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패스는 본능이다."
오리온 외국선수 대릴 먼로는 15일 SK전서 26점 18리바운드 11어시스트로 생애 처음으로 트리플더블을 달성했다. 먼로는 "패스는 본능이다. 어려서부터 농구를 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나온다.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는 것과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 패스 각도를 정하는 방법, 패스를 뿌리는 타이밍은 연습해서 되는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먼로의 어시스트 능력은 역대 KBL 외국선수를 통틀어 최고수준. 올 시즌 경기당 5.1어시스트로 이 부문 2위다. 추일승 감독은 "지난 시즌 버논 맥클린도 그 능력이 있었지만, 패스의 질은 먼로가 한 수 위"라고 말했다. 심지어 한 농구관계자는 "동료를 살리는 능력으로는 크리스 윌리엄스(前 모비스)급"이라고 말했다.
기 막힌 타이밍에 연결하는 패스는 누가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한 템포 빠르고, 동료의 가슴 방향으로 정확히 전달한다. 먼로가 빈 공간으로 움직이는 동료를 워낙 잘 보기 때문에 오리온 국내선수들은 그만큼 많이, 넓게 움직인다. 자연스럽게 효율적인 팀 오펜스가 이뤄진다.
알면서도 막기 힘들다. 수비수가 패스를 막기 위해 바짝 붙어 시야를 가리면, 먼로는 동료를 불러 스크린을 타거나 간결하게 건네준 뒤 다시 받아 공간을 확보한다. 상대가 나머지 선수들을 철저히 마크하면 슛이나 돌파로 득점을 한다. 실제 먼로의 페이드어웨이슛은 일품이다.
물론 비 시즌에 먼로와 국내선수들이 충분히 호흡을 맞춘 결과물이다. 먼로의 주특기 패스는 베이스볼패스. 골밑에서 수비리바운드를 잡은 뒤, 혹은 실점 후 골밑에서 짧은 아웃 오브 바운드 패스를 받은 뒤 한 손으로 쭉 길게 뿌리는 패스가 곧바로 반대쪽 골밑의 김강선, 한호빈, 최승욱에게 전달된다. 가볍게 레이업슛.
상대로선 힘 빠지는 순간. 실제 오리온 경기를 보면 간혹 이런 장면이 나온다. 김강선은 "시즌 전부터 먼로와 얘기했던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먼로 역시 "김강선, 한호빈 등과는 눈빛만 봐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오리온 팀 오펜스는 수준급이다. 10연패 후 최근 10경기 7승3패의 원동력. 그러나 추일승 감독은 두 가지가 마음에 걸린다. 먼로가 트리플더블을 한 직후 "솔직히 칭찬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먼로의 아킬레스건이 드러난다. 수비력이다. 나쁘지 않지만, 그렇게 돋보이는 스타일도 아니다. 본래 4번이다. 힘 있는 5번을 상대로 골밑에서 버티는 수비를 힘들어 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SK전서는 경기 중반 이후 송창무에게 많은 점수를 내주기도 했다. 추 감독은 "트리플더블 100번을 해도 수비를 잘 해야 한다. 수비를 게을리 하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오리온은 여전히 골밑 높이에 아킬레스건이 있다. 먼로의 집중력 있는 수비가 중요하다. 그래도 이 부분은 극강의 수비력을 지닌 이승현이 전역 후 돌아오면 보완될 수 있다. 2m 신장제한이 있는 올 시즌에 이승현의 골밑 수비력이 오리온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추 감독이 걱정하는 건 또 있다. 먼로의 득점, 어시스트가 많이 찍힐 수록 결국 먼로의 의존도가 높다는 걸 의미한다. 추 감독은 "먼로에 대한 비중이 높은 건 국내 선수들이 소극적이라는 뜻도 된다"라고 말했다.
냉정히 볼 때 오리온 토종라인업의 힘이 떨어지는 건 맞다. 최진수, 허일영을 제외하면 확실한 스코어러는 없다. 두 사람 역시 기복이 있고, 승부처서 확실히 해결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패하는 경기서 토종 가드진의 득점력이 떨어지는 약점이 드러난다. 또한, 먼로가 많은 어시스트를 하는 건 결국 가드진의 조율과 분배능력이 미흡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게 아니다. 다른 팀들도 장신 외국선수 비중은 높다. 다만, 추 감독은 먼로의 이타적인 능력을 유지하면서 국내선수들의 역량도 최대한 살리고 싶어 한다. 그래야 팀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추 감독은 "김강선, 한호빈에게 단신 외국선수 수비를 맡기는 이유가 있다. 실제로 공격에서의 역할이 많지 않기 때문에 수비에서 책임감을 가지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장 공격에서의 역할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수비 비중부터 높인다는 뜻. 그러나 추 감독은 국내선수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는 듯하다. 오리온 농구의 미래와 직결된 부분이다.
[추일승 감독과 먼로(위), 먼로(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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