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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배우 정우성이 다시 한번 난민을 위해 나섰다.
정우성은 20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B홀 책마당에서 열린 2019 서울 국제도서전에 참석해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현'을 주제로 삼아 북토크를 진행했다. 프랭크 레무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 권한대행이 축사를 전했고 한석준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다.
전세계 25명의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중 한 명인 정우성은 난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지정된 '세계 난민의 날'에 맞춰 에세이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정우성이 만난 난민 이야기'를 출간해 의미를 더했다.
지난 2014년 5월 유엔난민기구 명예사절로 선정된 정우성은 1년간 명예사절 활동 기간을 거쳐 보다 더 적극적인 구호 활동에 뛰어들었다. 2015년 6월에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공식 임명됐다. 이후 그는 2016년 3월 레바논, 2017년 6월 이라크, 2017년 12월 방글라데시, 2018년 11월 지부티와 말레이시아 등에서 세계 각국의 난민을 만났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SNS을 활용해 꾸준히 난민을 위한 연대를 호소했다. 냉소적인 대중의 시선이 수반됐지만 그럴수록 정우성의 목소리는 더욱 강해졌다.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정우성이 만난 난민 이야기'에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가 목격한 난민들의 이야기와 난민 문제에 대한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2017년 방문했던 방글라데시를 2년 만에 다시 찾아 로힝야족의 난민촌을 다녀왔다고 밝힌 정우성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난민촌이다. 90년대부터 2007년 폭력사태 등 100만에 육박하는 난민들이 34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생활을 하고 있다. 기온은 40도 정도고, 습도가 높다. 저도 앉는 순간 계속해서 땀이 흘렀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로힝야족 이야기를 이어가던 정우성은 "'지구상에서 가장 불행한 민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에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 로힝야족은 제국주의에 의해서 버려진 민족이다. 긴 시간 동안 미얀마라는 땅에서 살아가고 있었는데 역사적인 악연으로 인해서 시민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난민들은 고국으로 돌아갈 희망으로 버티고 있는데 로힝야족은 삶의 희망을 어디서 찾고 어디서 시작해야할지 많은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난민은 자의적인 선택에 의해 내몰린 게 아니라 전쟁 등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기 때문에 가족의 안전을 위해 자국을 떠난 거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인 목적으로 자의성을 가지고 타국을 찾는 분들과는 확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겪었던 사회적 아픔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힘으로 힘든 시대를 이겨냈기에 그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전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난민 수용에 대한 반응은 달갑지 않다. 특히나 지난 2018년 4월, 5월 제주도로 입국한 500여명의 예멘 난민 사태로 국민들의 경계 심리가 커졌다. 일각에서는 난민의 범죄를 우려했고, 약자 논쟁에도 불이 붙었다. 당장 자국민도 생활하기 버거운 수준이라는 목소리도 컸다. 이 가운데, 정우성은 "우리 중 누구라도 난민이 될 수 있다"라고 반박하며 맞섰다.
이날도 정우성은 "지금까지 (난민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공동체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더욱 조심스러워 한다"라며 "많은 분들이 인도적인 체류 중이다. 취업을 할 수 있는 권리는 주어졌지만 언어적인 문제도 있고 1년마다 체류 재허가를 받아야 하기에 취업 기회도 어렵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우려는 할 수 있다. 저 역시도 두렵다. 하지만 난민 전체가 그럴 수 있는 범죄라고 규정지어서는 절대 안 된다. 개개인의 일탈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범죄 체제 안에 놓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우성은 "우리 세금으로 난민들의 기초 생활을 지원한다고 오해하고 계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체류에 대한 허가가 주어진 것이지, 그 분들이 자력으로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동정에 대한 도움보다는 스스로 삶을 재건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 보호받고 있는 국가에서 자력으로 만드는 자존감도 중요하다. 체류 허가는 떨어졌으나 생계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라고 덧붙였다.
난민 보호에 애쓰고 대변하면서 받는 악플 관련해서는 "무섭지는 않았지만 놀라긴 했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밝힌 정우성이다. 그는 "반대의 목소리가 어떠한 이유로, 어떤 관점으로 전달되는지 알기 위해서 댓글들을 차분히 볼 수밖에 없었다. 마음을 닫고 배타적인 성향으로 결심하고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글들도 있었다. 대다수는 난민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데, '이게 정말 사실일까'하는 순수한 우려였다. 그 분들에게 조금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성숙한 담론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더 차분해지려고 노력했다"라며 담담하게 밝혔다.
그러면서 "배우가 직업이기 때문에 이미지 타격에 대해 많은 분들이 우려했고 두려워했을 수 있다. 하지만 친선대사를 하면서 난민들이 어떤 분들인지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차분히 공유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에세이를 쓰게 된 이유도 이러한 마음과 일맥상통했다. 그는 "반대하는 분들에게 도모하고 강요하려고 쓴 건 아니다. 당초 활동하면서부터 시간이 흐르면 내 활동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서 책으로 만들면 의미 있는 일이겠다고 막연히 생각만 했었다"라며 "어느 쪽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걸 줄여가는 게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성숙한 담론이지 않을까. 제가 겪은 감정, 생각 등이 옳은 것이라는 강요를 하고 싶지 않았다. 책을 읽는 분들에게는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책으로 전달했을 때 느끼는 이해와 감정은 여러분의 것이다"라고 전했다.
현장 말미, 정우성은 "이 책에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이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큰 고민이 들어있다. 난민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넘어 그들의 문제를 통해 인간이 지구에 만들어낸 불합리한 정치적 상황, 폭력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원더박스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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