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버지와 또 같이 뛰고 싶다."
화성 히어로즈베이스볼파크에서 손가락 재활과 함께 올 시즌을 준비하는 넥센 이정후. 7일 만난 그에게 사람 얘기를 들었다. 아버지 이종범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언급됐다.
이정후는 지난해 11월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을 잊지 못한다. 프로에 입단한 뒤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심지어 아버지와 지도자와 선수로 함께 나섰다. 아버지 이 위원은 1루 코치였고, 이정후는 외야수로 뛰었다. 부자의 국제대회 동반 출전은 일본에서도 화제였다.
이정후는 "사실 아버지와 따로 만나서 얘기한 적은 없었다. 인터뷰 때문에 딱 한 차례 만난 게 전부였다. 대회기간에 따로 방으로 부른 적도 없었고, 식당이나 호텔에서 지나가다 마주친 게 전부였다"라고 회상했다.
그래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정후는 "1루에 나갔는데 아버지가 내 장비를 받아준 게 정말 신기했다. 그때 '0아웃이다. 사인 잘 봐라'고 말씀하셨다. 아버지와 함께 뛰는 게 꿈이었는데, 이루고 나니 또 같이 뛰고 싶다"라고 기대했다.
올 시즌 실현될 수도 있다. 이정후가 부상을 털어내고 성공적으로 복귀, 좋은 성적을 내면 8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다. 이 위원 역시 선동열 감독의 부름을 받아 코칭스태프에 합류할 수도 있다.
이정후는 "고교 시절까지 이종범의 아들로 살았다. 체념하고 살았다. 작년에 프로에서 활약하니까 조금씩 알아봐주시더라. 결국 프로는 내 이름으로 평가 받는다. 한 번은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외출했는데 한 팬이 나를 먼저 알아보고 '아 이정후 선수 아버님이 이종범이시구나'라고 하시더라. 나는 담담했는데 엄마가 엄청 좋아하셨다"라고 웃었다.
이정후는 아버지의 모든 모습을 닮고 싶다. "단순히 야구 스타일을 떠나서, 나는 성격이 매사에 진지한 편인데, 아버지는 '안 되면 뭐 어때?'라는 식의 대범한 스타일이다. 그런 걸 닮고 싶다"라고 말했다. 좋지 않은 기억을 털어내는 건 스포츠 선수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정후는 지난해 연봉 2700만원을 받았다. 대박을 터트리면서 올 시즌에는 1억1000만원을 받는다. 데뷔 2년만에 억대 연봉을 돌파했다. 그는 "연봉은 엄마가 관리해주신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야구장에서 만난 사람들 얘기도 들었다. 작년 이정후에게 가장 까다로운 투수는 브룩스 레일리(롯데)였다. 레일리는 좌완 스리쿼터다. 왼손타자 이정후에겐 디셉션이 좋은 레일리의 공을 볼 시간이 짧다. 10타수 무안타에 삼진 4개를 당했다. 볼넷 1개로 한 차례 출루했을 뿐이다. 그는 "정말 타이밍이 안 맞는다. 볼넷을 얻거나 몸에 공이라고 맞고 나가자는 심정이다. 투구수라도 늘려야 한다. 몸쪽 투심이 정말 까다로운데, 투심에 대비하면 커브가 들어오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팀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선수는 손아섭(롯데)이다. 이정후는 "플레이를 하실 때 근성과 투지, 그 눈빛이 너무 멋있었다. 볼 때마다 느끼는데 정말 잘 치신다. 그런 모습을 배우고 싶다"라고 말했다.
팀 선배 김하성, 원정 룸메이트 고종욱에게 가장 고맙다. 이정후는 "하성이 형과 종욱이 형이 내 얘기를 많이 들어준다. 종욱이 형과는 지금 애리조나에서 방을 같이 써야 하는 건데"라고 아쉬워 하더니 "숙소에선 아예 야구 얘기를 하지 않는데, 야구 얘기를 꺼내면 정말 잘 얘기 해주신다"라고 고마워 했다.
이정후는 데뷔 첫 안타, 첫 홈런공은 물론 고졸 신인 최다안타공까지 갖고 있다. 이정후는 "잠실에서 데뷔 첫 홈런을 쳤는데 매니저님이 공을 주운 분에게 방망이를 드리면서까지 공을 가져다 주셨다. 집에 보관하고 있다. 코치님들이 다른 공들도 다 챙겨주셨다.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사람 얘기를 꺼낸 김에 여자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정후는 현재 여자친구가 없다. 그는 "레드벨벳 슬기 씨의 팬이라 사진을 찍은 적은 있는데, 팬으로서 좋아하는 것이지 여자로서 감정을 느끼지는 않았다. 이상형은 내조를 잘 해주는 여자다. 연예인은 큰 관심이 없다. 덤벙대는 편이라 나중에 날 잘 챙겨주는 여자를 만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정후와 아버지 이종범 코치의 대표팀 시절(위), 이정후(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화성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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