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 김태형 리더십, 결국 해낸 '5년 연속 KS 진출'

[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사건도 우여곡절도 많은 시즌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2015년 부임부터 한결같았다. 정규시즌 짜릿한 역전 우승으로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두산 김태형 감독이다.

두산은 1일 잠실 NC전에서 승리하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전날 한화를 꺾고 먼저 시즌을 끝낸 SK와 동률(88승 1무 55패)이 됐지만 상대 전적(9승 7패) 우위로 우승에 도달했다. 한때 9경기까지 벌어졌던 승차를 뒤집고 2년 연속 정규시즌 정상에 오른 두산은 전신 OB 시절을 포함 정규시즌 4번째(1995년, 2016년, 2018년)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부임 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그 동안 주축 선수들의 이탈에도 특유의 리더십과 용병술로 팀을 꾸준히 한국시리즈에 올려놨지만 올해 공인구 반발계수 감소 및 양의지 이탈은 대응이 쉽지 않았다. MVP 출신 김재환의 기록이 현저히 저하됐고 박세혁은 각종 시행착오 속 중반 슬럼프에 빠졌다. 연예계 사건에 연루된 주장 오재원은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타격코치를 정경배 코치에서 이도형 코치로 바꿔도 봤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여기에 4월 28일 잠실 롯데전에선 상대팀에 욕설하며 팬들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김 감독은 그라운드로 나가 구승민의 강속구에 등을 강하게 맞은 정수빈의 상태를 살펴보다 롯데 공필성 당시 수석코치와 구승민 쪽을 향해 욕설하며 제재금 2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김 감독은 당시 야구팬들을 향해 “어떤 상황에서든 욕하면 안 되는 데 흥분했다. 죄송할 따름이다. 앞으로 더욱 주의하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우여곡절이 많은 시즌이었다. 2015년 부임 후 팀을 4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끈 감독도 성적 부진 앞에선 죄인이 돼야 했다. 그리고 9월 중순 2위 자리를 키움에게 빼앗기자 비난 여론은 절정에 달했다. 사실 2위라는 기록을 절대 부진으로 볼 순 없지만 그만큼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컸다. 두산 감독이기에 겪을 수 있는 고충이었다.

김 감독의 두산은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3위로 내려간 뒤부터 특유의 가을 DNA가 살아났다. 김 감독 야구의 근간인 선발야구가 다시 자리를 잡았고, 타선에서는 주축 선수들이 기지개를 펴고 깨어났다. 타격 침체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현실을 인정하며 ‘빅볼’이 아닌 ‘스몰볼’로 득점 루트를 뚫어보려고 노력했다. 주자가 득점권에 자주 들어서자 자연스레 타선 집중력도 살아났다.

추석 연휴까지만 해도 키움의 거센 추격을 받으며 2위 수성에 애를 먹었지만 결국 이겨야할 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19일 인천 더블헤더 2차전 싹쓸이로 1위 추격과 함께 SK 상대전적 9승 7패 우위를 만들었고, 28일 잠실 한화전에서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같은 시간 대구에서 삼성에게 패한 SK와의 승차를 지웠다. 그리고 최종전에서 NC를 꺾으며 마침내 기적 같은 9경기 차 업셋 우승을 완성했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KBO리그 역대 두 번째 최장 한국시리즈 진출 기록이다. SK가 2007년 2012년부터 6년 연속 진출하며 이 부문 최장 기록을 갖고 있다. 그 뒤로 5년 연속(2010~2014년) 삼성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두산이 짜릿한 역전 우승으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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