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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용인 김진성 기자] 위기관리능력이 대단했다. KB는 통합우승 자격이 충분하다.
KB는 21일과 23일 챔피언결정 1~2차전서 삼성생명을 압도했다. 삼성생명이 후반만 되면 체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손쉽게 승기를 잡았다고 해도 꼼꼼한 준비가 돋보였다. 수비에선 김한별과 배혜윤에 대한 철저한 마크, 공격에선 부분 전술을 몇 가지 수정한 듯했다.
특히 1차전 시작과 함께 강아정이 탑에서 터트린 3점슛은 인상적이었다. 박지수와 카일라 쏜튼이 수비수가 마크하러 따라 올라온 타이밍에 맞춰 엘리베이터 문을 닫는 듯한 강력한 스크린을 걸었다. 정규시즌에는 이런 공격을 찾아볼 수 없었다.
25일 3차전은 1~2차전과 달리 삼성생명의 저항이 거셌다. 1~2차전서 주춤한 김한별과 배혜윤이 동시에 살아났다. 페인트 존 득점과 연계플레이, 리바운드에서 KB를 압도했다. 10점 내외로 계속 끌려갔다.
하지만, KB는 정규시즌 막판 우리은행과의 치열한 선두다툼을 통해 승부처를 버텨내고 이겨내는 노하우를 충분히 쌓았다. 많은 농구관계자가 올 시즌 초반과 후반 KB의 위기관리능력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날 역시 그랬다. KB는 1쿼터 막판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자 기습적인 존 디펜스 트랩 프레스를 하며 삼성생명을 당황시켰다. 삼성생명의 공격을 두~세 차례 막아냈다. 2쿼터에도 김한별, 배혜윤 수비가 원활하지 않았고, 외곽슛이 너무 터지지 않았다. 그래도 KB는 당황하지 않고 박지수의 골밑 공략, 카일라 쏜튼의 공격으로 추격했다. 스위치 수비의 응집력을 높이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전반 내용만 보면 삼성생명이 10점차 이상 앞서가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단 5점차에 그쳤다. 그리고 3쿼터에 돌입했다. 우리은행과의 플레이오프 3경기를 치른 삼성생명은 확실히 체력 부담이 큰 상황.
다만, 삼성생명의 이날 공수 응집력은 남달랐다. 배혜윤은 카일라 쏜튼과의 매치업에서 1~2차전과 달리 크게 밀리지 않았다. 좋은 수비에 이어 1대1 공격을 성공하기도 했다. 김한별도 특유의 저돌적인 돌파력을 선보였다. 박지수의 위력적인 골밑 공격을 수 차례 저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또 다시 변수가 나왔다. 이번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의 최대 논란. 심판의 불분명한 판정 기준은 여전했다. 이번 포스트시즌 내내 수비수의 공격수 실린더 침범에 대한 기준이 경기 중에도 변했다. 심판배정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은 상황. (삼성생명과 악연이 있는 신동재 심판이 배제됐다. 그러나 본질적 문제는 달라지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하킨스가 3쿼터 8분41초전, 배혜윤이 7분53초전 잇따라 4파울에 걸렸다. 골밑 수비 응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하킨스의 경우 초반 1~2차례의 파울 선언이 의심스러웠다. 공격수와 별 다른 접촉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
어쨌든 이후 KB는 박지수의 골밑 공략, 쏜튼의 돌파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임근배 감독은 배혜윤을 잠시 뺐으나 의미는 없었다. 3분53초전 김한별의 테크니컬파울이 나오면서, 급격히 흐름이 KB로 넘어갔다. 달리 말해 경기 내내 야투 감각이 좋지 않은 KB가 수비로 잘 버텨냈다는 증거다.
5점 내외의 KB 리드로 4쿼터 승부처에 돌입했다. 삼성생명은 김한별의 힘 있는 슈퍼플레이로 버텨냈으나 한계에 직면했다. 하킨스가 4쿼터 중반 5반칙으로 퇴장하자 골밑은 박지수와 쏜튼의 독무대. 쏜튼의 공격리바운드 응집력, 양인영과 배혜윤의 더블팀을 뚫고 골밑에서 점수를 만들어낸 박지수의 클러치능력은 삼성생명으로선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KB가 삼성생명에 3연승 스윕으로 정규시즌,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지독하게 외곽포가 들어가지 않았으나 막강한 골밑의 힘, 그리고 시즌 초반에 비해 눈에 띄게 좋아진 수비조직력과 위기관리능력을 앞세워 여자농구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통합우승 자격이 충분했다.
[쏜튼. 사진 = 용인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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