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힘이 붙으면 3번 타자로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키움 외야수 이정후는 2017년 데뷔 후 대부분 경기를 톱타자로 뛰었다. 올 시즌 역시 부동의 톱타자다. 장타력이 좋은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정교한 배트 컨트롤 능력을 검증 받았다. 거의 모든 구종을 페어라인에 넣을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장정석 감독은 이 부분을 주목했다. 17일 시범경기 고척 두산전을 앞두고 "이정후는 거의 모든 구종을 정타로 연결할 수 있다. 스윙 스피드가 워낙 빠르다. 그래서 파울 커트가 거의 없다. 톱타자인데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는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통적 의미의 톱타자는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면서, 끈질긴 파울 커트로 배터리를 괴롭히는 역할을 한다. 출루를 최우선 목표로 삼으면서, 다음 타자에게 충분히 준비할 시간도 준다. 그러나 최근 톱타자들은 꼭 그렇지도 않다. 이정후처럼 적극적인 타격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타자가 많다.
물론 장 감독이 이정후가 톱타자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지난해 이정후는 출루율 0.412로 리그 6위에 올랐다.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며 힘을 빼는 스타일만 아닐 뿐, 최상급 안타생산능력으로 리그 최고의 톱타자 반열에 올랐다.
장 감독은 "좀 더 힘이 붙으면", "몇 년 후에는"이라는 단서를 붙이며 "나중에는 3번 타자로 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험을 좀 더 쌓고 장타력을 좀 더 키우면 중심타선으로 가도 손색이 없다는 의미.
구체적으로 장 감독은 "이정후가 좀 더 경험을 쌓고 힘을 붙이면 중거리형 타자로 거듭날 것이다. 그런 점에서 3번 타자도 어울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키움에는 박병호, 김하성이라는 확실한 중심타자 2명이 있다. 이정후가 부담 없이 타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상황.
실제 이정후는 지난해 득점권에서 타율 0.370, 주자가 누상에만 있어도 타율 0.348을 기록했다. 찬스, 특히 승부처서 전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어느덧 이정후라는 이름값이 상대 배터리에 미치는 압박감도 커졌다.
다만, 현 시점에선 굳이 타순을 흔들 이유는 없다. 키움은 올 시즌 박병호를 2번으로 내세우며 막강한 2번 타순효과를 테스트하고 있다. 이정후를 잇는 확실한 톱타자가 없다면 강한 2번 효과도 극대화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당장 이정후보다 나은 톱타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장 감독은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캠프지에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타순 고민을 해봤는데 행복한 고민이었다. 즐거웠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키움 야수들이 다재다능하다. 그 중심에 이정후가 있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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