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나는 이제 뮤지컬배우다"
2006년 가수로 데뷔한 장은아가 이제 정말 뮤지컬 무대가 어울리는 뮤지컬배우가 됐다. 2011년 그룹 러브홀릭스 객원 멤버, 2012년 케이블채널 엠넷 '더 보이스 오브 코리아' TOP 24, 2013년 그룹 W & JAS 멤버로 활동하며 가수로서 커리어를 쌓던 그는 2012년 뮤지컬 '광화문연가'를 시작으로 뮤지컬 무대에 발을 들였다.
7년여가 흐른 현재, 이제 장은아는 어엿한 뮤지컬배우가 됐다. 그는 "뮤지컬 활동을 한지 7년 정도 됐는데 재연 빼고 작품도 '엑스칼리버'를 끝내고, '마리 앙뚜아네트'를 하면 벌써 열다섯개째다. 정말 안 쉬고 열심히 달랐다. 저는 뮤지컬 배우다"고 운을 뗐다.
"저는 뮤지컬배우다"라고 말하기까지, 지난 7년간 장은아는 빠르게 성장했다. 소극장, 대극장을 넘나들며 활약했고 다양한 역할을 통해 자신만의 에너지를 구축했다. 쉴 틈도 없었다. 쉬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무대가 좋았다.
현재 장은아가 그간 쌓아온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작품은 뮤지컬 '엑스칼리버'. 장은아는 "좋은 작품을 만나서 감사하게 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역할에 대해서 되게 좋게 봐주셔서 기분 좋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색슨족의 침략에 맞서 혼란스러운 고대 영국을 지켜낸 신화 속 영웅 아더왕의 전설을 재해석한 작품. 극중 장은아는 이복동생 아더로부터 자신의 적법한 자리라 생각하는 후계자 지위를 찬탈하려는 모르가나 역을 맡았다.
"'엑스칼리버'를 하게 돼서 너무 감사해요. 한 회 한 회 끝나는 게 너무 아쉽죠. 이 작품은 힘들지만 한 번도 '아, 공연하기 싫다' 이런적이 없어요. 지친적이 없어요. 한 회가 가는 게 너무 아까워서 최선을 다하고 있죠. 일단 너무 하고싶은 캐릭터였고, 넘버도 제 마음을 사로잡앗거든요. 무대 위에서 구현하고 싶었던 넘버고,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가 굉장히 많아서 탐이 났어요. 넘버를 부를 때마다 새로운 걸 계속 찾아서 하려는 욕구가 커요."
장은아는 '엑스칼리버'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평소 그의 팬이었다는 장은아는 '엑스칼리버'를 통해 프랭크 와일드혼과 음악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의 아내와도 친해질 정도로 가까워졌다. 서로간의 신뢰는 음악적 발전으로 이어졌다.
음악적인 발전과 함께 연기적으로도 한층 성장했다. 장은아는 그간 해보지 않았던 성격의 캐릭터 모르가나에 자연스럽게 끌렸다. 그가 가진 아픔들, 악역이 된 이유에 흥미가 생겼고 이를 더 효과적으로 연기해보고 싶었다.
장은아는 "모르가나는 마냥 악역은 아닌 것 같고 사연이 있는 악역이다. 그리 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에게 모르가나에 대해 설득시키고 싶었다. 마냥 악역이 아니라 악역이 될 수밖에 없었던, 내가 살려면 어쩔 수 없었던 나약한 부분들에 신경 썼다"고 밝혔다.
"모르가나는 결국 멀린이라는 서사를 갖고 있어요. 그 서사를 기본으로 계략을 꾸미고 아더를 미워하게 되는 거죠. 시작과 끝이 멀린이에요. 너무 많은 인물들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모르가나는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이 보이거든요. 처음부터 멀린을 찾잖아요. 그 여정 속에서 미움도 있고 사랑도 있어요. 또 아더와는 너무 다른 운명이다 보니까 정해진 운명 앞에서 폭발하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 모르가나를 응원하게 되고 애정이 생기게 되고 안타까워지는 것 같아요. 동정표를 얻는 거죠."
모르가나의 결핍과 그로 인한 폭발에 대해 장은아는 "억눌려 왔던 분노를 폭발시키면서 그 이후부턴 좀 발악을 하는 것 같다. '너네만 살지 말고 나도 좀 살자'라는 몸부림에 초점을 뒀다"며 "모르가나를 통해 인간의 처절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악의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모르가나는 정말 발악 아닌 발악을 해요. 내가 살기 위해서 상황마다 뱀처럼 다 다른 행동을 하죠. 그게 발악인 거예요. 모르가나는 뱀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캐릭터를 잡았어요. 교활한 느낌이 많이 들고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모르가나를 볼 수 있죠. 특히 앞 뒤 표정을 달리 하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저의 심리를 묘사하기 위해 완전 다른 표정을 짓죠. 이중성을 보여주기 위해선 다양한 표정들과 제스처가 중요한데 그러다 보니 몸을 쓰는 부분, 특히 손으로 표현하는 것들에 노력을 많이 했어요."
개인적인 노력도 많이 했지만 동료들과의 합도 그녀를 더욱 성장시켰다. "지금도 '엑스칼리버' 연습실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말 할 정도로 그립다"고 운을 뗀 그는 특히 '엑스칼리버'를 통해 같은 모르가나 역으로 만난 신영숙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신)영숙 언니랑 너무 재밌게 작업했어요. 언니가 너무 웃겨서 엄청 깔깔대면서 웃기도 하고, 도움도 많이 받았죠. 서로 의지도 많이 했고요. 같은 역할의 배우와 함께 상의하고 같이 만들어나가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친하게 지내는 편인데 언니 역시 정말 저를 많이 챙겨주시고 격려해주셨어요. 사실 창작 작품을 만들 때 진짜 배우의 본심이나 원래 성격이 나오거든요?(웃음) 영숙 언니는 정말 최고였죠. 정말 고맙고 진짜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아더 역 카이, 김준수, 세븐틴 도겸은 어땠을까. 먼저 카이에 대해 장은아는 "카이 오빠는 갈망이 있고 완벽주의다. 그의 아더는 카이 오빠와 많이 닮아있다. 주어진 삶에서 더 노력하는 인간적인 아더를 보고 있노라면 카이 오빠의 삶이 보인다"며 "오빠의 삶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진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에 괜히 뭉클하고 연기를 하면서 두근거림이 있다. 굉장히 인간적이고 최선을 다하는, 노력하는 아더여서 굉장히 찡하다"고 전했다.
"(김)준수는 굉장히 열정적이에요. 자신을 활활 태우는 스타일이라 할 때마다 같이 힘을 받죠. 더 불을 붙여주고 싶고 부추기고 싶어요. 열정이 너무 대단해서 '어떻게 그렇게 매번 하니?'라고 물을 정도예요. 정말 자신을 태우는 열정적인 아더죠. 도겸이는 실제로도 어려서 어린 아더에 굉장히 부합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처음 뮤지컬을 하는 건데 너무 흡수를 잘 하더라고요. 캐릭터에 딱 몰입해서 꾸밈 없이 하는 게 느껴져요. 너무 순수하고 풋풋해요. 셋이 정말 달라서 매번 재밌어요."
뮤지컬 '엑스칼리버'. 공연시간 175분. 오는 8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MD인터뷰②]에 계속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