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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올해 나이 77세, 평범한 동네 할아버지였던 지병수 씨는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됐다.
두 달 전,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나갔던 KBS 1TV '전국노래자랑'. 그곳에서 선보인 ‘미쳤어’ 무대가 유튜브에서 조회 수 200만회를 기록한 것이다. 조용했던 핸드폰은 방송국의 섭외 전화로 시끄러워졌고, 길거리에서는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진 한 번만 같이 찍어달라는 요청은 기본. 얼마 전에는 광고도 몇 편 찍었다. 인기는 날로 치솟고, 스케줄은 갈수록 빡빡해진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도 쪼개서 쓰고 있는 요즘, 77세 지병수 할아버지는 ‘할담비’로 재탄생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바야흐로 시니어의 전성시대. 그 대세에 합류한 늦깎이 신인 병수 씨는, 사실 독신에 기초 생활 수급자다. 어린 시절, 김제의 유복한 집안에서 11남매 중 막내로 자란 병수 씨. 남 부럽지 않은 유년기를 보냈지만, 20대에 부모님을 여의게 되면서 시련은 찾아왔다. 이후 마음을 다잡고 한동안 회사 생활을 했지만, 자유로운 성향의 병수 씨에게 틀에 박힌 생활은 전혀 맞지 않았다. 결국 회사를 그만둔 뒤 옷과 음식 장사를 전전하다가 한국 무용을 시작하게 됐다.
춤은 병수 씨에게 날개가 되어줬다. 18년간 한국 무용을 하며 병수 씨는 누구보다 높이 날아다녔다. 재능을 인정 받아 일본에서도 7~8년간 공연을 다녔다. 돈도 꽤 많이 벌고 콧대도 높던 시절. 결혼에 대한 생각조차 없었고, 자연스레 독신으로 생활하게 됐다. 그러나 안정적인 시기는 영원하지 않았다. 친척의 보증을 잘못 서게 되면서 순식간에 빈털터리 신세가 된 것. 병수 씨는 낙담했지만, ‘원래부터 내 돈이 아니었나보다’라고 여기며 툴툴 털고 일어났다. 거기에는 본인 옆에 끝까지 남아주었던 두 명의 양아들 덕이 컸다. 알고 지낸지 20여년 된 두 아들은, 병수 씨가 의지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소중한 이들이다.
파란만장했던 젊은 날은 지나가고, 이제 바라는 것은 오직 건강뿐. 노인복지관에 가서 노래도 배우고 자원봉사도 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즐기고 있었는데, 노래자랑 한 번 나갔다가 갑작스럽게 인생이 바뀌었다. 유명해지니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어 즐겁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한 점도 많아졌다. 거절하기 힘든 이런저런 부탁들이 이어지는가하면, 밥 좀 사라고 재촉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평소 자주 만나던 지인들과도 약속을 잡기가 어렵고, 조금이라도 인상을 쓰면 ‘뜨더니 달라졌다’는 소리를 듣기 일쑤다. 심지어 무리한 스케줄에 생전 안 맞던 링거까지 맞게 되자, 잠잠하던 두 양아들도 이제 그만 하라고 성화다.
인생이란, 평생을 공부해도 답을 알 수 없는 학문 같은 것. 아무리 오래 살아도 세상사에 통달할 수 없다는 것을, 병수 씨는 요즘 들어 새삼 깨닫고 있다. 당장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기에 재밌는 것이 인생임을 왜 예전에는 몰랐을까? 더는 지난날에 미련 두지 않기로 했다는 병수 씨, 진정한 전성기는 지금부터다.
지병수 씨의 인생 이야기가 담긴 KBS 1TV '인간극장'은 오는 13일부터 17일까지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사진 = KBS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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