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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그래도 두산전에 강했잖아요."
3위 키움은 3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2위 두산을 2.5경기 차로 추격 중이었다. 이제 올 시즌 두산전이 이날과 4일 두 차례밖에 남지 않은 상황. 이번 2연전이 2위 탈환을 노릴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그렇기에 장정석 감독은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두 경기를 다 잡아야만 2위에 근접할 수 있다. 피로도가 높은 선수를 제외하고 최대한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써보려 한다”고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그러나 일단 선발 매치업이 객관적 전력 상 열세였다. 상대는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감을 완전히 찾은 외국인투수 세스 후랭코프인 반면 키움은 영건 이승호가 나섰다. 이승호는 올해 완봉승을 한 차례 거두는 등 밝은 미래를 그렸지만 후반기 들어 기복이 심했다. 8월 등판을 보면 4일 KT전(1⅔이닝 5실점), 16일 NC전(2이닝 3실점)에서 조기 강판을 당했지만 10일 두산전과 28일 한화전에선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장 감독은 일단 이승호의 두산전 강세에 믿음을 보였다. 이승호의 올해 두산전 성적은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3.32(19이닝 7자책). 3월 27일 7이닝 2실점 노 디시전 이후 7월 2일 6이닝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8월 10일에도 6이닝 2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물론 최근 기복 탓에 불안감을 지울 순 없었다. 장 감독은 “만일 이승호가 흔들릴 시 지켜보지 않고 다른 투수를 쓰겠다”라고 플랜B를 준비했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조기 교체는커녕 상대를 압도하는 투구로 빠르게 이닝을 먹어나갔다. 1회와 2회 각각 주자 1명씩을 내보냈지만 손쉽게 이닝을 끝냈고, 3회 삼자범퇴에 이어 4회에는 2사 후 유격수 실책에도 흔들리지 않고 박건우를 범타 처리했다. 5회가 최대 위기였지만 실점은 없었다. 김재호의 볼넷, 김인태의 안타로 몰린 2사 1, 2루서 허경민을 1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한 것. 이후 6회 정수빈의 내야안타로 몰린 무사 1루서 후속 세 타자를 범타로 잡고 임무를 마쳤다.
그야말로 두산을 꽁꽁 묶은 투구 내용이었다. 총 투구수 87개 중 스트라이크가 52개를 차지했고, 최고 구속 144km의 직구(49개) 아래 커브(10개), 슬라이더(20개), 체인지업(8개) 등을 적절히 섞어가며 탁월한 범타유도능력을 뽐냈다. 또한 이날 6이닝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두산전 기록을 4경기 3승 평균자책점 2.52로 만들었다. 기복 논란을 지우고 ‘두산 킬러’로 거듭난 이승호다.
[이승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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