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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구 이후광 기자] 시즌 초반 두산에서 가장 주목 받는 선수는 단연 고졸 신인 곽빈(19)이다. 배명고를 나와 2018 두산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한 그는 데뷔 시즌 9경기 만에 첫 승, 홀드, 세이브를 모두 맛봤다. 강속구와 예리한 커브에 신인답지 않은 담대함이 더해지며 두산 불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중이다.
대구에서 만난 곽빈은 시즌 초반 호투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내 전력의 90%는 양의지 선배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곽빈이 전한 시즌 첫 세이브 달성기
두산과 삼성의 시즌 4번째 맞대결이 펼쳐진 1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두산은 7-5로 앞선 9회말 마무리투수 김강률로 경기를 끝내려 했지만 김강률이 1사 후 이원석에게 솔로포, 다린 러프에게 안타를 연달아 맞으며 흔들렸다. 베테랑 이현승이 앞서 등판한 가운데 김태형 감독은 1점 차 리드를 지킬 카드로 곽빈을 택했다.
곽빈은 “그날 5회부터 4차례 정도 몸을 풀었는데, 9회 김강률 선배가 나가는 걸 보고 ‘이제 끝났구나’라고 마음을 놓았다. 그러나 방심한 순간 등판이 결정됐다. 나 때문에 팀이 질 수 있는 상황이라 더 긴장이 됐다”라고 등판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곽빈은 담대했다. 첫 타자 강민호를 2B2S에서 루킹 삼진 처리하며 한 숨을 돌렸고, 배영섭의 안타로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김헌곤을 초구에 3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곽빈은 그렇게 데뷔 첫 세이브의 감격을 누렸다.
곽빈은 당시의 느낌을 묻는 질문에 “내가 못 던지면 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뒤에 남아 있는 투수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내 선에서 끝내고 싶어 더욱 집중했다”라며 “배영섭 선배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떨리지 않았다. 올라가기 전 수석코치님의 ‘못 던져도 우리 책임이다. 넌 그저 편하게 던져라’라는 조언이 큰 힘이 됐다”라고 답했다.
곽빈은 경기 후 상대 선발투수였던 동기 양창섭(삼성)을 포함해 많은 지인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곽빈에게 양의지란?
두산은 올 시즌 이용찬이 선발로 가며 곽빈, 박치국, 이영하, 함덕주 등 어린 투수들 위주로 불펜을 구성했다. 이들이 초반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내는 가운데 김 감독은 원동력으로 베테랑 포수 양의지의 존재를 꼽았다. “양의지의 힘은 절대적이다. 베테랑 포수가 앉아있으면 안정감 자체가 다르다. 특히 어린 투수들일수록 더 그렇다”라는 게 김 감독의 지론이었다.
곽빈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곽빈은 띠동갑 선배 양의지의 존재가 얼마나 도움이 되냐는 질문에 “내 전력의 90%이다. 내 능력은 10%밖에 안 된다”라며 굳건한 신뢰를 나타냈다. 곽빈은 “매 경기 때마다 ‘공이 좋다’, ‘편하게 던져라’ 등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리드도 너무 잘해주신다”라고 덧붙였다.
곽빈은 아무래도 연차 차이로 인해 양의지와 평소에도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는다. 그러나 양의지는 항상 곽빈을 볼 때마다 ‘잠을 잘 잤냐’, ‘몸은 어떠냐’ 등 세심하게 안부를 묻는다고 한다. 이런 양의지를 두고 곽빈은 “아빠 같은 선배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데뷔 시즌 곽빈이 설정한 목표는?
곽빈은 1군에서 공을 던지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을 느끼고 있다. “모든 게 새롭다”라고 운을 뗀 그는 “많은 관중 앞에서 던지고, 또 잘 던지면 대우도 달라진다. 결과가 좋으니까 팬들의 응원도 더 많아지는 느낌이다. 항상 많이 챙겨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라고 전했다.
특히 곽빈은 전날 마무리투수 김강률이 어깨 피로 누적으로 말소되며 더욱 책임감이 커졌다. 김 감독은 당분간 마무리 상황에서 곽빈, 이영하, 함덕주 등을 상황에 따라 기용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곽빈은 “이젠 누구든 마무리투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더욱 큰 책임감을 갖고 공을 던져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곽빈의 올 시즌 작은 소망이 있다면 선발로 마운드에 한 차례 오르는 것이다. 곽빈은 “사실 시즌 전엔 선발 욕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1군에 기용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경험을 더 쌓아서 빠르면 1, 2년, 늦어도 5년 안에는 선발로 자리를 잡고 싶다. 올 시즌엔 한 번쯤 선발 마운드에 올라보고 싶다”라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곽빈. 사진 = 두산 베어스 제공,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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