“박철우 형만 막자고 생각했다”
현대캐피탈은 블로킹 1위 팀답게 이날도 높이의 우위를 살려 고비 때마다 흐름을 가져왔다. 상대 공격수가 공격 성공률 1위의 박철우와 득점 2위의 타이스였지만 신영석과 김재휘가 장점을 살리며 이들의 득점을 최소화했다. 특히 박철우를 8점(공격 성공률 47.06%)으로 묶은 게 주효했다.
신영석은 경기 후 “승리하기 위해선 (박)철우 형을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타이스보다는 철우 형을 막고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주효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원래 경기 전날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이야기를 잘 안하는데 어제(5일)는 선수들을 일일이 찾아가 블로킹 코스를 말하고 다녔다. 선수들과 세부적으로 논의한 결과 사이드에서 좋은 블로킹이 많이 나왔다”라고 평소보다 더욱 치밀했던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살아난 안드레아스 “서서히 적응이 된다”
무엇보다 이날은 외국인선수 안드레아스의 활약이 최 감독을 웃게 했다. 갑작스레 팀에 합류해 시즌 초반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안드레아스였지만 이날은 공격 성공률 65.38%와 함께 팀 내 최다인 20점을 올리며 외국인선수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 감독 역시 “안드레아스가 외국인선수로서 역할을 잘 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 감독은 경기에 앞서 안드레아스와 나눴던 최근 대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 감독은 당초 그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국내선수와 외국인선수를 구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3라운드 들어 안드레아스가 서서히 팀에 적응하자 이제는 “외국인선수라는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안드레아스는 처음에 이야기한 것과 내용이 다르다며 반문했고, 최 감독은 “넌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 외인이 아닌 안드레아스라는 선수를 믿는다”라고 격려했다. 그리고 그 격려가 최근 경기를 통해 효과를 보고 있다.
안드레아스는 경기 후 “감독님이 말씀하신대로 스스로 외국인선수 역할을 인지하고 있다. 최대한 팀플레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라며 “경기 전 나만의 루틴이 팀과 맞아 들어가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갑작스럽게 팀에 들어와 초반 적응에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장점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다”라고 흐뭇하게 웃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첫 번째), 최태웅 감독(두 번째), 안드레아스(세 번째). 사진 = KOVO 제공,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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