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롯데 자이언츠의 주전 포수로 성장 중인 나종덕(20)에게 요즘 딱 어울리는 문구다. 나종덕은 올 시즌 32경기서 타율 .092 6안타 1타점 OPS .273밖에 쳐내지 못했다. 마산용마고 시절 줄곧 4번타자를 맡으며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날리던 그가 아직 1군에서 타율 1할도 맛보지 못했으니 자존심이 상할 법 하다.
그러나 9일 잠실에서 만난 나종덕은 이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당연히 사람인지라 자존심은 상한다. 하지만 “지금은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수비다. 수비 다음 공격이다”라며 “타율로 인해 스트레스도 받고 신경도 쓰이지만 일단 수비 쪽에서 무조건 팀 승리에 기여하려 한다”라고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종덕은 서서히 강민호(삼성)가 빠진 롯데 안방의 새 주인이 되고 있다. 스프링캠프부터 시작된 나원탁, 김사훈, 강동관 등과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냈고, 수비에서의 빠른 성장세를 통해 조원우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포수가 됐다. 조 감독도 나종덕의 타율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조 감독은 “첫 풀타임 포수에게 공격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다. 수비는 시즌 초반보다 많이 늘었다. 이젠 투수들이 자신 있게 포크볼을 던진다”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나종덕은 올 시즌 32경기서 단 6개의 안타밖에 치지 못했다. 멀티히트는 아직 없기에 6경기서 안타를 기록한 것. 그러나 공교롭게도 나종덕이 안타를 친 경기들 중 5경기서 롯데가 승리를 챙겼다. 나종덕은 4월 24일 KT전에서 데뷔 첫 3출루와 타점을 신고했고, 5월 8일 LG를 만나선 안타와 희생번트로 힘을 보탰다. 그날 안타는 헨리 소사의 강속구를 공략해 쳤기에 의미가 컸다.
나종덕도 이러한 기록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매 타석 커다란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그는 “주위에서 안타를 치면 팀이 이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라고 웃으며 “그런 말을 들으면 더 타석에서 집중하게 된다. 안타는 아직 적지만 팀이 이기는데 내가 도움이 된 것 같아 그게 제일 기쁘다”라고 말했다.
나종덕이 낮은 타율에도 씩씩하게 야구하는 데에는 동료들의 힘이 컸다. 이대호를 비롯한 롯데 선수단 전체는 나종덕의 타석 때 유독 열렬한 응원을 보낸다. 파울, 희생번트, 안타, 타점, 볼넷 등 타석에서 나종덕의 일거수일투족에 그 어느 때보다 큰 환호가 나온다. 또한 수비에서 실수가 나와도 투수들이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나종덕의 기를 살린다.
이에 나종덕은 “실수해도 투수 형들이 항상 자기 탓이라고 먼저 말해주신다. 그렇게 말해도 내 탓인 건 알지만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시니 힘이 된다”라며 “다음에는 반복된 실수를 안 하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하게 된다. 정말 많이 챙겨주시고 응원해주시는 형들 덕분에 많은 힘을 얻는다. 항상 감사할 뿐이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나종덕은 자신이 아직 롯데의 주전 포수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즌 끝날 때까지 경쟁은 계속된다. 올해 풀타임을 뛰어도 내년에 또 뛴다는 보장도 없다. 끝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나종덕에게 끝으로 올 시즌 목표를 묻자 첫째도 수비, 둘째도 수비를 말했다. 나종덕은 “올해는 수비 쪽에서 승리에 힘이 되는 게 목표다. 안정적 수비로 그라운드 내 리더가 돼 팀 성적이 좋아지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안 다치고 시즌 끝까지 남고 싶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나종덕.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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