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우리나라에서 예향(藝鄕)하면 곧바로 광주(光州)를 연상하게 된다. 예향 광주는 한국화의 대가(大家) 의재(毅齋) 허백련(許百鍊, 1891~1977) 선생이 무등산(無等山) 자락에서 시(詩)·서(書)·화(畫)삼절(三絶)의 문인화의 도를 닦았던 곳이다. 아울러 서양화 인상파의 거목(巨木)이며 선구자였던 오지호(吳之湖, 1905~1982) 화백이 역시 무등산 자락 지산동에 둥지를 틀고 산과 바다, 꽃과 여인 등을 그의 뜻대로 캔버스에 올려놓았던 고장이기도 하다.
광주는 서예가 송곡 안규동, 남용 김용구, 장전 하남호 3인방과 그의 후학들로 인해 묵향(墨香)으로 가득한 고을이다. 또한 국악의 선구자 임방울 선생과 시인 박용아를 비롯해 수많은 예술인들이 무등산의 기를 안고 타고난 기량을 마음껏 펼쳐온 빛고을이다.
이와 같이 특별한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 1세대 서양화가이자 ‘인상주의(impressionism) 화풍의 거목’인 오지호 화백의 뒤를 이어 큰아들 오승우 화백과 둘째 아들 오승윤 화백 모두 서양화의 붓을 듦으로써 이들은 ‘한국 화단의 3부자 화백’으로 우뚝 서게 됐다.
▲오지호, 해경(Seascape), 1974, oil on canvas, 40.9×53cm
일본에서 미술을 수학한 화가 오지호는 한국 근현대 화단에서 인상주의 화풍의 대표자가 되어 자연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풍광을 인상주의에 결합시키는데 성공했다. 오지호 화백은 작품 하나하나에 힘 있고 활달한 붓 터치를 바탕으로 특유의 색감을 추구하며 인상주의 미학(美學)을 수립하면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작품 가운데서도 특히 해경(seascape)과 항구 그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났으며 산, 여인과 꽃 그림에서도 수많은 수작(秀作)을 남겼다.
▲오승우, 봄의 설악(Mt.Seorak Spring Landscape), 1991, oil on canvas, 53×45.5cm
오지호 화백의 큰아들 오승우(吳承雨, b.1930) 화백 역시 당대의 대세가 동양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에게 인상파적 방법을 전수하면서 한국의 자연과 민속전통문화(풍속화)·사찰·고궁 등을 화폭에 남겨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캔버스에 감상적으로 옮겨 놓았다.
한국 구상화단의 마지막 대가인 그는 80년대에 들어 실명(失明)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월출산을 비롯해 국내 100여 곳의 유명한 산을 대형 화폭에 담아냄으로써 이른바 ‘한국 100산 시리즈’를 완성해 내기도 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오승우 화백은 초기에는 한국적 자연과 풍광을 화폭에 옮겼으며 중기에는 대형 산 그림 그리고 후기에는 인간의 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도(十長生圖, The Ten Symbols of Longevity)’로 성가(成家)했다.
▲오승윤, 남해의 노을(Sunset in the Southern Sea), 1979, oil on canvas, 45.5×53cm
둘째 아들 오승윤(吳承潤, 1939~2006) 화백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끼를 이어받아 그림 그리는 재능이 뛰어났다. 오승윤 화백 역시 한국의 자연과 전통문화를 표현하는 구상 미술에 몰두했다.
그의 초기 작품은 한국의 아름다운 산과 바다, 해녀, 풍속 등을 화폭에 담았으며, 그 후에는 잠시 점묘주의(pointillism)를 활용한 점묘산수화 등을 선보이며 기존 화풍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했다.
▲오승윤, 풍수(Wind & Water), 2006, oil on canvas, 60.6×72.7cm
이 과정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 오방색(五方色)에 반한 그는 이른바 ‘오방색 화풍’으로 성가(成家)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일본 등의 화단에서 ‘오방색의 대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이제 그간 남긴 화려한 오방색 작품은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이 선호하는 작품이 된 것이다.
한국적 인상주의 화풍의 거목 오지호 화백, 한국 구상화단의 대가 오승우 화백, 한국 전통 오방색의 대가 오승윤 화백까지 이들 3부자 화풍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오승윤 화백의 아들 오병재 화가와 딸 오수경 화가로 그 화맥(畫脈)이 이어지고 있다.
여동은 기자 deyu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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